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 탄핵안 가결 시 빠르면 3월 대선
11월 29일 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표결 가부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흔들리면서 야권의 균열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12월 1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12월 2일 표결을 주장했고, 국민의당은 12월 9일 표결로 맞섰다. 국민의당은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12월 5일 표결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박계가 12월 9일 표결을 고수하면서 무산됐으나, 결국 야 3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12월 9일에 표결하기로 합의했다.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에 따라 19대 대선은 빠르면 3월, 늦어도 8월엔 치러지게 된다. 가장 빠른 시점은 2017년 3월이다. 여기엔 박한철 헌재소장 임기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 소장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자신의 임기(내년 1월 31일까지) 중에 끝내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경우 탄핵 결정이 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3월 말 조기 선거가 열린다.
헌재에서 심판이 늦어질 수도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을 최장 180일까지 심리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이 최장 기간인 6월에 나오면 8월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 허성무 정치평론가는 “탄핵이 가결되면 헌재심판 과정과 별개로, 박 대통령 권한은 중지된다. 꼼짝 없이 박 대통령의 손발이 묶인다. 보수 재결집 같은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나 노력이 차단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야당은 탄핵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탄핵안 통과 비박계 손에 달렸다
하지만 12월 9일 탄핵안 가결 가능성을 100%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키를 쥐고 있는 비박계가 ‘탄핵 고수’ 입장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박계는 박 대통령에게 12월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2월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비박계 의원들로 이뤄진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12월 2일 “4월 30일을 (퇴진) 기준으로 해서 명확한 퇴임 일정과 동시에 모든 국정을 총리에게 넘기고 퇴임을 기다리는 명확한 2선 후퇴의 모습을 천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대한민국 헌법 제65조에 의해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발의는 가능하지만 새누리당 의원 129명 가운데 29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12월 9일 표결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에 따르면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12월 9일은 정기회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기회와 임시회는 다른 회기이므로 임시회를 열어 재의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 사무처 직원은 “국회법 제92조는 통상적으로 한 번 부결된 안건에 대해서 같은 회기 재발의를 금지하는 것이다. 정기회와 임시회는 다른 회기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말했다. 임시회는 국회의원 4분의 1(75명)이상의 요구만 있으면 열릴 수 있다.
그러나 법적인 부분과 별개로 정치권에선 재의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비박계를 최대한 설득해야 한다. 비박계가 제3차 대국민 담화 이후로 망설이고 있다. 그들의 표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 한 번 부결된 안에 대해서 어떻게 다시 재의결에 부치겠느냐”라고 말했다.
# ‘질서 있는 퇴진’ 여야 합의 가능할까
여야가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 합의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청와대도 여야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2월 1일 “여당이 당론을 정했으니 이제 야당과의 합의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분당 위기까지 몰렸던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계는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4월 퇴진론’에 공감대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월 2일 “국회가 대통령의 4월 말 퇴진을 결정했는데 대통령이 지키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의원이 전원 의원직 사퇴를 각오해야 한다”했다. 방점은 친박 핵심부가 원하는 4월 퇴진에 찍혀 있다.
허성무 평론가는 “4월 퇴진 로드맵은 비박계와 친박계가 힘을 다시 합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친박도 살아남을 수 있고 비박도 크게 손해 보는 것이 없다. 비박계는 탄핵에 참여하는 것이 꺼림칙할 것이다. 민심을 보면 탄핵에 가세해야 하는데 새누리당 소속에 박 대통령과 정치적 연관은 다 가지고 있다. 또 정국이 잠잠해지면 보수 세력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허 평론가는 “현재로선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이 없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4월 퇴진은 민심과 동떨어진 대안이다. 촛불 민심은 탄핵을 하라는 데 있다.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정치고 그런 의미에서 야당은 탄핵으로 가는 것이 맞다. ‘질서 있는 퇴진’은 초기에 야당이 먼저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함으로서 단계가 다 지나가버렸다. 모든 일은 시기가 있고 시효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조기대선 문재인에 유리할까? 돌발 변수가 문제로다 대선 시기에 따라 여야 대권 잠룡들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대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야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여권 후보로 나올 것이 유력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율을 제쳤다. 정치권에서도 “가장 덕을 보는 것은 문 전 대표”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허성무 정치평론가 또한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선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 4년 동안 대선을 계속 준비해왔고 지지율도 가장 높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기준으론 내가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정국이라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60일 이내 대선은 헌법이 정해 놓은 것이다. 또한 하루 빨리 다음 정부를 출범시키자는 것이 촛불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반기문 총장 역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선 반 총장의 불출마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반 총장이 여권이 아닌 제3지대 후보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군다나 조직력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총장으로선 선거가 조기에 치러지는 것이 달가울 리 없어 보인다. 이는 다른 여야 잠룡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조직력이나 인지도 등을 쌓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기 대선은 누가 봐도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열린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