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이후의 국정운영은 노 대통령 탄핵 후 국정을 매우 원만히 운영했다고 평가 받았던 고건 총리 대행체제 경험을 살리면 된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헌재가 심판을 마칠 때까지 63일을 청와대에서 칩거한 후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 후에도 즉각적인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거기에 한 술 더 떠 추미애 대표는 황교안 총리까지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두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주장이다.
야당은 노 대통령 탄핵 때처럼 조용히 헌재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촛불민심은 대통령 즉각 하야와 총리 탄핵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법에 맞는 말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위법을 다스린다면서 위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고 탄핵정국의 질서 있는 수습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도 배치된다.
물론 헌재의 탄핵심판 도중에라도 여야합의에 따라 대통령이 조기 사임하고 탄핵이 철회되는 방법도 있다.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이라는 여당이 제안한 정치 일정은 선거의 준비나 정치의 예측가능성 면에서 야당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탄핵심판에서 불리한 국면에 놓일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정치적 타결의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 “자신에 대한 국회의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재의 심판과정을 보며 담담히 가겠다”고 밝혔다. 헌법의 절차에 따라 탄핵에 의해 물러날지언정 정치적 타협의 결과인 하야나 조기 퇴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헌재 심판과정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무죄 입장이 입증될 것이라는 기대 또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물러나더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소명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박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타결이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헌재가 노무현 탄핵심판 때처럼 대통령의 위법행위가 인정되지만 대통령직을 물러날 정도의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며 탄핵을 기각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나선다면 다른 차원에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누명을 벗었지만 퇴진 약속은 지키겠다며 사퇴한다면 좀 더 원숙한 수습책이 될 수 있다.
임종건 대한언론인회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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