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관광개발, 현대차 위장계열사 의혹 논란 재 점화에 골프장 강탈 의혹 재조명
-현대엔지니어링 하청업체 대응 논란까지 불거져···현대건설 합병에 부정적 이미지 ‘물 보듯’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연합뉴스
[일요신문] 최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재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이 골프장과 관련된 위장계열사 의혹 논란이 다시 제기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해고를 묵인하는 등 대응 논란까지 더해진 형국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자금줄로 주목받고 있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획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과정에서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춘천시 남산면에 소재하는 오너스골프클럽(오너스GC) 운영사인 워너관광개발에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32억6900만 원의 운영차입금을 추가로 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워너관광개발 등의 기준 감사보고서 등에 나타났다.
워너관광개발의 재무 상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자산 총계 1276억 원, 부채 총계가 1552억 원으로, 자본 총계(자본금 5000만 원)는 수년간의 누적결손금에 따른 276억 원이 자본잠식 됐다. 부채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정상적인 존속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워너관광개발의 2015년 말 단기차입금 내역을 살펴보면, 아이비오너스라는 SPC(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발행된 전자단기사채 837억 원(현대엔지니어링이 차입금 지급보증)과, 골프장 시공사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운영차입금 명목으로 대여한 599억 원 등 총 1436억 원이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이 워너관광개발의 단기차입금 총액 중 지난해 증가한 운영차입금 32억6900만 원을 추가로 대여했다. 누적결손금 규모가 증가하는 등 적자 난에 시달리는 워너관광개발을 현대엔지니어링이 직접 자금을 지원하며, 운영손실을 메워온 셈이다. 이에 워너관광개발이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위장계열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위장계열사 의혹을 받고 있는 워너관광개발은 지난 2009년 10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설립 시 주요 주주 3명 모두 현대차그룹 출신이었다. 당시 지분 45%를 보유한 박 아무개 씨는 현대모비스 전 이사, 36%를 보유한 임 아무개 씨는 현대엠코 중국법인 전 이사, 19%를 보유한 김 아무개 씨는 현대자동차 지점 이사 출신이다. 2014년 말 현대엠코 출신 임 씨를 제외한 주요 주주는 바뀌었다.
현대엠코는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신으로 2013년엔 라미드그룹과 해당 골프장을 두고 강탈 의혹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에도 현대엠코가 추천한 분양대행사 워너씨앤디에 대한 위장계열사 의혹이 제기됐었다. 당시 워너씨앤디의 창업주 이 아무개 전 대표는 현대자동차 재경팀 출신, 전 아무개 대표는 현대차와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엠코가 골프장을 조직적으로 강탈하려는 의혹마저 불거졌었다.
재계 관계자와 전문가조차 워너관광개발의 비상식적인 재무 상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보였다. 시공사로 참여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골프장 사업운영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서는 것은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윗선’의 지시 없이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 부회장의 개입설마저 주장하기도 했다.
“G가 골프장은 아니겠죠?” 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경영권 승계 암초’ 되나. 사진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연합뉴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계약서 조작과 부당해고 정황을 묵인해 ‘원청업체의 갑질’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법조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법적 책임소지는 불분명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분명하다면서, 대기업들이 불법파견 문제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재하청 구조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저희는 특별한 의견이 없다. (위장계열사 운영 등 내용일부에 대한 것에 대한 입장은) 저희는 말씀드릴게 없다. (하청업체 관련) 그 부분도 말씀드릴게 없다. 공식입장을 별도로 드릴 것이 없다. 말씀드릴게 없다”며 격앙된 모습만 보일 뿐 어떠한 답변이나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당분간 외형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을 11.72% 보유하고 있어 현대건설(38.62%)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4.68%)보다 2배가 훨씬 넘는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상장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를 흡수 합병해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당기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1688억원가량의 현금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최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약 20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배당한 1688억원 가운데 약 1490억원은 전체 지분 가운데 약 8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및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간 합병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 인물이 바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었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제철 등 그룹 공사를 위해 2002년 설립한 회사로 합병 당시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 최대 주주(25.06%)였다. 현대엠코 지분 24.96%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도 31.88% 갖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새로 출범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추진하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등 몸집을 키워 그룹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그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정 부회장에게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위장계열사 의혹 논란에 이어 ‘원청갑질’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정 부회장과 현대엔지니어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