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서울시 중구의회(의장 김기래)가 제234회 정례회 구정질문을 통해 중구청에서 추진하는 굵직한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중구청의 안이하고 부당한 사업 추진을 질타했다.
이번 구정질문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는 의혹으로 사업추진 초기부터 논란이 된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 전시시설 및 신당동 가옥과 연계된 지상공원 건립 계획을 그대로 포함한 채 작년부터 추진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리더십을 잃어버리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적 여론에 역행하는 일이 되면서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 서울 중구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조감도
이에 변창윤(국민의당), 이경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중구청은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구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중구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이 사업을 추진해야할 정당성과 명분을 잃었다며 사업을 백지화하고, 동화동 역사문화공원에 주차장을 건립하려고 했던 만큼 사업이 백지화될 경우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올해 6월 중구청에서 구의회의 승인 없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위법행정행위로 문제가 된 백석동 청소차고 대체부지 매매계약 건과 관련해 이번에는 중구청장의 책임회피가 거론됐다.
청소차고 관련 위법행정행위에 대해 당시 중구청에서는 구청장을 비롯한 간부들까지‘알지 못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결국 담당 부서 직원들만 징계조치 되는 것으로 마무리 됐으나, 변창윤 의원은 구정질문에서 구청장이 결재한 청소차고 대체부지 매입 계획 문서를 화면에 띄우며 “이는 구청장께서 차고지 매입 사실을 몰랐다고 한 것에 정면으로 반하는 증거”라면서 매입을 지시한 구청장과 그 지시를 따른 직원 중 누가 더 책임이 큰지 구청장의 답변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다산성곽길 활성화 일환으로 추진된 써드플레이스(the 3rd place)건립사업과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사업도 의원들의 감시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써드플레이스(the 3rd place)건립을 위해 중구청은 기존 건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건물이 40년간 구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던 무허가 건물이므로 건물소유주에게 변상금을 부과했어야 했다.
그러나 중구청은 건물소유주가 경제사정 상 변상금을 납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관련기관에 변상금 면제 가능 여부를 질의하여 면제 불가 통보를 받았음에도 행정적 편의를 위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변상금을 면제해 준 사실을 양은미 의원(국민의당)이 적발한 것이다. 양은미 의원은 좋은 취지로 추진한 공익사업이라고 해도 그 과정에 위법과 편법이 들어갔다면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개탄했다.
▲ 중구의회 승인 없는 위법한 구유재산 취득으로 문제가 된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 조성 공사 전(좌측)과 공사 진행 중(우측) 사진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사업은 천주교 박해시기 많은 순교자가 배출되는 등 조선 후기 역사가 집결된 곳으로 장소의 가치를 관광자원화하여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중구청에서는 올해 초 착공식을 갖고 지상공원 철거, 수목이식, 지하주차장 철거 공사를 진행했으며 지금까지 총 80억 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그러나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사업은 국․시유지를 비롯한 구유지에 공원과 7,500여 평의 전시장을 건립하는 등 10억 원이 넘는 구유재산을 처분하면서 예산이 의결되기 전 구유재산 처분에 대한 중구의회 의결․승인을 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음이 드러났다.
10억 원이 넘는 구유재산을 처분할 때는 「지방자치법」제39조, 「구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제10조, 「서울특별시 중구 구유재산 및 물품관리 조례」제10조에 따라 구의회의 의결을 받아야한다.
백석동 청고차고 대체부지의 의회 승인 없는 위법 매매계약에 이어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사업에서도 비슷한 위법행위가 또다시 적발되자 양찬현 의원(국민의당)은 “실망을 넘어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시․구비를 모두 합쳐 총 575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사업시행자 선정, 서울시 보조금 교부가 이루어질 때까지도 구의회 의결 절차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그동안 위법하게 투입된 예산이 무려 80조에 달하고 사업 추진의 위법성으로 인해 이 사업은 처음부터 원인 무효가 되므로 그동안 진행된 사업과 지출된 예산에 대해 관계자는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로인해 2017년에 이 사업에 대한 예산으로 책정된 254억 원이 12월 7일 복지건설위원회 심사에서 대폭 삭감되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의원들은 이번 정례회를 통해 내년에 구정을 운영하면서 이번 구정질문에서 지적된 것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진정으로 구민을 위하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선 행정을 보여달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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