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는 2013년 12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 8400억 원에 인수했으며 지난 5월부터 ING생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ING생명 인수를 희망하는 곳은 안방보험, 푸싱그룹, JD캐피탈 등 중국계 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악화하면서 매각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 5월부터 ING생명 매각 작업에 들어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MBK의 ING생명 매각 작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MBK는 지난 8월 인수 후보들을 상대로 프로그레시브 딜(경매식 호가 입찰) 형태로 매각 협상에 들어갔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MBK는 당초 1~2개월 내 최종 인수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지만 올해 안에 결정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매각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MBK는 ING생명 매각가로 3조 원 이상을 원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을 35억 원에 인수하고 11월 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을 1700억 원에 인수한 걸 생각하면 MBK가 원하는 ING생명의 매각가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MBK가 무조건 가격을 낮출 수도 없다. 코웨이와 딜라이브 매각에 실패한 마당에 ING생명마저 기대 이하의 가격으로 매각하면 MBK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MBK는 매각에 문제가 생겨 상장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MBK 관계자는 “여러 외부 요인 탓에 매각이 늦어졌지만 매각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시장에서 거론된 업체 외에도 다수 후보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에 대해서는 “요건이 좋기 때문에 ING생명 측에서 상장을 추진했다”며 “매각은 매각대로 상장은 상장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즉 상장은 ING생명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터여서 MBK가 상장을 통해 이익을 취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MBK가 상장을 반대한 건 아니다. ING생명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를 결정하는 건 결국 주주기 때문에 MBK가 반대하면 상장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NG생명 상장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생명보험사가 상장을 통해 재미를 본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 상장한 동양생명의 현재 주가는 1만 3000원대로 공모가 1만 7000원보다 아래다. 한화생명의 주가도 공모가 8200원보다 낮은 6800원대이며 미래에셋생명도 공모가 7500원보다 낮은 5300원 수준이다. 2010년 5월 상장한 삼성생명만 공모가 11만 원보다 5000원 높은 11만 5000원대다.
보험업계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 지난 11월 30일에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저축성보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내년부터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저축성보험 시장이 붕괴하면서 생명보험사 영업조직 유지에 심각한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2013년 초 일시납 연금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설정되면서 즉시연금 등의 시장이 사실상 사라진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ING생명 내부에서도 상장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ING생명지부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금융사가 상장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며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주주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MBK는 ING생명을 통해 이익을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관심이 있지 기업 발전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MBK가 인수한 이후 희망퇴직 등으로 직원이 30% 가까이 줄었는데 상장 후 주가관리를 MBK가 한다고 생각하면 직원들의 처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ING생명은 상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 좋은 실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ING생명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5년 ING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048억 원으로 2014년 2235억 원에 비해 36% 늘었다. 같은 기간 순자산도 2조 8260억 원에서 4조 2608억 원으로 증가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ING생명은 타사와 비교해서 재무건전성과 상품밸런스가 좋다”며 “IPO를 해도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을 자신이 있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인수 희망자들 셈법 복잡해져’ 상장 따른 매각작업 장기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의 매각과 상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지만 당분간 매각은 불가능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국내 기업의 상장예비심사신청 접수 후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에 예비심사에 들어간다. 심사를 통과하면 공모절차를 거쳐 거래소에 신규 상장된다. 그런데 예비심사 기간부터는 주주의 지분 매매가 불가능하다. 또 상장 후에도 최대주주는 6개월간 주식 거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장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오히려 MBK의 ING생명 매각 작업을 방해할 수 있다. MBK 측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MBK 관계자는 “프로그레시브 딜 성격상 매각 날짜를 정해놓고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매각 일자를 조율한다”며 “매매가 불가능한 기간에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매각 가능한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매각에 들어갈 것이고 인수 후보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통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ING생명이 상장 계획을 발표하자 복잡해진 건 인수 희망자들의 머릿속이다. 만약 상장 전 ING생명 인수 계약을 맺고 나서 상장이 흥행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ING생명 주가가 기대 이하면 그때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상장이 흥행하면 매각가가 더 높아져 부담스러울 수 있다. ING생명 상장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ING생명 인수 희망자들은 미리 협상을 맺을지 상황을 지켜볼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