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을 부리다 케이블 타이에 손목이 묶인 임 씨. 사진=제보 영상 캡처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에 따르면 임 씨는 지난 9월에도 비슷한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의 기내 불법행위 이력을 알고도 다시 예약을 받아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이번 사건을 포함 최근 발생한 기내 불법행위가 대부분 비즈니스 석에서 발생해 대한항공은 “VIP 고객은 진상 부려도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승무원과 임 씨를 포박하는 데 일조한 리처드 막스는 현장 사진과 함께 “나와 동승했던 한 정신 나간 승객이 기내 승무원과 승객을 공격했다. 승무원 1명과 승객 2명이 다쳤다. 여자 승무원 그 누구도 ‘사이코’를 제지하지 못했다. 나와 다른 남자 승객이 힘을 모아 그를 좀 가라앉힐 수 있었지만 이내 그는 나와 남자 승객의 만류를 뿌리친 뒤 또 다시 승무원과 승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승무원 교육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았다. 심각하게 번질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장비 역시 전무했다. 대한항공은 승객이 나서지 않아도 이런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사건 직후 “리처드 막스의 주장은 과장됐다. 회사는 매뉴얼대로 상황을 조치했다“며 ”기내 승무원들은 대응 규정에 따라 난동 승객을 제압하고 포승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한항공 승무원 등 탑승했던 관계자는 기내 불법행위 매뉴얼대로 처리했다. 임 씨는 케이블 타이로 양손이 포박돼 다른 승객과 격리조치 됐다. 한 승무원이 테이저 건까지 뽑아 들었으나 사용할 순 없었다고 알려졌다. 승객 일부가 승무원을 도와 임 씨를 말리는 등 임 씨와 근접해 있어서 추가적인 사고 발생 소지가 있었던 탓이다.
대한항공의 기내 불법행위 대처 매뉴얼에 따르면 불법행위 발생 시 1차로 구두 경고를 내린다. 경고에도 불법행위가 지속될 경우 경찰에 불법행위자를 인계한다. 만약 비행 중 경고를 했는데도 해당 승객이 이를 무시하면 사무장 등 관계자는 기내에 비치된 보안장비를 사용해 불법행위자를 구금 조치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에 케이블 타이와 포승줄, 테이저 건 등을 마련해 놨다. 1년에 1회 기내 불법행위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
하지만 항공사 관계자 대부분은 입을 모아 극한의 상황이 치닫기 전에는 장비 사용이 사실상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솔직히 테이저 건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쐈다가 승객이 다칠 수도 있다. 나중에 술 깨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과잉 진압으로 불똥이 튀면 승무원이 다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테러처럼 극한의 상황 아니면 사실상 쓰기 정말 힘들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내 불법행위를 단 한 번이라도 저질렀던 승객은 예약 단계부터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력이 심한 탑승객이라면 당연히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대한항공의 이런 해명과 달리 내부 직원은 실제로 예약 거부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대한항공은 실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해 통제가 되지 않는 고객을 추려 놓는다. 하지만 탑승자 명단에 ’Unruly’라고 따로 표기할 뿐 탑승을 거부하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를 자주 하니 잘 알아두라’ 정도만 이야기한다. 그냥 꾹 참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의 기내 난동은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대한항공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기준 166건, 2016년도 상반기에는 181건이나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기내 불법행위를 강력히 조치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항공사에선 사후약방문식 대처만 일관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문제 소지가 될 만한 고객을 애초에 탑승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기내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난동 부린 임 씨는 두정물산 대표 아들...’갑질‘ 논란 처음 아니야 기내에서 난동을 피운 임 씨는 두정물산 대표의 아들로 드러났다. 또 다시 ’금수저‘의 안하무인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두정물산은 1984년 설립된 회사로 화장품 솔 등 미용 관련 용품을 제조해 샤넬과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에 납품하는 글로벌 중소기업이다.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임 씨는 대표인 아버지를 대신해 베트남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 직접 경험을 알리는 웹사이트 ’잡플래닛‘에 따르면 두정물산은 야근 수당 미지급과 근무 중 인격모독 등 부정적인 의견으로 가득하다. 특히 경영진이 직원을 기계 부속품처럼 취급한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두정물산은 지난 2014년 중국 공장으로 파견된 한국 직원이 중국 직원의 뺨을 때리는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를 두고 “‘갑질’이 조직 전체의 경영 이념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