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몸캠 대란(?)’의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지난 9일, 남자 배우 A 씨의 이름으로 트위터에 퍼진 음란 동영상이었다. 약 8분 49초짜리의 영상으로 A 씨와 닮은 외모의 한 남성이 휴대전화 또는 PC 카메라를 향해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지난 9일부터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포된 음란 영상 속 배우 A 씨로 지목된 인물.
영상의 주인공이 A 씨라는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A 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에 착용하고 있는 액세서리가 영상에 나온 사람이 착용한 것과 똑같다는 것. 이처럼 점점 영상의 주인공이 A 씨로 굳혀지면서 바로 다음날인 10일 A 씨는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으며, A 씨의 소속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취재진의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연예인들이 거론된 음란 동영상은 실제로 영상에 등장한 인물이 연예인으로 판명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의 관심이 잦아들면서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기에 이번 사건도 “A 씨와 소속사의 공식 입장을 기다려 보자”라며 트위터 안에서만 반짝할 뿐 외부로 퍼지지 않고 사그라질 기미를 보였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지난 12일 또 다시 트위터를 타고 퍼진, 배우 B 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약 7분 51초가량의 음란 동영상이다.
1차 영상에서 A 씨가 다소 수동적이었다면 B 씨로 추정되는 이 인물은 적극적이었다. 채팅 상대방을 향해 윙크를 하는가 하면,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신체부위를 보여주며 마치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B 씨 역시 A 씨 영상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화면에서 채팅방의 이름이 뜨고, B 씨의 영문명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연예인 몸캠이 터지자, SNS를 타고 ‘연예인 몸캠 명단’이 유포되기도 했다. 이들에 따르면 비슷한 영상은 모두 24개가 있으며, 이들 가운데에는 유명 남자 아이돌과 한류 스타들이 포함돼 있고 매일 하나씩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처음 명단이 유포됐을 때는 루머로 치부됐으나 같은 날인 12일 세 번째 몸캠이 공개되면서 대중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C 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영상이었다.
역시 앞선 1, 2차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같은 채팅 프로그램과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은 11분 19초가량이며, C 씨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전라로 음란 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트위터를 통해 영상이 빠르게 퍼진 12일 당일, C 씨는 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의 그룹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며 기쁨의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C 씨도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으며 어떤 의혹에도 대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배우 2명, 아이돌 그룹 멤버 1명의 영상이 퍼진 뒤 추가로 공개된 다른 몸캠 영상은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SNS 스타나 헬스 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일반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그맨, 배우, 또 다른 아이돌 멤버 등 다른 연예인들도 몸캠 영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현재까지 이들의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의문점은 이 영상이 과연 무엇을 목적으로 촬영됐는지, 그리고 왜 유포됐는지의 문제다. 보통 관음증 등 이상 성벽을 가진 사람들이 성적 만족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몸캠이다. 여성과 채팅을 하면서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보여주고 성적인 대화를 하는 것으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몸캠 사건 역시 상대방이 ‘여성’일 가능성이 높으며, 금전적 이득 없이 자신의 성적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써 단순한 일탈로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마무리 짓기에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태도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예컨대 세 번째로 공개된 아이돌 멤버 C 씨로 추정되는 음란 영상에서, C 씨는 한 쪽 귀에 이어폰을 낀 채로 마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음란 행위를 한다. 행위가 시작과 끝에는 검지와 엄지로 ‘오케이’ 모양을 만들어 화면을 향해 보여준다. ‘오케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마치 돈을 표시하는 손 모양과도 흡사해 “채팅 상대방에게 음란 행위를 보여줬으니 돈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같은 채팅 프로그램, 같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동일 인물이 찍고 유포시킨 영상으로 파악되고 있는 일반인의 영상 역시 단지 성적 만족을 충족시키기에는 과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보이는 행동이 아닌 것을 카메라를 향해 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게 아닌 것처럼 굳은 표정이라는 것.
지난 12일 유포된 배우 B 씨의 음란 영상 마지막에 B 씨의 영문 이름이 적힌 영상 통화 화면이 포착됐다.
이 가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현재 유출된 영상을 통해 공개된 ‘채팅 창’의 이름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채팅 메신저 ‘라인’의 영상 통화 기능을 이용했는데, 이 채팅 창의 제목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들 연예인들의 이름이 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만일 영상 속의 인물이 거론된 연예인들 본인이 맞다면, 단순히 타인과 음란 채팅을 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지인과 함께 촬영한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상 속 인물들은 음란 행위를 하고 있지만 상대방은 자신의 카메라를 철저히 가리고 있는 점 역시 이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현재까지 영상의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배우와 아이돌 멤버들은 소속사를 포함해 해명이나 어떤 대응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연예인들이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소문이 퍼질 경우 강력히 부인하며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문에 더욱 살이 붙어가는 것은 이들의 이런 무대응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남성들 ‘몸캠 피싱’ 주의보…채팅녀가 갈취녀로 돌변 “제 친구가 몸캠 피싱에 걸렸는데, 어떻게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남성 회원들이 대다수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글이다. 피해자는 절대 자신이 아니라 친구, 사촌, 지인 등 다양하지만 내용은 똑같다. 채팅 메신저를 이용해 어떤 여성과 ‘몸캠’을 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갑자기 여성이 돌변해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방금 영상을 당신 휴대전화에 저장된 친구들에게 유포하겠다”라며 협박한다는 것. 결국 협박에 못 이겨서 돈을 보내거나, 돈을 마련하지 못해 친구와 지인, 가족들에게 낯 뜨거운 영상이 유포됐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다. 스마트폰 시대에 큰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몸캠’은 채팅 메신저의 영상 통화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신체 부위나 음란 행위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일부 메신저는 앞선 ‘몸캠 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영상 통화 시 녹화 기능을 금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영상 녹화 앱을 따로 설치하면 언제든지 녹화가 가능하다. 보통 ‘몸캠 피싱’은 이런 앱을 이용해 상대방의 음란 영상을 녹화한 뒤 협박 용도로 삼는다. 몸캠 피싱의 주된 방법은 상대 남성에게 음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고 곧바로 자신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겠다며 파일을 다운받도록 시키는 것이다. 이들이 보내는 파일은 스마트폰 앱 확장자인 .apk파일로, 다운받는 순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영상, 주소록 등 개인정보가 전부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이를 이용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뜯어내는 것. 실제로 이들 범죄에 휘말린 20대 대학생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 2014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더욱이 몸캠은 스마트폰, PC를 이용해 음란 화상을 전달하는 것인 만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므로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캠 피싱범들은 굳이 파일을 전송하고 개인정보를 캐내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이 점을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하기도 한다. 한 몸캠 피싱 피해자는 “(상대 여성의) 프로필 사진과 ‘야한 것을 좋아한다’는 소개글만 보고 영상 채팅을 걸어 음란 행위를 보여줬는데 고소하겠다고 했다”라며 “서로 합의하에 한 것이라고 주장하려 했지만 당시 영상 채팅을 할 때 상대방은 자신의 카메라를 가린 상태여서 합의 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한편 최근 연예인이나 SNS 유명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몸캠 영상이 연이어 유포되면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강남에서 일하는 퍼스널 트레이너라고 밝힌 글쓴이는 “최근 터진 몸캠 사건을 보니 내가 겪은 것과 수법이 똑같다”라며 “SNS를 통해 친분을 쌓은 뒤 실제로 만나지는 않고 (메신저) 영상통화로 음란 영상을 찍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돈도 들지 않고, 장소와 시간도 상관없고 내가 하고 싶을 때마다 상대방이 바로 음란 영상 통화를 걸기 때문에 성적 욕망에 휘말렸다. 내 영상도 곧 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