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제주시 라마다프라자 호텔 8층 특별대국장에서 열린 2016 제주삼다수배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푸른돌이 화성시에 3-2 승리를 거두고 2016년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서울 푸른돌 팀이 2016내셔널바둑리그 정상에 올랐다.
드림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준준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서울 푸른돌로서는 실로 꿈같은 여정이라 할 만했다.
특히 준준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를 거푸 ‘2패 후 3연승’이라는 드라마를 썼던 서울 푸른돌은 지난해 우승팀 경남 한림건설, 매직리그 1위 전라남도, 드림리그 1위 화성시를 연파해 2016년 진정한 아마추어 최강팀이 됐다.
아마추어 최대의 바둑제전 내셔널바둑리그는 작년 12개 팀이 참가한 데 이어 올해는 신생 6개 팀이 더 늘어 18개 팀이 참가했다. 전년도 9개 팀이 변함없이 참가했고 여기에 올해 창단한 9개 팀이 가세했다. 18개 팀이 뛰는 리그는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국내 처음 있는 일. 그만큼 아마추어 바둑계가 매년 보기와 다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자체들이 바둑에 관심을 보이고 지역 기업체가 적극 후원에 나서면서 해마다 참가팀이 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울 푸른돌의 우승은 의미가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내셔널바둑리그에 첫 선을 보인 서울 푸른돌은 여타 팀과는 달리 기업이나 지자체의 후원 없이 순수 아마추어 바둑 동호회가 뜻을 모아 출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푸른돌 기우회는 1983년 1월 처음 창립됐습니다. 당시 중앙일보에서 주최한 학생 왕위전이 있었는데 이때 출전했던 김정우(현 아마7단), 김성래(현 프로기사), 박장우(현 한국기원 재직) 등 82~83학번 9명이 주축이 되어 결성됐습니다. 저는 그보다 조금 늦게 가입했습니다. 현재 2달에 3번 정도 모임을 갖고 있는데 꾸준히 활동하는 회원은 20명 정도 됩니다. 지난 33년 간 거쳐간 회원은 200명이 넘습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채영석 감독은 푸른돌 기우회 30여 년간의 궤적을 이렇게 간단히 설명했다. 30년 이상을 바둑으로 이어온 사람들이니 만나면 바둑이요, 대화도 바둑이 주를 이룬다. 내셔널바둑리그 참가도 바둑 모임 중 얘기가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제주시 라마다프라자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2016삼다수배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대국 모습.
“푸른돌 내에서 자체 리그전만 할 게 아니라 내셔널리그에 직접 참가해 큰 무대에서 진짜 리그전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강병두 기우회장님(무역업)이 제안했습니다. 비용에 관한 문제는 회장님께서 흔쾌히 부담하겠다고 해서 이번 내셔널리그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한양대 기우회 출신의 강병두 회장은 대학바둑의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 푸른돌 기우회 전에는 3년 간 한국대학바둑연맹 회장을 맡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내셔널바둑리그는 주니어 선수도 필요하고 보통은 여자 선수도 한 명씩 끼워 구색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원래는 순혈 푸른돌 회원들로 팀을 꾸리는 게 목표였지만 규정은 규정. 회원 중에는 주니어 선수가 없기 때문에 채영석 감독이 외부에서 선수를 영입했다. 또 여성 회원들은 몇몇 있지만 리그에 참가할 만한 실력을 갖춘 회원이 없어 시니어 심우섭, 임진영, 조병철 선수로 대신했다.
처음 언급한 대로 서울 푸른돌은 이번 시즌 ‘도깨비 군단’이란 별명으로 통했다. 전반기에는 1위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 확보조차 여의치 않은 순간도 있었다. 겨우 3위로 준준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첫 판부터 난항을 겪었다. 경북 한국광물과의 경기에서 시니어들이 2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첫판부터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그 순간 주니어들이 힘을 냈다. 강지범, 박주민, 오경래가 연달아 승리를 거두며 2패 후 3연승의 역전드라마를 만들어낸 것.
그런데 다음 경남 한림건설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푸른돌은 또 시니어들이 부진했고 주니어들이 그것을 만회하며 연속으로 기적 같은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심우섭, 임진영 선수가 힘을 내 리드를 안겨줬고, 강지범이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으면서 푸른돌 기우회는 창립 33년에 가장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푸른돌의 우승 요인에 대해 채영석 감독은 끈끈한 팀워크를 첫 손에 꼽는다. “주니어들이 급히 수혈됐지만 운 좋게도 정말 착한 아이들이 들어왔어요. 다른 팀들은 어떻게 훈련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시작 전과 시즌 중간에 많이 만나 연습대국을 자주 가졌습니다. 전에는 주로 종로에서 모였는데 이번에는 한국기원 근처 한종진 도장과 잠실의 임동균 사범님이 운영하는 기원에 모여 기력도 쌓고 우의를 다지는 시간도 가졌던 게 좋은 결과를 나은 것 같습니다.”
올해 내셔널바둑리그는 서울 푸른돌 외에도 한국바둑고등학교 재학 선수로만 구성된 순천만정원 팀과 ‘한국바둑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리는 고 이붕 김영성 선생을 기리는 이붕장학회 선수단이 팀을 창단하는 등 의미 있는 일들이 많았었다. 과연 2017 시즌에는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2017 내셔널바둑리그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