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SNL코리아’ 공식 계정에 올라온 B1A4 캐스팅 비화 영상. 이세영(검은색 체크무늬)이 B1A4 멤버들의 중요부위를 건드리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케이블채널 tvN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코리아>가 이런 이슈와 맞물려 큰 반향을 낳고 있다. <SNL코리아>의 여성 크루(출연진) 가운데 하나인 코미디언 이세영이 이날 방송 호스트로 출연했던 남성 아이돌 B1A4 멤버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SNL코리아>는 이날 공식 계정을 통해 이세영 등 여성 크루들과 함께 촬영한 B1A4의 캐스팅 비화 영상을 공개했다. 문제는 이 영상에 이세영이 B1A4 멤버들에게 팔을 뻗어 달려들면서 몸을 쓸어내리는 듯한 행동을 했고, 당황한 멤버들은 손으로 자신의 주요 부위를 가리거나 허리를 숙인 채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인 점이다. 스킨십을 마친 뒤 이세영은 돌아서서 ‘해냈다’는 포즈를 지어 행동에 더욱 의구심을 자아냈다.
동영상을 본 B1A4의 팬은 물론 많은 대중들이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SNL뿐 아니라 여성 연예인들이 주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진들이 필요 이상의 스킨십을 당하거나 불쾌한 언행을 듣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한 대중의 불편함이 폭발한 것이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같은 행동을 남자 출연진이 여자 출연진에게 했다고 바꿔 생각해 봐라, 아마 연예인만 매장당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자들까지 교체당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이세영과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사과와 자숙 선에서 끝나지 않고 연예계에 팽배한 ‘남성 역차별’로 비화됐다. 기존에 묵인돼 왔던 다른 여자 연예인들의 남성 연예인에 대한 성추행이나 희롱성 발언도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세영과 함께 SNL코리아에 출연했던 여성 크루 가운데 안영미는 자신을 희화화하고 이를 남성 출연진에게 강요하는 성격의 성적 개그로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어 이세영과 같은 기획사인 FNC 소속 코미디언 이국주, 씨제스 소속 배우 라미란 등도 이런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환 엄마’로 인기몰이를 했던 배우 라미란은 2014년 8월 같은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입으로 휴지를 전달하는 게임을 하던 중 에릭남에게 돌발 키스를 해 물의를 빚었다. 이국주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네티즌들이 제기한 그의 남성 출연진 성추행 이력(?)을 보면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했던 마술사 하원근에게 기습 뽀뽀를 했고, 시상식에 등장한 김종국에게 키스할 것을 강요하거나, 같은 예능 방송에 출연한 조정치의 엉덩이를 손으로 치는 등의 행동을 했다. 다만 이국주는 피해를 입은 남성 연예인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행동에 불편함을 밝힌 대중들에게 SNS를 통해 “더 신경 쓰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이번 <SNL코리아> 이세영 사건은 국민신문고에 사건이 접수되면서 현재 서울 마포경찰서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연예계 안에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과 제작진들이 사과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형사사건으로 사안이 커져버린 것.
먼저 피해자 입장인 B1A4가 조사를 통해 피해진술서를 제출한 상태이고, 그외에 이세영에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남성 아이돌 그룹 블락비, 인피니트 등도 참고인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영은 현재 프로그램을 하차해 자숙 중이며 조만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방침이다.
이번 이세영의 남성 출연진 성추행 사건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 일각에서는 “나름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어느 한 쪽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양측이 모두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불편하지 않은 예능’을 보여줄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것.
앞선 연예계 관계자는 “사실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보면 양념처럼 섹드립(성적 농담)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남성이 여성에게 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맡기는 경향이 다소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남성 출연진들이 배려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 제작진들의 잘못도 있음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경찰에까지 넘어갔다고 해도 이세영 씨가 성범죄자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이를 계기로 방송계 전체가 어느 한쪽이 불편할 수 있는 성적 발언이나 선정적인 행동에 대해 자기검열과 반성을 하는 시간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