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미래투자파트너스 자료와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두 형제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8월 31일 ‘발명자 이희진 전 미라클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희문 전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 외 2명’이 특허청에 세 가지 출원을 신청했다. 신청한 발명의 내용은 비상장 주식 거래 방법, 보유현황 확인이 가능한 비상장 주식 거래, 이미지를 이용한 비상장 주식 거래 등이다. 이어 9월 11일 미래투자파트너스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하고 그 인증서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으로부터 받았다.
이렇게 만든 서류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11월 3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기술보증 추천서를 받는다. 기술보증 추천서는 벤처기업 인증에 핵심적인 요소로 사실상 추천서만 받으면 인증은 쉽게 받을 수 있다. 미래투자파트너스는 추천서를 받은 다음 날인 11월 4일 기술보증기금에 벤처기업확인 신청서를 넣었고, 그 다음 날인 11월 5일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한다.
미래투자파트너스가 기술보증을 받으면서 내건 명목상의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였고, 주제품은 증권거래관련 소프트웨어였다. 하지만 미래투자파트너스 홈페이지에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판매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국세청에 제출한 서류에서 미래투자파트너스의 종목은 증권정보 제공업이었다. 벤처기업인증을 받기 위해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서류 요건이 있기 때문에 조건이 안 되는 곳이 인증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미래투자파트너스가 최근 문제가 되긴 했지만 인증을 받을 당시 서류상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일련의 과정을 쫓다보면 이 씨 형제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는 데 상당히 공 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벤처기업 인증은 정작 창업자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끄는 요소는 아니다. 초기창업자들을 위한 지원 업무를 담당했던 A 씨는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 아니면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며 “인증받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초기창업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 형제가 벤처기업 인증에 공을 들인 이유는 뭘까. 이들 형제는 벤처기업에 주어지는 혜택 중 사업용 재산에 대한 취득세 75% 감면, 5년간 재산세 50%, 5년간 법인세 50% 감면 혜택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은 일반적으로 건물, 부동산 등 대규모 자산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이 같은 세제혜택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씨 형제는 달랐다.
미래투자파트너스의 경우에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지난 2015년 11월 5일 이후 3주가 지나지 않은 11월 23일 청담동에 200억 원대 건물과 토지를 취득했다. 이때 벤처기업 인증을 통해 12억 5000만여 원의 세금 중 9억 4000만여 원의 세금을 감면받았다. 이 씨 형제의 또 다른 회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도 지난 2016년 3월 31일 400억 원대 건물과 토지를 취득하며 벤처기업인증을 통해 24억 8000만 원의 세금 중 18억 6000만여 원의 세금을 감면 받았다. 노골적으로 이 같은 정책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박성진 택스스퀘어 세무사는 “이 씨 형제의 사업구조는 매우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이희문 씨의 미래투자파트너스는 2014년 12월 단돈 100만 원으로 설립된 회사인데, 1년 만에 자산총액이 540억 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하며 기염을 토한다. 변칙적 증여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비상식에 있다”며 “일반적인 스타트업이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이들은 너무도 쉽게 해낸 것이다. 이러한 재무자료를 벤처기업 인증을 위한 서류로 제출했는데, 정부유관기관의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의심도 없이 원활하게 인증을 받고 무려 28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부당하게 감면받은 사실은 황당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박 세무사는 “여러 혜택을 차치하더라도 벤처기업 인증 자체로도 대외적으로 촉망받는 정상적인 기업임을 과시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정부가 투자자들을 현혹하기에 충분한 칼자루를 이들에게 쥐어준 것과 무엇이 다르겠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한국의 청년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러한 비상식을 자주 접한다면 상대적 박탈감과 한국에서의 사업에 대한 환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현행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는 기업재산을 유용하거나 은닉하는 등 기업경영에 관하여 주주, 사원, 이해관계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벤처기업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선량한 투자자를 현혹해 피해를 입힌 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들이 28억 원이라는 세금 혜택을 악용하는 데 이용한 벤처기업 인증은 지금이라도 취소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몇몇 전문가는 벤처기업 인증 취소를 통해 부당하게 탕감된 28억 원의 세금은 즉각 국고로 환수조치하고, 이 씨 형제에게는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환급 및 공제받은 혐의를 추가하여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감면분에 대한 환수는 가능할까. 쉽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환수는커녕 벤처기업임을 취소할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지금도 법인세와 취득세 등의 세제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부정하게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 혜택을 악용하는 기업을 막기 위해 벤처기업제도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를 비롯한 업계에서도 커지고 있다.
강효상 의원은 “국내 벤처기업 육성 차원에서 다양한 세제지원 정책은 필요하지만, 이를 악용한 벤처기업의 경우 그 책임을 강화하고, 적절한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촘촘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20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