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3차 청문회에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당황해하는 모습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김 전 실장은 줄곧 최순실 씨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네티즌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일하던 김 전 실장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돌연 “모른다곤 볼 수 없다”며 말을 바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티즌의 제보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최순실 씨를) 모른다곤 볼 수 없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일요신문 DB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는 “응원과 제보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수십 통 가운데 다섯 통은 항의 전화다. 많을 땐 일을 못할 정도로 전화가 오고 밤에도 온다. 1차 청문회에서 삼성 질의할 땐 ‘왜 삼성을 욕 하냐. 국민 경제 살리는 사람한테 뭐 잘났다고 그렇게 물어보냐’고 하더라. 부산에 거주하시는 어떤 분은 ‘정치 후원금 낸 적 없는데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질의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의원이 있을까 생각했다. 후원금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문의전화도 있었다. 주로 나이 지긋한 분들이 전화가 많이 온다”고 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사이다(속 시원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12월 7일 1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머리 굴리지 말라” “최순실을 위해 독일 보낸 자금 300억 원이 껌값이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때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 대통령의 머리로는 창조경제에 대해서 30분~40분 동안 이야기 못 한다”는 등의 일침을 날렸다. 안 의원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찾기 위해 12월 10일 직접 독일로 출국하는 열의를 보였다.
안민석 의원실로는 전 세계에서 제보 전화가 폭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잘했다’ ‘못 했다’는 피드백이 많이 온다. 저번 주까진 베트남,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제보 전화가 왔다. ‘이런 의혹이 있으니 확인해봐라’ ‘증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전화도 온다. 제보 전화는 많이 줄었고 이번 주엔 청문회 평가나 위증에 대한 백업 자료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진은 “청문회는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 DB
야당 못지않게 여당 의원들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12월 7일 2차 청문회에서 최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 원의 출처를 밝혀냈다. 장 의원이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에게 “(김 사장은) 16억 원 결재 권한이 없다. 위증하지 말라”며 집요하게 몰아붙이자 김 사장은 “삼성전자의 글로벌마케팅팀이었다”이라고 답변했다.
장제원 의원실로도 응원 전화가 쏟아졌다. 장제원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청문회와 달라진 풍경을 소개했다. 관계자는 “국감 때나 국조 때 여야 구분 없이 하지만, 전통적으론 야당에 제보가 많이 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당 내 분위기도 다르다. 특히 SNS가 발달해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장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청문회장에서도 SNS 쪽지나 검색 기능을 활용해 질의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청문회는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부지런해야 하고 사명감도 있어야 한다.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료가 필요한 데 제 때 원하는 자료가 오지 않아 발로 많이 뛴다. 보좌진들도 3일째 밤을 새고 있는데 장 의원도 새벽 2시 반이 넘어서 퇴근했다. 열정적으로 하니까 성과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고영태 씨의 답변을 바탕으로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뇌물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최 씨가 결국 대통령에게 4500만 원에 가까운 뇌물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쓰는 가방이나 옷은 국가 비용으로 얼마든지 대줘야 하는데, 청와대는 전혀 지출한 바가 없고 결국 최순실 개인이 구입해 대통령에게 상납하고 그 상납의 대가들이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하게 되는 뇌물로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영철 의원은 ‘강원도 코난’ ‘감자 왕’ ‘황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요신문 DB
황영철 의원실 관계자는 “제보나 응원 전화도 많이 오지만 ‘새누리당인데 왜 이렇게 대통령을 비난하냐’는 항의 전화도 꽤 많이 왔다. 인지도가 올라가니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응원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을 맡아 인지도가 더 올라갔다. ‘강원도 코난’ ‘감자 왕’ ‘황장군’ 등 별명도 생겼다. ‘야당 의원보다 나은 여당 의원이다’ ‘3선 의원인데 그동안 잘 몰랐는데 다시 봤다’며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의원도 있다. 특히 국조 특위 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에게 집중됐다. 이 의원은 12월 7일 열린 1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령의 재벌 총수들 건강을 배려해 조기 귀가를 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쪽지를 김성태 위원장에게 건네 논란이 됐다. 또한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에게 “민주당에 입당한 적 없냐”는 질문을 해 빈축을 샀다.
이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18원’ 후원금 세례를 받는 등 수모를 겪었다. 비판에 시달리던 이 의원은 12월 14일 “뜨거워서 (휴대 전화를) 사용 못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전해 올린다. 쓴소리 고맙게 받지만 자식이나 부모가 자기와 견해가 다르다고 육두문자를 쓰는지 묻고 싶다. 18원 후원금을 하고 영수증을 달라고 하고”라며 간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 측은 여당 간사 역할에 주목해달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청문회 취지는 의혹 해소보단 통쾌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 법적인 부분은 특검에서 정치적인 부분은 특조에서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간사 역할은 회의의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고 여당 의원들의 생각을 대변해야하는 자리다.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는 자리가 아니다. 1차 청문회의 경우 의원실로 사전에 스케줄을 조율해달라고 소견서 등이 날라 왔다. 간사는 소견서가 왔다고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반성하고 있다. 육두문자가 섞인 전화도 오는데 너무 심할 정도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금을 내면 영수증을 발급해줘야 하는데 보안상 등기로 보내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다. 더구나 18원은 누가 봐도 욕이지 않냐. 저번 주 일요일을 기준으로 600여 명이 18원 후원금을 보냈다”라고 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청문회 옥에 티 “안민석-장시호 썸 타는 줄…” 많은 국민들은 청문회를 통해 ‘세월호 7시간’ 등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출석한 증인들 상당수가 뻔뻔한 거짓말과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해 ‘알맹이가 없다’는 얘기도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엔 국회의원들의 자질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 보도된 내용만을 나열하는 의원, 무성의한 태도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의원들도 있었다. 청문회에서 나온 ‘옥에 티’를 찾아봤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7일 열린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에게 “제가 미우시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 씨는 “네”라고 답했다. 안 의원은 다시 “인간적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워하지 말라. 이모를 잘못 만난 벌이다”라고 말했고, 장 씨는 “꼭 뵙고 싶었다”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동안 애써주신 것 잘 알지만 이날의 태도는 지극히 경솔했다” “‘제가 미우시죠’가 범죄자에게 할 소리냐. 범죄자한테 아부하는 소리로 들려 기가 찬다” “지금 미팅 나와서 대화하는 줄 알았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안 의원을 비난했다. 안 의원은 한 방송에서 “밤새도록 ‘폭풍 비난’을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12월 14일 열린 3차 청문회에서 공개한 이른바 ‘최순실 녹음파일 녹취록’으로 도마에 올랐다. 소리분석 전문가 배명진 숭실대학교 교수는 “최순실이 지인과의 통화에서 ‘태블릿PC가 조작품이라고 불어야(말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박 의원 측은 ‘하는 걸로 몰아야 한다’고 표기해 사전 모의를 지시했다는 의미로 잘못 표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 교수는 12월 15일 “언젠가는 밝혀질 일을 국회가 잘못 표기한 정보로 인해 국민의 알 권리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 의원 녹취록은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2월 15일 열린 4차 청문회장에서 웃음을 터트려 구설수에 올랐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학장의 답변 태도에 박 의원에게 중재를 요청하자 박 의원은 “지금 불만이 무엇이냐”고 말하면서 느닷없이 크게 웃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엄숙한 청문회장에서 웃음을 터트린 것이 부적절하다며 ‘박뿜계’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또한 “청문회는 웃는 자리가 아니다. 촛불의 의미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하셔서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 “이 청문회 보는 국민은 얼마나 비통한 심정인지 알면 그 자리에서 웃음이 나오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박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박뿜계’라는 별명을 주셨군요. 장제원 의원님을 비웃을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1초 남긴 상태에서 너무 진지하게 조치를 취해달라는 모습에 참지 못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 취지와 관계없이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서 집요하게 캐물어 논란이 됐다. 12월 15일 열린 4차 청문회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태블릿 PC를 본 적이 있냐”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최순실을 만났는데 최순실이 태블릿 PC나 PC를 다루는 모습을 봤느냐”며 집중 질의를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의원이 청문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네티즌들은 “사안이 마무리된 뒤에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본질을 흐렸다” “박근혜, 최순실 죄 덜어주려고 나왔냐” “한낱 태블릿 타령만 하냐”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태블릿 PC에 대해 질의하면 많은 분들이 욕설 문자를 보낸다. 이 자리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하나의 사실로 점검하듯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고까지 얘기하는 태블릿 PC 진실도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역사 속에 기록하는 게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의해보는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