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액이 1000억 원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수백억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부동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 DB
전두환 일가가 관여된 이 부동산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주엽역에 위치해 있다. 1994년 지하 6층·지상 10층과 지하 7층·지상 11층 등 2개 동(총 6만 8912㎡ 규모)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구 서광백화점 건물(스타몰)은 1995년 시공 이후 20년 넘게 완공을 못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 부지는 1994년 서광백화점 모기업이 백화점을 짓기로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에 들어갔지만 3년 뒤인 1997년 이 기업이 부도를 맞아 사업이 중단됐다. 1998년 ‘더블’이라는 회사가 이 건물과 토지를 인수, 백화점을 짓기로 계획했으나 공사 진척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01년 ‘스타디앤씨’가 이 부지를 매입해 쇼핑몰인 ‘스타몰’ 건축 계획을 세워 인수 당시 40%에도 못 미치던 공정률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2006년 다시 공사가 중단돼 여전히 도심 한가운데 ‘흉물’로 남아있다.
이처럼 스타몰은 1994년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사업자 부도, 인수한 사업자마저 파산하면서 채권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채권자들로 구성된 스타디앤씨 정상화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 건물에 분양한 계약자를 비롯한 채권자들은 약 550명으로 이들의 피해금액은 모두 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타몰의 토지는 SBI저축은행, 건물은 예금보험공사(예보)로 소유권이 분리돼 있다. 2005년 SBI저축은행(당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법원에 부쳐진 토지를 낙찰 받았고, 예보는 이 건물에 대해 340억 원 상당의 채권을 갖고 있던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건물을 실소유하게 됐다. 현재 건물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가진 스타몰 추진업체 스타디앤씨는 파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SBI저축은행은 2014년 12얼 ‘맥스코프’라는 법인과 토지 인수계약을 맺었다. 인수금액은 310억 원으로 맥스코프는 이 중 31억 원을 계약금으로 내고 올해 말까지 잔금 납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런데 취재결과 맥스코프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맥스코프는 자본금이 35억 원인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 임원들은 모두 전재국 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임원이거나 사업파트너였다. 맥스코프의 대표 권 아무개 씨는 전 씨가 실 소유주인 도서출판 시공사의 감사였고 맥스코프의 이사 김 아무개 씨와 감사 정 아무개 씨도 시공사의 이사로 있었다. 또 전 씨 기업의 공시자료를 통해 2014년 전 씨가 64%가량의 지분을 소유한 도서판매업체 북플러스에서 맥스코프에 5억 원을 투자한 사실도 드러났다. 스타몰 부동산 사업에 전 씨 일가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지난 9월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전 씨의 부인 정도경 씨도 맥스코프에 7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맥스코프 전체 자본금 35억 중 12억이 전 씨 부부가 투자한 금액으로 이들이 갖는 맥스코프 지분은 34%에 달한다.
전 씨 일가 소유로 알려진 맥스코프와 토지 인수계약을 맺은 SBI저축은행은 2015년 4월 스타몰 건물의 법적 소유주인 개발업체 스타디앤씨를 상대로 건물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스타디앤씨가 2년간 토지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부당하게 토지 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건물철거를 가집행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자 채권단과 건물 소유자인 예보는 즉각 항소했다. 예보는 법률상 건물소유주 스타디앤씨 측의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보조참가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는 제3자가 한쪽 당사자의 승소를 위해 소송에 참가하는 것을 뜻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역에 위치한 스타몰 건물은 1995년 시공 이후 20년 넘게 완공을 못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예보 측의 미온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만약 건물이 철거되면 예보 소유의 340억 원가량의 스타몰 채권은 영영 사라진다. 부실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투입됐던 공적자금이 한순간에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보는 ‘나 몰라라’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채권자들의 주장이다. 정상화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예보는 재판 과정 내내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아무리 공적자금이지만 300억이 넘는 돈인데 법리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대응이 상당히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예보 측은 적극적인 소송 대응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예보 측은 “스타디앤씨의 파산관재인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공동 대응 중”이라며 “소송진행 과정에서 한국토지신탁(건물 전 소유자)의 지상권 보유, 토지소유주 SBI저축은행(매수계약자 맥스코프)에 의한 지상권 소멸 통보의 부적법성 및 건물철거 주장의 권리남용 등을 주장하는 등 건물철거소송에서 승소를 위해 다양한 법리로 적극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5일 열린 항소심 재판부도 SBI저축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앞으로 맥스코프가 토지인수 계약 잔금 납입을 마치면 건물철거를 통해 스타몰 부지 사업권을 완전히 갖게 될 전망이다.
이에 채권자들로 구성된 정상화추진위원회는 대책회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설 방침이다. 정상화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맥스코프의 토지계약 잔금 납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맥스코프와 SBI저축은행이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조폭에 협박당하고, 지방세 체납왕까지…‘굴곡진 가족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 일요신문DB 전 씨는 1997년 4월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사형과 추징금 2258억여 원이 확정됐으나 그해 12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 사면됐다. 그러나 추징금은 면제되지 않았다. 이후 2003년 재산추징과정에서 전 씨는 “내 전 재산은 29만 원”이라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2013년 6월 환수 전담팀을 꾸렸고, 전 씨의 큰아들 재국 씨는 지난 2013년 대국민 성명을 통해 “온 가족의 재산을 모아 1600억 원에 달하는 부친의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재국 씨 일가와 그의 측근들이 경기도에서 수백억 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납 추징금’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이들은 미납 추징금 환수가 진행 중인 와중에 맥스코프라는 특수목적법인까지 만들어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전 씨의 차남 재용 씨는 조직폭력배인 ‘통합 범서방파’에게 20억 원을 뜯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기고 했다. 한 건설사가 소유하고 있던 땅에 채권을 가지고 있던 재용 씨가 토지공매를 신청했고, 이에 건설사 대표가 범서방파에게 청탁해 재용 씨를 위협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전 씨 일가에 대한 재산 추징 과정과 관련해 재용 씨가 범서방파에게 건넨 20억 원이 어디서 났는지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전 씨 일가는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지방세 체납왕’이라는 불명예를 떠 안기도 했다. 전 씨는 지방소득세 등 8개 세목에서 5억 3600만 원을 체납했으며, 그의 차남 재용 씨와 동생 전경환 씨도 각 3억 7000만 원과 4억 2000만 원을 미납했다. 또한 재용 씨와 처남 이창석 씨가 일당 400만 원짜리 노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황제노역’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반 형사범이 일당 10만 원 수준의 노역을 하는 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일당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양도소득세 27억여 원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각각 벌금 40억 원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각 38억 6000만 원, 34억 2950만 원의 벌금을 내지 않아 서울구치소 노역장에 구치됐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