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경찰에 접수된 리벤지포르노 관련 피해 상담 신고건수는 1143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의 약 90%는 여성. 놀라운 건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가 무려 20%에 달한다는 점이다.
미타카 살인사건 범인 이케나가 찰스 토머스는 필리핀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높아진 건 3년 전 발생한 ‘미타카 스토커 살인사건’이 계기였다. 2013년 10월 도쿄도 미타카시. 여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한 여고생이 자택에서 무참히 살해됐다. 범인은 21세의 남성으로 두 사람은 한때 교제하던 사이로 밝혀졌다. 범인은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말한 데 대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더구나 범행 직후 피해자와의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해 파문을 일으켰다.
재판 과정에서도 범인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태연했다. 심지어 “그녀를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살해했다” “(성적인 사진과 동영상 유출은) 그녀와 교제한 것을 대중에게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귄 사실을 반영구적으로 남기고 싶었다”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이에 검찰은 “범인이 여고생의 목과 복부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며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한 데다 사생활 동영상을 유출시켜 피해자의 명예까지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학대로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면서 “징역 15년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관련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심과 2심 모두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기징역 상한선인 징역 2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인 측은 판결에 불복, 항소한 상태다.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리벤지포르노’의 심각성을 알리고,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는 데 일조했다. 일본인들은 “동영상 유출이 피해자를 두 번 죽인 격이 됐다”며 크게 분노했다. 또 세간에 동영상 유출 공포가 확산되면서 “리벤지포르노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마침내 2014년 11월 ‘사생활성적동영상피해방지법’이 통과됨에 따라 처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리벤지포르노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변호사 나카자와 유이치 씨에 의하면, 형사와 민사 양쪽에서 모두 진행이 가능하다. 먼저 형사처벌의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리벤지포르노 화상을 제공한 사람은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민사에서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기 때문에 위자료 3000만 원가량을 청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악플이나 비방글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경우 위자료가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에 판결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리벤지포르노는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타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자보다 고액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리벤지포르노 방지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해마다 관련 범죄가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경찰청의 발표를 보면, 2015년 리벤지포르노 피해자는 여성이 1041명으로 전체 신고상담 건수(1143건)의 91.1%를 차지한다. 남성 피해자도 102명 있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피해자가 4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가 257명, 10대인 미성년자 피해자도 223명이나 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아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리벤지포르노가 무서운 건 피해가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화상은 전 세계로 무차별 확산된다. 음란사이트에서 악용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사실상 모두 삭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피해를 막으려면 음란영상을 ‘찍지 않는다’ ‘전송하지 않는다’가 기본. 그러나 모르는 사이 촬영되거나 도촬당하는 경우도 있어 100% 막기는 어렵다. 누구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찰청 생활안전과 소속인 마키 치아키 씨는 “발표 자료에서 보듯 피해자는 꼭 젊은 여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며 “교제 중이라도 싫은 건 싫다고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고, 그래도 불안이 가중될 땐 경찰에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을 탓하고, 두려움에 떨 필요는 전혀 없다. 잘못한 것은 가해자다. 경찰에 대한 상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일본 경찰청은 지난 3월 리벤지포르노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포털사이트를 오픈해 운영 중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미타카 여고생 살인범’ 그는 왜 악마가 되었나 엄마는 육아포기 아빠는 아동학대 ‘미타카 스토커 살인사건’의 범인은 어릴 적 부모의 가혹한 학대가 인격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의 육아포기, 아버지의 거듭된 폭력행위가 그를 인격 장애를 앓게 했고, 감정이 내키는 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살인범으로 키워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유명 논픽션작가 이시 고타는 최근 <현대비즈니스 온라인>에 ‘리벤지포르노 사건으로 짚는다. 학대는 미래의 범죄를 낳는가?’라는 글을 실어 가정학대와 범죄의 연결고리를 파헤쳤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 중 72.7%가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물론 학대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가정학대가 있었고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됐다. ①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성격 ②앞날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일회성 행동 ③커뮤니케이션 능력 결여와 그에 따른 감정폭발 ④뒤틀린 애정관 등이다. 이에 대해 이시 고타는 이렇게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학대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아이들은 자신은 물론 타인, 사회, 미래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다. 그래서 폭력을 휘두르고 음해하는 것이다. 인간성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근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극형에 처해 끝날 문제가 아니라 인격 장애를 교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사건은 반복해서 일어날 뿐이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