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3년만에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FC. 사진=강원FC 공식 홈페이지
[일요신문] 강원FC가 국내 축구계의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 2013시즌 2부 리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강원은 3년만의 K리그 클래식 복귀를 확정지은 지 1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에 ‘빅 네임’을 연달아 영입하며 이적시장의 태풍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의 광폭행보는 시작부터 충격을 안겨줬다. 가장 사랑받는 현역 K리거 중 1명인 공격수 이근호를 영입한 것. 이는 팀 창단 당시 지역 출신 스타 이을용의 영입과 맞먹는 충격파다.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경험이 있는 강원 선수 또한 이 둘뿐이다.
이외에도 강원은 오범석, 김경중, 김승용의 영입을 연이어 발표했고 13일에는 J리그서 활약하던 골키퍼 이범영과 계약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들 모두 A대표나 청소년·올림픽 대표를 경험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강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구단에 부임한 조태룡 대표이사는 “K리그 클래식 잔류가 아닌 3위 이내에 들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로 추가 영입 선수들을 노리는 중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강원이 팬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이유는 그간의 K리그 이적 시장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모기업이나 지자체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는 K리그 팀들은 최근 2~3년 간 허리띠 졸라매기에 집중했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모기업과 지자체는 예산을 줄였고 팀들은 ‘인건비 감축’에 열중했다.
지난 12일 강원FC와 계약에 합의한 김승용. 사진=강원FC 공식 홈페이지
큰 무대 도전을 앞두고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공격적으로 나서는 강원은 기존 ‘저비용 고효율’을 한 목소리로 외치던 팀들과 차별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을 외치며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한 수원FC도 주목을 끌었던 바 있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자파, 시시, 권용현), 임대복귀(김종우)가 있었지만 알짜 보강(이승현, 김병오, 가빌란, 오군지미, 이광훈)이 이뤄졌다는 평가 속에 의욕적으로 K리그 클래식 도전에 나섰다.
수원삼성과의 국내 최초 지역 더비, 성남FC와의 ‘깃발더비’ 등 많은 화제를 만들었으나 결과는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5경기 연속 무패로 선전하는 듯 했지만 시즌 중반부로 들어서며 선수층의 한계가 드러났다. 기대를 갖고 영입했던 스페인·벨기에 대표 출신 외국인 선수들도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의욕적으로 1부 리그 승격을 이뤄낸 팀이 1년 만에 다시 2부 강등을 면하지 못한 경우는 수원FC 뿐만이 아니다. K리그는 지난 2012년부터 승강제도를 도입해 총 18회의 강등과 승격이 있었지만 실제 이를 경험한 팀은 9팀뿐이다. 9팀 중에서도 8팀이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는 시·도민 구단이다.
2014년 챌린지에서 1위로 승격했던 대전도 수원FC와 사정은 비슷했다. 이들은 압도적 성적으로 조기에 챌린지 우승과 승격을 확정짓고 클래식에서의 활약을 예고했지만 1년 뒤 무기력한 모습으로 최하위를 기록, 승강 플레이오프조차 치러보지 못하고 강등됐다. 상주 또한 2013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강원을 누르고 승격을 경험한 K리그 최초의 구단이 됐지만 1년만의 재강등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강원은 이들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클래식에서 단순히 잔류가 아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내보이고 있다. 이들은 승격 과정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인 에이스를 다른 팀에 내줘야 했던 ‘선배 승격팀’들과 달리 큰 선수유출 없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또한 앞선 승격팀들은 다른 클래식 경쟁자보다 부족한 팀 전력을 거론하며 1부 리그 잔류를 목표로 삼았었다. 반면 강원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수준급 선수 영입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러한 강원의 행보에 대해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하고 싶다”며 “강원FC는 아직 밑거름을 다져야 할 시기의 팀인데 큰 모험을 하는 것 같다. 재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팀의 전력에 대해서는 “전력 강화 효과는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장 해설위원은 “이근호, 오범석, 김승용 등은 전성기에서는 조금 내려왔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K리그에서 충분히 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윤겸 감독이 이들을 잘 이끈다면 6위 이상 상위스플릿까지는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새로 영입된 선수 자체의 실력뿐만 아니라 이들의 합류로 기존 선수들의 동기부여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200억 예산 강원FC 재정문제 해결됐나?…메인스폰서 강원랜드와 협상이 관건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영입한 강원FC가 K리그 이적시장에서 화제가 되는 동시에 자금 수급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이근호, 오범석, 김승용, 이범영 등은 월드컵을 경험한 화려한 경력을 보유했거나 해외에서 높은 연봉을 받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근호의 경우 3년 21억 원 정도의 계약규모가 알려지기도 했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 예산으로 2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예산으로 알려진 65억에 3배가 넘는 규모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팽창은 팬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하지만 강원은 자신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강원도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이 40억 원이다. 올해는 이에 추경예산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메인스폰서와도 좋은 분위기로 협의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은 올해 메인스폰서 강원랜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강원은 “지원금을 지원받지 못했다”며 8월 경기에서 선수 유니폼과 경기장 광고판의 메인스폰서 로고를 가리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양측은 갈등 봉합에 나섰고 내년 시즌 운영비 증액을 위한 협상까지 이르렀다. 구단은 이적시장에서의 ‘폭풍 영입’도 예산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봤다. 구단 관계자는 “스타 선수 영입으로 구단 경기력과 이미지가 상승하면 구단에 대한 지원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스타 선수들은 이들을 보려는 관중의 증가로 구단 매출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강원은 이번 승격과 선수 영입이 강원도 축구 붐 조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강원은 2009년 창단 첫해 당시 매 홈경기 매진 행진을 벌이며 K리그 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후 성적 하락으로 저조한 관중 동원력을 보이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강원FC 승격으로 강원도민에게 다시 한 번 즐거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