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 둔 2시 경, 국회 앞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국회는 정문만 개방했고 일반 시민들의 출입은 통제됐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엔 역사적인 현장을 방문하기 위한 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인터뷰에 응한 한 시민(58)은 “촛불집회도 매 번 참가했다. 탄핵 표결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 국회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출입증을 내고 국회 정문으로 들어서자, 의외로 적막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탄핵 표결이 이뤄지는 국회 본관 2층 로텐더홀은 수많은 취재 인파로 혼잡스러웠다. 국회는 전 날 본회의장 취재 인원을 선착순으로 접수 받았다.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취재진들은 로텐더홀 근방에 자리를 잡았다.
여야 의원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국회 본관에 등장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표결 시작 바로 직전인 2시 58분 경 무리를 지어 입장했다. 로텐더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의원들도 포착됐다.
붉은 장미꽃을 들고 로텐더홀에 입장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장미꽃은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을 촉구하기 위해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준비한 것이었다. 장미꽃에는 ‘탄핵에 찬성해주세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세요’ 등이 적혀있었다.
표결이 시작되자 본회의장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생중계를 지켜봤다. 정 의장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자, 본회의장 안에선 환호성이 흘러 나왔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취재진들도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의원들은 취재진을 피해 재빨리 본관을 빠져나갔다.
국회 정문 앞에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듣고 “만세”를 외쳤다. “이겼다”며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피켓을 들고 있던 한 시민(48)은 “당연히 탄핵소추안이 통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승리다.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민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혼란이 마무리 되길 바란다.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에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권한은 12월 9일 오후 7시 3분경 정지됐으며 황교안 국무총리가 직무 대행을 맡게 됐다.
한편, 관계법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탄핵심판을 내리게 된다.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