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ctm’의 비밀 섹스 파티 모습. 모두 가면을 쓰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나 영화제작자들이 모여 사는 부촌인 홀름비 힐스는 관광객들이 단체 버스를 타고 구경하면서 지나가는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사실 대저택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곳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한때 엘비스 프레슬리, 험프리 보가트, 마이클 잭슨 등이 살았던 동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운이 좋다면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브래드 피트를 목격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홀름비 힐스이기도 하다.
이렇게 할리우드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사는 이곳 어딘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비밀스런 섹스 파티가 열리고 있다면 믿겠는가. 단, 파티 장소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파티에 초대된 사람이 누구인지 역시 알 수 없다.
파티에 초대되는 남성들은 반드시 턱시도 차림이어야 하며, 여성들은 파티 드레스를 입거나 속옷만 입고 참석해야 한다. 또한 남녀 모두 가면을 쓰고 입장해야 하기 때문에 흡사 카니발 장소 같은 느낌도 있다.
섹스 파티인 만큼 이곳의 분위기는 에로틱하고 관능적이다. 비록 가면을 쓰긴 했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먼저 포르노 배우들이 참가자들 앞에서 시범을 보인다. 주로 일본식 수갑놀이 등 에로틱한 기교를 선보이며, 때로는 전세계 에로틱 영화의 장면들을 시연해 보이기도 한다. 시연이 끝난 후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에로틱한 성행위를 즐기게 되며, 참가자들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마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나 혹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파티를 주최하는 사교클럽인 ‘Sntcm’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홍보 동영상을 보면 이 파티의 분위기가 어떤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동영상에서는 턱시도를 입은 한 남성이 가면을 쓴 채 안락의자에 앉아있고, 남자의 발치에는 속옷만 걸친 반라의 여성이 바닥에 무릎을 댄 채 엎드린 자세로 테이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의 등 위에는 유리 테이블이 올려져 있고, 그 위에는 위스키병과 잔이 놓여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반라의 여성은 남성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와서는 마치 고양이처럼 혀로 남성의 손등을 핥은 후 바닥에 눕는다.
파티가 열리는 날 밤에는 반드시 한 명의 파트너와만 섹스를 즐길 수 있으며,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려고도, 또 알려주려고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대충이나마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
가령 회원 가운데는 뉴욕의 호텔 소유주들도 몇몇 있고, 모스크바의 억만장자도 있으며, 결혼한 지 이미 몇 년이 된 부부 자산가도 있다. 또한 유명 TV 쇼프로그램 제작자, 저명한 영화제작자의 21세 아들, 몇몇 유명 모델들, 베벌리힐스의 부티크를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 부부, 필모그래피가 화려한 유명 여배우도 있다.
회원으로 추측되고 있는 유명 여배우 가운데 한 명은 다름아닌 귀네스 팰트로다. 물론 확증은 없지만 그렇게 추측할 만한 정황은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우연인지 몰라도 팰트로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인 ‘구프(Goop)’에서 기묘한 섹스 토이들과 함께 ‘Snctm’ 회원권을 선물 목록으로 추천하고 있으며, 블로그에 ‘Snctm’의 창업자이자 운영자인 데이먼 로너(46)와 진행한 인터뷰를 올리기도 했다. 이 인터뷰 후에 사람들은 팰트로가 이 클럽의 회원일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고 있는 상태.
그밖에 ‘Snctm’의 회원일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는 유명인으로는 지금은 이혼한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있다. 소문에 따르면 둘은 함께 방문하거나 때로는 각각 다른 파트너와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 파티가 이처럼 철저하게 비밀리에 열릴 수 있는 이유는 회원제 사교클럽인 ‘Sntcm’이 가장 중요시하는 철칙인 ‘익명성’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원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엄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회원 가입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통장 잔고가 많을수록 가입될 확률이 높으며, 유명한 인물이거나 미모가 출중한 경우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신청서와 함께 사진 세 장을 첨부해야 하며, 성적인 판타지에 관해 묻는 꽤나 상세한 질문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응답해야 한다. 이때 질문들은 대부분 섹스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 클럽의 목표는 섹스란 것을 고상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사실 할리우드가 위치한 LA에서는 성을 사고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출세하기 위해서, 혹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갈망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에서 쉽게 성을 사고 판다. 때문에 ‘Snctm’이 철저히 비밀스럽고 배타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기존의 매매춘과 차별을 두기 위해서다.
할리우드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모여서 즐기는 비밀스런 섹스 클럽인 만큼 이 클럽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로너에 대한 관심도 높긴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멋쟁이였던 로너는 한때 모델이자 프리랜스 사진작가였으며, 할리우드 밤문화에 정통한 소위 말하는 화류계 인사였다. 하지만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다가 파산한 그는 그 후 아내와 함께 발리로 이주해서 생활했다. 발리에서 부자들을 위한 파티 플래너로 변신한 로너는 그곳에서 부자들을 위한 탐욕스럽지 않으면서도 관능적인 방법으로 ‘내면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파티’를 기획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파티 플래너로 성공해 용기를 얻었던 로너는 2012년 LA로 돌아와 ‘정신적이고 에로틱한 유토피아’라는 콘셉트의 파티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파티를 홍보했으며, 파티가 열리는 날짜도 비정기적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폭발적이었다. 점차 입소문을 타는가 싶더니 놀랍게도 페이스북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베벌리힐스의 나이트클럽을 돌아다니면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던 파티는 얼마 안 가 ‘Snctm’이라는 회원제 클럽으로 발전했다. ‘Snctm’란 ‘성전(신성한 장소)’를 의미하는 ‘Sanctum’을 의미한다.
아무리 가격이 비싸도 영업이 잘 되는 할리우드의 특성상 로너는 점차 가격을 올려 나갔다. 현재 파티 참가비는 커플 한 쌍에 2500달러(약 295만 원)며, 수영장 옆자리로 예약할 경우에는 950달러(약 110만 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 1년 연회비는 1만 달러(약 1200만 원). 그리고 ‘도미누스’라고 불리는 퍼스트 클래스 회원권의 경우에는 5만 달러(약 5900만 원)다.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에는 보다 좋은 위치와 넓은 좌석을 제공받게 된다.
현재 파티는 1회당 99명으로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단지 돈만 많다고 해서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심사를 거쳐서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다. 이때 중요시되는 것이 바로 외모다. 늘씬한 미남미녀들이 가득한 까닭일까. 파티에 참석했던 한 남성은 “그곳에서 두 눈으로 본 것은 절대 믿지 못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
현재 로너는 LA를 벗어나 전 세계 도시를 순회하는 ‘섹스 파티 투어’를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령 뉴욕에서는 요트 위에서 파티를 열 계획이며, 이밖에 모스크바나 파리에서도 파티를 열 계획이다.
로너의 마케팅은 사실 단순하다. 평범하고 지루한 섹스를 유희 넘치는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어주고, 난잡한 파티의 참가자들이 모두 친해지도록 하며, 파티 참가자들에게는 단순히 섹스만 즐길 것이 아니라 ‘나의 진짜 모습을 열어서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에 집중하라고도 말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99년 작품인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로너의 말처럼 사실 ‘Snctm’의 비밀 파티가 어떤 모습일지는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상상해볼 수 있다. 사실 돈이 많든 유명하든 누구나 스릴과 욕망은 갖고 있다. 이런 스릴과 욕망에 대해서 사람들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로너는 말한다. 가령 1995년 영국 배우인 휴 그랜트는 한창 인기 절정일 무렵 치명적인 스캔들로 구설에 올랐다. 당시 그랜트는 원한다면 어떤 미녀와도 사귈 수 있었지만 그것도 모자랐는지 할리우드 선셋대로의 으슥한 골목에서 흑인 매춘부인 디바인 브라운과 오럴섹스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 로너는 팰트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성적인 에너지가 매우 강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와 정반대인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싶은 강렬한 욕망도 갖고 있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