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밝혀 향후 삼성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는 삼성 미전실의 존폐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 미전실은 1959년 회장 비서실을 모태로 한 조직으로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조직 이름과 세부 구성은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그룹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삼성의 인사·기획·지원·재무 등 핵심 정책을 총괄하는 미전실은 외부적으론 ‘오너 일가만을 위한 기구’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은 ‘미전실 해체’와 관련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로 앞으로 그룹이 어떻게 흘러갈 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매년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했던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검찰조사로 조직 인사를 연기했다. 여기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마저 해제를 눈앞에 두면서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그간 미전실은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 영향력을 미쳐 온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선 삼성의 장기적인 경영전략 수립 등을 위해 미전실을 대체할 조직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정착하기 전에는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만큼 또 다른 ‘컨트롤타워’가 생겨날 것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전실이 해체돼도 제2의 미전실은 또 생겨날 것”이라며 “(그룹) 컨트롤타워의 존재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전실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가까운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발언을 ‘그룹 세대교체’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삼성 측은 미전실 해체가 이건희 회장의 ‘유산’을 정리하는 수순이란 견해에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그룹 안팎에선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여는 신호탄’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미전실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 롯데의 정책본부는 ‘신격호 체제’에서 ‘신동빈 체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지난 10월2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쇄신을 천명하면서 정책본부의 역할 축소 등을 공언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롯데의 의뢰를 받아 정책본부 조직 개편 등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례를 비춰볼 때 삼성 역시 향후 미전실 조직 개편과 관련해 외부 전문기관의 조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