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고개 든 중소기업청 산하기관 채용 부정행위
-일주일 졸속 공모에 비난 일자 공모마감일에 ‘슬쩍’ 숟가락 얹어
-공단 노조 낙하산 인사 경고에 “법적 문제없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선임을 두고 중소기업청의 관피아 낙하산 인사 의혹이 재 점화되고 있다.사진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노조 성명서
[일요신문] “제 식구 밥 그릇 챙기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이사장 선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단의 상급기관인 중소기업청이 자신의 간부 출신을 신임 이사장에 이미 내정하고 공모과정 등 석연치 않은 행보로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 노조 측은 중기청의 관피아-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비난에 나섰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끊이질 않는 중기청의 채용 부정 의혹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12월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관장 모집공고가 마감됐다. 3년간 600만 소상공인과 시장상인을 지원하는 공단 이사장을 선정하기 위한 절차다. 현 이사장의 임기가 이번 달 말까지인 만큼 조속한 선정절차가 이뤄질 방침이다.
하지만 공단 노조와 관계자들은 이번 이사장 선임을 두고 중기청의 제 식구 밥 그릇 챙기기를 위한 졸속행정이라며 맹비난했다. 공단 노조는 “세월호 사태와 지하철 스크린 도어 수리 사망 사건 등 관피아와 낙하산 인사만큼은 안 된다는 정부 방침과 국민 정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자기 밥그릇 챙기겠다고 졸속으로 선임 절차를 부랴부랴 진행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기청의 갑질이자 차기 이사장 선임 건을 바라보며 산하기관 노동자로써 자괴감마저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1월 18일 이사회를 통해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위원을 선임한 뒤 다음날 1차 임추위 모임을 열고 22일부터 12월 2일 18시까지 약 일주일간 이사장 공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 중기청 서울지방청장인 A씨가 이미 공단 이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임추위 위원 중 다수가 중기청 출신인 점도 낙하산인사 의혹을 부추겼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모두 임추위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현 이사장의 임기가 임박함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며, 이사장 내정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단 노조 측은 변명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2조 1000억 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공단 이사장직임 만큼 충분한 공모기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규정 상 최소 기간인 일주일만을 공모기한으로 정한 점과 낙하산 인사 의혹을 받고 있는 A씨가 공모마감일인 12월 2일에야 공모접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확전될 양상이다.
공단 노조 측은 분노를 표현했다. 떠돌던 특정 내정자가 소상공인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관련 업무를 해본적도 없는데도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내정된다면, 원천 무효로 규정하고, 언론 국회 등과 공조해 중기청의 갑질사례 전반에 대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중기청의 눈치보다는 소상공인과 시장상인들을 위한 자주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갈등이 아닌 공단 발전을 위한 역량을 발휘할 후임 이사장 선임에 공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퇴직 간부들의 산하기관 재취업과, 산하기관들의 채용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중기청 산하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관들에 중기청 퇴직 간부들이 임원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이일규 이사장도 중기청 국장 퇴직자 출신으로, 2014년 초대 이사장에 선출되었다. 다만 이 이사장의 경우는 중기청 현직에서 수년이 지나 재취업해 논란을 피하기도 했다.
또한, 중기청이 산하 8개 공공기관 중 4곳(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중소기업유통센터, 한국벤처투자)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점검에서 최근 3년 동안 총 11건의 채용부정 행위가 적발됐다. 반면, 적발된 담당자 13명에 대한 징계도 ‘주의’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찬열 의원은 “공정하게 채용절차를 밟아야 할 공공기관에서 낙하산 인사나 인사채용 비리가 적발된 만큼 모든 산하기관에 대한 철저한 부정채용 조사와 적발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