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통령 추대 국민대통합 추진위원회 사무실 입구. 친반통일당 바로 옆 사무실로 원래 친반통일당이 쓰던 사무실인데 임대료를 내지 못해 폐쇄됐던 것을 추대위원회 측이 집기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준 기자
친반통일당은 친(親)+반기문+통일의 의미를 함축해 만들어졌다. 친반통일당은 반 총장을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당됐다. 지난 3월 14일 중앙당을 창당해 4월 총선에 나섰지만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는 못했다.
친반통일당은 반 총장 최측근인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과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월간 디플로머시가 반 총장 특집호를 냈는데 친반통일당은 2면에 걸쳐 전면광고를 내기도 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된 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던 반 총장은 월간 디플로머시와는 그동안 5번이나 인터뷰를 가졌을 정도로 임 회장과 각별한 사이다.
임 회장은 “친반통일당 김 아무개 대표와 광고 문제로 몇 번 만난 것”이라면서 “수천 명을 살해한 김정은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고 친반통일당과 반 총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은 노벨평화상을 추진하다 당에서 나간 정 전 대표와 주변 인물들은 친반통일당 바로 옆에 사무실을 얻고 ‘반기문 대통령 추대 국민대통합 추진위원회(추대위원회)’라는 단체를 새로 만들었다. 이 사무실은 원래 친반통일당에서 쓰던 사무실인데 임대료를 내지 못해 폐쇄됐던 것을 추대위원회 측이 집기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반통일당 측 한 관계자는 “왜 이렇게(분열) 됐느냐. 정 전 대표가 처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해서 그건 하자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동일하게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해서 (우리와) 굉장히 싸운 거다. 이런 식으로 하면 같이 못한다고 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 전 대표는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었지만 창당도 되기 전에 이 문제로 퇴출됐고 우리 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추대위원회는 최근 김종필, 이회창, 고건, 정운찬, 서청원 등의 쟁쟁한 인물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던 곳이다. 하지만 거론된 당사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이름을 도용당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대위원회 측은 “서청원 의원은 처음에는 호응했는데 최순실 사건 터지고 나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고건 전 총리는 우리 단체 어떤 분이랑 매우 각별한 사이고, 정운찬 전 총리는 나와 친분이 깊다. 정 전 총리는 이재오 전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늘푸른한국당이랑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안다”면서 “김종필 전 총재나 이회창 전 총재는 참여하기로 한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추대위원회 측은 최근에는 반 총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사진을 함께 넣은 현수막을 제작해 내걸기도 했다. 손 전 대표 측에 동의는 구한 것이냐고 묻자 “같이 연대를 했으면 좋지 않으냐고 저쪽 캠프에 언질은 줬다. 그 쪽에서도 싫어하지는 않고 연대하면 좋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노벨평화상 추천을 추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추대위원회 일부 인사가 친반통일당에 참여했었던 것은 맞지만 추대위원회와 친반통일당은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김정은에게 노벨평화상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현재는 전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정은 노벨평화상 추천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정 전 공동대표는 “친반통일당을 나와 추대위원회에 잠시 참여했었지만 지금은 관계가 없다”면서 “지금은 반기문 산악회라는 것을 하고 있는데 추대위원회 사무총장이 반기문 산악회 사무총장도 맡고 있는 정도의 인연”이라고 설명했다.
15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한 정 전 대표는 김정은 노벨평화상 추천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만 주자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주자는 것도 아니었다. 반 총장과 박 대통령, 김 위원장이 3자 회동을 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내면 3명을 동시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계획이었다”면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서로 적국이지만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전례가 이미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또 김정은 노벨평화상 추천 때문에 당에서 퇴출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일부 보수인사들이 반대하긴 했지만 격렬한 반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나는 개인 사정 때문에 당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허영일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북한의 지뢰도발 이후 남북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동시에 존경한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부대변인직에 물러났다”면서 “김정은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문제는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반 총장 본인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난립하고 있는 반 총장 지지단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