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사례관리 지원 통해 임대아파트 입주 예정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 이문2동에 살고 있는 정○○(52세)씨의 삶은 아내가 8개월 된 아들을 두고 가출하면서 일그러졌다. 아들을 혼자 키우기 힘들었던 정 씨는 시설에 아이를 보냈다가 8년 만에 다시 데려와 살기 시작했지만 이후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 정 씨가 살았던 고시원 방의 모습
정 씨가 구 사례관리담당 직원을 만난 것은 2011년. 그 때 정 씨는 지독한 생활고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들을 시설에 다시 보내고 고시원을 전전하는 정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사례관리사는 곧바로 정 씨와 그의 아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문2동 주민센터, 종합사회복지관, 시민모임 등 지역 사회 곳곳에서도 정 씨 가족을 돕겠다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생필품 지원, 반찬 전달은 물론이고 정 씨의 알코올 중독 회복프로그램과 심리상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을 위해 급식카드와 문화누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정 씨가 가장 절실하게 원한 것은 고시원 생활을 탈출해 아들과 오순도순 살아갈 번듯한 집이었다. 가까스로 올해 9월 노원구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당첨됐지만 이마저도 계약금과 임대보증금이 없이 시간이 흘러 입주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계약 하루 전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동 복지팀은 긴급히 지원방법을 논의했다. 수소문한 결과 노원구 주거복지센터에서 지원하는 계약금과 민간기업의 후원을 받아 임대보증금까지 지원할 수 있었다.
정 씨 부자는 이달 중 입주할 예정으로 올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씨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을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날 도와준 고마운 분들과 아들을 생각하면 삶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며 “도움을 받은 만큼 아들을 위해 술도 끊고 더욱 더 열심히 생활하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구 관계자는 “정 씨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자활의 의지가 강한 분이었다”며 “새로운 집에서 정 씨 부자가 새로운 미래와 꿈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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