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가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되며 큰 피해를 낳고 있다.
AI 전문가인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20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H5N6형이 기존에 개발된 백신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날 농림축산검역본부의 “H5N6형은 올 겨울 백신 접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날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I 백신 항원은행’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H5N6형은 이번에 유입됐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결정되더라도 최소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당장 접종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4월 이후가 되는데, 역대 AI 상황을 보면 겨울 철새가 한반도를 떠나면 AI 상황도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지난 2014년 H5N8형이 유행했을 당시 H5 백신이 개발됐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H5N6형도 같은 H5 유형이라 앞서의 백신으로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H5N8형과 최근 확산되고 있는 H5N6는 같은 H단백질을 가지고 있고, N단백질만 다른 바이러스로 구성돼 있다”며 “그러나 AI의 병원성을 결정하는 것은 거의 98% 이상이 H단백질이다. 따라서 앞서의 H5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들의 병원성은 거의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미 중국에서 발표된 바 있으며, 충남대 연구팀에서도 실험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는 세계동물기구(OIE) 기준으로 AI 바이러스 단백질인 ‘H’는 최대 18가지, ‘N’은 최대 11가지로, 이론상 총 198가지의 AI 바이러스가 조합될 수 있어 AI 백신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해 왔는데, 서 교수는 이러한 설명이 과학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서 교수는 또 백신 개발-제작-접종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린다는 정부의 설명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체에 사용된 신종플루 백신도 두 달 만에 한 업체에 의해 공급됐다. 국내에만 5개의 동물백신 업체가 있어, 의지만 있다면 백신 제작‧공급까지 한 달 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 교수의 이러한 지적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앞서의 발표에서 “백신 관련 내용을 내부적으로 논의는 했지만, 접종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는 어떤 타이밍에서 시행하겠다는 게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연구 권위자로,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신종플루 인체 백신을 개발했다. 지난 3월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살아 있는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표본을 분양받아 백신 개발에 착수한 뒤, 최근 질병관리본부에 연구 결과를 전달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