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NHK에서 방영된 스페셜 다큐멘터리 <혈당 스파이크가 위험하다>가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걸 의미한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는 공복 시 혈당수치만 측정하기 때문에 전혀 알지 못하다가 돌연사나 암, 뇌경색 등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만병의 근원’으로 불리며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정상인(파란 선)은 식후 혈당 변화가 완만한 데 비해,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는 사람(빨간 선)은 식후 혈당 변동률이 급격하며 140mg/dL을 훨씬 넘어선다. 출처=NHK
혈당은 혈액 속에 흐르는 당분의 양으로, 건강검진 검사항목에 거의 포함돼 있다. 만일 혈당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높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그런데 최신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이 아닌 사람도 식후 단시간 내 혈당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혈당 스파이크다. 밥을 먹고 나면 혈당이 무섭게 치솟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뚝 떨어진다. 마치 혈당 그래프가 쇠못처럼 날카로운 형태를 보인다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나이든 장년층의 이야기겠지’ ‘설마 내가 해당될까’하고 무심코 넘길 수도 있지만, NHK는 “혈당 스파이크는 현대인들에게 만연해 있는 질병”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에서만 잠재적 환자 수가 1400만 명에 이른다. 마른 체형의 20대 여성에게서도 나타난다고 하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질환이다.
물론 밥을 먹으면 어느 정도 혈당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완만한 변화가 아닌 급격히 요동치는 혈당이 문제다. 식후 혈당이 140mg/dL 이상 치솟았다가 1~2시간 후 다시 떨어지는 사람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자각증상으로는 식후 피로감, 급격한 졸음, 집중력·판단력 저하 등이다.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의학적인 검사가 필수다.
그렇다면 당뇨병도 아닌데, 왜 혈당 스파이크가 문제가 되는 걸까. 식후 2시간이 지나면 정상 혈당으로 돌아오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 도쿄지케카이 의과대학의 사가모타 마사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될 경우 혈관의 내피세포가 손상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등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 고혈압과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다.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진 40대 남성. 검사 결과,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힌 게 문제였다. 의사는 “혈당 이상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지금까지 남성은 매번 건강검진에서 혈당치가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히 혈당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의사의 설명을 빌리자면, 남성은 일반 건강검진 즉 공복혈당은 정상이었다. 하지만 식사를 한 후 혈당 변화를 검사한 결과 이상이 발견됐다.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 환자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NHK는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잘 알려진 대로 혈당치가 일반인보다 높은 당뇨병 환자들은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높다. 그런데 최신 연구에 의하면 “이 남성처럼 당뇨병이 아닌 식후 짧은 시간 동안만 혈당에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도 심근경색 및 돌연사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혈당 스파이크를 재현한 환경에서 2주간 혈관 세포를 노출한 결과, 약 40%가 사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해서 진행되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아지며, 암세포 증식을 촉진할 위험성도 있다”고 전했다.
군침 돈다고? 그러나 흰 빵에 잼을 발라먹는 것은 혈관에 가장 손상을 주는 식사법이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생활 속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혈당 스파이크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밥이나 빵 등에 많이 포함된 당질의 흡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우선 먹는 순서를 ①채소-②고기·생선-③밥·빵으로 바꾸면 혈당치 상승이 완만해진다.
가령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에 벽을 만들어 당의 흡수를 억제해준다. 또 단백질은 소화와 관련된 호르몬인 인크레틴을 더 많이 분비시켜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시간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똑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순서를 바꾸면 혈당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니 꼭 실천해보자. 다만, 마지막에 먹는 당질을 과다 섭취할 경우 무용지물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반대로 추천하지 않는 식사법은 정제된 밀로 만든 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것이다. 영양사 가와바타 리카 씨는 “혈당지수(GI)가 높은 식품으로 설탕, 꿀, 빵, 면류 등을 꼽을 수 있다”면서 “흰 빵에 잼을 발라먹는 식사법은 혈관을 가장 손상시킨다”고 전했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현미나 통밀빵, 메밀 등은 GI가 낮으므로 식생활에 적극 도입하면 좋다. 덧붙여 “식사 전에 약간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혹은 전날 과음한 탓에, 식욕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식사를 제대로 먹지 않는 현대인이 많다. 그러나 아침식사를 거르면 혈당 스파이크가 악화된다. 실험에 따르면, 식사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큰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했다. 즉, 바빠도 하루에 3끼를 꼬박 챙겨먹는 규칙적인 습관이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생활습관은 “식후 가볍게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식후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식후 반드시 운동을 해줘야 한다. 운동이라고 해도 무리할 필요 없이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흡수를 위해 전신의 혈액이 위장으로 모이게 된다. 위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당분이 흡수되고, 혈당치가 급속히 상승하기 쉽다. 그런데 이때 몸을 움직이면 손이나 다리 근육 쪽으로 혈액이 이동하면서 당분의 흡수가 더뎌진다. 최신 연구에서는 “식후 바로 15분 정도 몸을 움직일 경우 혈당 스파이크를 억제하는 효과가 커진다”고 되어 있다. 가급적 회사에서 떨어진 곳으로 식사하러 가고, 식후엔 바로 걸어서 돌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식적으로 식후 15분~1시간 정도는 몸을 움직이도록 하자.
당뇨병, 심근경색, 치매 등을 초래할 수 있는 혈당 스파이크. 그러나 혈당이 상승하는 메커니즘을 알고, 생활습관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 결과 ‘정상’이라는 점에 자만하지 않고, 평소 자신의 혈당 관리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