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 7차 대규모 촛불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국회 탄핵안 통과를 축하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앞서 지난 9일, 탄핵안 가결로 촛불 민심의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한 뒤 열린 7번째 촛불 집회는 축제 분위기였다.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시민들이 폭죽을 터뜨렸고, 그 아래에선 자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의 표정도 어두운 하늘을 수놓은 불꽃 만큼 밝아졌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촛불 집회에 참석한 서윤주 씨(여‧45)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모여서 여태까지 고생했던 것에 대해 보상받는 기분이라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부터 12월 3일 6차까지 이어진 집회들에서 가장 많이 구호로 등장한 단어는 ‘탄핵’, ‘하야’ ‘퇴진’이었다. 집회 주최 측과 참여 단체들이 배포한 피켓에도 이런 단어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 7차 집회에서는 ‘구속’과 ‘처벌’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등장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박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운 것이 구호를 바뀌게 한 주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1~6차 집회까지 주최 측은 실시간으로 촛불집회 참여 인원을 추산하며 청와대와 정치권을 압박했다. 본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마무리되는 자정 무렵까지 추산 인원을 공개했다. 반면 7차 집회에선 대규모 집회보다는 세월호 가족과 송파 세 모녀 등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사건과 ‘국민의 승리’를 가져온 역사적 현장을 기리는 데 주력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맞불 집회 역시 함께 열렸다. 특히 이번 촛불집회에선 참가들 간 충돌도 있었다. 박사모 회원 4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참가자들의 행진 코스인 통의동 로터리 인근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사모 회원들이 나타나자 촛불집회 참가자 수백 명이 주변으로 몰려들어 반발했고, 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비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촛불 민심’도 달라졌다. 연일 보도되는 ‘국정농단’ 관련 의혹들과 ‘불통’으로 일관했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봤던 시민들은 어떻게든 바꿔야 하겠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집회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서는 ‘결연함’과 함께 ‘기대감’도 나타났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과 특검 수사 등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목소리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직장인 최윤수 씨(38)는 “이번이 마지막 집회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이번 탄핵안 통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이러한 시민들의 마음에 헌법재판소와 특검이 응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