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내년 WBC 대회 대표팀 합류가 텍사스 구단의 반대로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12월 3일 ‘야구야 고맙다’ 저자 공동사인회에 참석한 추신수.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돌아가는 상황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된 추신수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다른 대회 같으면 팀의 결정대로 따라갔을 터이지만 이번 WBC대회는 추신수가 마음속으로 정한 마지막 대표팀 출전이라 가급적이면 출전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회 1라운드 예선전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당연히 추신수를 비롯해 가족들, 특히 아버지의 기대가 매우 컸다. 추신수 아버지는 사석에서 만난 기자에게 아들의 대표팀 합류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얘길 들려줬다. 17년 전 부산고에서의 활약을 끝으로 더 이상 한국 야구장에서 뛰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아들이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고척 스카이돔을 직접 찾아가서 경기 관전하며 대표팀을 응원하겠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런 아버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추신수이지만 구단의 반대의 벽에 부딪힌다면 무조건 강행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추신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갤럭시아SM 송재우 이사는 “최종 결정이 나기 전까지 선수가 구단과 계속 대화를 해나갈 예정이다”면서 “선수가 대표팀에서 뛰고 싶어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게 될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표팀에서 뛴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마지막일 수도 있는 대표팀이라 이번에는 꼭 태극마크를 달고 선후배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진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은 적이 있었다.
2009년 2회 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맡았던 추신수는 2013년 3회 WBC에는 불참했다. 당시 추신수는 FA를 앞둔 상황이었고,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후 처음 맞이한 시즌이라 어렵게 대표팀 합류를 고사한 바 있다.
텍사스 구단이 추신수를 대표팀에 보내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올 시즌 4차례나 부상자명단에 오르며 48경기 출전에 그친 경력 때문이다. 추신수의 대표팀 합류가 어떤 내용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대호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어쩌면 이대호가 가장 유력한 WBC 불참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대표팀 선수로 ‘고정’ 멤버처럼 출전했던 이대호는 아직까지 팀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향후 다양한 변수가 작용될 예정이다. 이대호는 지난해에도 해를 넘겨 1월 말 즈음에 시애틀 매리너스행이 결정났던 터라 이번에도 내년 1월 이후 소속팀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대호는 최근 한 행사에서 기자를 만나 “이번에는 대표팀 출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새로운 소속팀에 합류할 경우 팀 적응이 필요하고, 팀 적응을 위해선 스프링캠프 합류가 아주 중요해지는 탓에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어도 합류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같다며 걱정을 나타냈다. 분명한 것은 이대호 스스로 ‘이번만큼은’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오는 1월 초부터 해외에서 개인 훈련을 계획 중인 이대호는 일단 훈련에 집중하면서 추이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김현수의 WBC대회 출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최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김현수가 국제대회보다는 스프링캠프의 팀 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볼티모어 구단은 지난 11월 매니 마차도, 아담 존스, 조나단 스쿱의 WBC 대표팀 출전을 허락한 바 있다. 하지만 김현수의 출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2년차가 되는 김현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단에서 대표팀 합류를 반대한다면 구단의 결정을 따라야만 한다.
김현수의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이예랑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수는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 하지만 구단이 만류할 경우 그걸 반대할 명분이 없다”면서 “지금도 구단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조만간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KBO에서 입장 정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 소속 선수인 강정호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지금은 자숙하고 훈련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잘못을 저지른 선수라 WBC를 입에 올리기도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김인식호’는 메이저리거 없이 WBC대회를 치를 수도 있다. 2013 WBC대회에 추신수, 류현진이 모두 빠진 상태였는데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걸 떠올린다면 김인식 감독의 근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은 무슨 전화 받기가 겁난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해외파뿐만 아니라 (김)광현이도 팔꿈치 수술 받는다고 하지, (이)용찬이랑 (정)근우는 이미 수술을 받았지, 정말 정신이 없다. 28명의 최종 엔트리 명단을 발표한 후 합류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어서 큰일이다. 더욱이 음주운전한 선수까지 있으니. WBC 대회조직위원회에 대표팀 명단 제출 마감 시한이 2월 6일이다. 1월 중순 이후엔 기술위원회를 소집해서 명단을 다시 정리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앞으로 최종 엔트리 명단에서 이탈자가 더 나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지만 현재 이탈했거나 이탈 예정인 선수들이 모두 주전 선수들이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김 감독은 도박 사건으로 KBO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오승환의 불참이 못내 아쉽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리고 해외파들이 모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그 상황에서 대표팀을 새로 구성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도 첨부했다.
2017 WBC대회 A조에 속한 한국은 이스라엘, 대만, 네덜란드와 예선전을 치른다. 가장 ‘복병’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다수 참가할 예정인 네덜란드. 김 감독은 최근 일본에서 열린 일본과 네덜란드의 평가전을 직접 관전한 바 있다. 네덜란드가 일본에 패하긴 했지만 네덜란드의 전력이 탄탄해 보였다고 말하는 김 감독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네덜란드 대표팀에 더 합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김 감독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예선전부터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