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와 이효리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혼자 꾸밀 수 있는 몇 안되는 여성 솔로로 평가받는다. 1992년 데뷔한 엄정화와 1998년 그룹 핑클로 활동을 시작한 이효리의 경력으로 보면 ‘중견 가수’로 나눠야 하지만 트렌드를 만드는 속도, 감각적인 음악과 무대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음반을 내놓게 된 엄정화와 이효리는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다. 엄정화는 몇 차례 “후배 이효리로부터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효리 역시 그룹이 아닌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롤모델로 엄정화를 꼽아왔다. ‘한국의 마돈나’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엄정화를 향한 존경의 뜻을 밝히기도 여러 번. 때문에 이들의 출사표는 단순한 경쟁 구도라기보다 연말, 연초의 가요계를 풍성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 새 음반 도우미들 면면 화려
엄정화는 12월 27일 정규 10집 앨범 <구운몽>을 내놓는다. 엄정화가 2008년 발표한 <디스코>에 이어 8년 만에 내놓는 이번 앨범은 9개의 꿈을 각각의 곡에 덧입혀 해석하는 내용으로 완성했다. 오랜만의 음반 활동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 완성도를 높였다.
엄정화는 8년 만에 정규 10집 앨범 ‘구운몽’을 내놓는다. 앨범 활동을 알리는 엄정화 트위터.
음악적 욕심이 남다른 엄정화는 최고의 노래와 무대를 보이기 위해 오랜 시간 앨범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자신이 몸담은 매니지먼트사는 키이스트이지만 앨범 작업만큼은 윤종신이 이끄는 회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했다. 대중음악에 특화한 회사와의 작업으로 전문성을 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엄정화의 이번 앨범을 위해 대중음악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다고 봐도 된다”며 “빈틈없이 완벽을 기하려는 엄정화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년 만에 복귀하는 이효리도 자신에게 적합한 회사부터 만났다. 11월 김형석 작곡가가 설립한 키위미디어그룹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에는 김도현 작곡가도 소속돼 있다. 이들 작곡가는 이효리를 솔로 가수로 성공하게 해준 음악가들. 특히 김도현 작곡가는 이효리의 솔로 데뷔곡 ‘텐미닛’을 만든 주역이다.
이효리는 2017년 초 발매를 목표로 현재 작업을 하고 있는 새 앨범에 담을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음악적 역량을 키워온 그는 이번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로도 나선다. 이미 2013년 앨범에 수록한 자작곡 ‘미스코리아’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효리는 결혼 뒤 음반 활동을 잠시 중단했을 때도 음악 공부와 작업은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인 작곡가 이상순의 영향도 간과하기 어렵다.
# SNS 홍보전 등 장외대결 치열
이효리는 음반 발표를 앞두고 한동안 중단했던 SNS 활동을 재개했다. 이달 중순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신설해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나 드라이브를 하는 사진 등을 공개하고 있다. 그런 이효리의 일상적인 모습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팔로어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실 이효리는 SNS 활동에 적극적인 스타로 통했다. 트위터를 통해 꺼내는 그의 발언은 늘 화제가 됐고 결혼 뒤 제주도 생활을 알리는 블로그 역시 연일 이슈를 모았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체적으로 2015년을 ‘안식년’으로 정한 뒤 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 활동을 중단했다. 그런 이효리가 음반 발표를 앞두고 가장 먼저 SNS 활동을 재개해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효리는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한동안 중단했던 SNS 활동을 재개했다. 이효리 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엄정화는 이효리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최근 글과 동영상, 사진 등을 나누는 페이스북 채널을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SNS 활동을 활발히 한 편은 아니었지만 음반 발표를 계기로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표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발표한 앨범 <디스코>로 활동할 때는 시상식 무대나 쇼케이스 등을 통해 음반을 알렸지만 이번에는 그 행보가 광범위하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배우들의 ‘엄정화 지지 선언’이다. 정우성과 황정민, 김혜수가 이에 참여했다. 이들은 전부 엄정화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유명 배우들이 가수의 앨범 발표를 직접 알리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다. 그것도 릴레이 홍보전에 동참해 눈길을 끈다.
특히 김혜수는 “내 청춘의 디바”라며 “90년대 전세계가 마돈나에 열광하던 시절 우리나라에는 엄정화가 있어서 부럽지 않았다”고 했다. 또 “몇 년 전 엄정화가 건강상 이유로 큰 수술을 받았지만 힘든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해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에 눈물이 날 만큼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이면서 대중의 시선이 엄정화를 향하도록 돕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