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2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폐쇄된 개성공단에 적막함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폐쇄 전 개성공단을 통해 남측으로부터 연간 벌어들이는 임금액은 약 9000만 달러 정도였다. 물론 북한의 경제규모를 놓고 볼 때 이는 적잖은 금액이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외화를 직접 만질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수입원이었다는 점도 메리트였다. 다만 이 금액은 북한 경제를 좌지우지할 규모는 아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입은 피해는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는 오히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은 북한이 외부(남측)와 공식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유통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주요 실적이었다. 이는 또 다른 외부와의 교류를 함에 있어서 신용의 잣대로 작용해왔다. 북한 당국에선 고정적인 수입원이 막혔다는 것보단 오히려 공단 폐쇄로 인해 북한 정권의 해외투자보호 관련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러한 국제신용 하락 문제는 최근 UN의 대북제재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은 폐쇄된 개성공단 내 생산시설을 동결했고, 이 자산 처리를 위한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됐던 시기가 지난 2월 공단 폐쇄 시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당국은 이미 2013년 4월 1차 폐쇄 당시부터 개성공단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해왔으며 실제 이와 관련한 여러 움직임이 존재했다.
2013년 4월 23일,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를 명령했다. 남측은 결국 5월 2일 미수금 문제로 잔류한 마지막 7명의 근로자까지 포함해 남측 인력 전원을 철수시켰다. 당시 개성공단 폐쇄는 공장 가동 9년 만에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북한 당국은 실질적인 자산 동결까지 가진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름대로 영구적 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던 상황이었다.
2013년 6월, 북한 당국의 요구로 남북 양측의 대화가 재개됐고 8월 14일 공단 재개가 극적으로 타협됐다. 실제 공단은 9월 16일 다시금 재개됐다. 약 5개월간의 공단 폐쇄 기간 동안 북한 당국은 남측과의 대화를 지속하면서도 또 다른 대안을 모색했다.
필자가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 1차 폐쇄 직후 홍콩의 한 유명 금융회사를 통해 중국 자본에 손을 뻗쳤던 것으로 확인된다. 애초 북한은 중국 기업들을 유치해 개성공단 내 생산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의 몇몇 기업들은 앞서의 홍콩 기업을 연결고리로 북한에 들어와 개성공단의 활용 가치에 대한 타산성 조사를 진행했다.
필자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여기에 홍콩의 금융회사 A 기업 간부인 쉬 아무개 총경리(중국 기업의 직책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해당)가 있었다. 쉬 총경리는 중국 본토 항저우와 푸젠의 일부 자회사들을 내세워 개성공단에 타산성 조사 대표단을 실시했다. 쉬 총경리는 자회사 인사들은 물론 자신의 서기까지 직접 보내 조사에 참여토록 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개성공단의 활용을 두고 다방면의 시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쉬 총경리의 실사단은 에너지원 자급 비용을 타산해봤지만, 공단의 싼 인건비라는 이익을 극대화 하더라도 효율성 면에서 비합리적인 투자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앞서의 중국 기업들은 북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시기 북한 당국은 러시아 측에도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와 북한은 이 시기 이미 여러 가지 사업적 협력을 두고 농밀한 대화가 오갔던 시점이었다. 특히 러시아 측에서는 시베리아 철도 연결과 가스관 연결 사업을 두고 북한의 협조가 필요했고, 김정은 역시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이었다. 필자가 입수한 당시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북한은 러시아의 사업적 협력 과정에서 ‘개성공단 투자’ 카드를 명시적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러시아 측 역시 앞서 중국 기업이 그랬듯 타산성의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물론 여기에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던 러시아 내부 경제적 상황과도 적잖게 연결됐던 모양이다.
제3국의 직접적인 공단 진출이 여의치 않자 북한 당국은 그해 7월을 기하여 설비 해체 후 수출을 꾀하려 시도했다. 일부는 기존의 해외 및 국내 기존 설비가 공단으로 들어간 경우도 있었지만, 입주기업들 상당수는 설비를 신설한 케이스였다. 북한 입장에서 외부 자본 투자가 어렵다면 기존 시설 해체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여러모로 설비 수출을 모색했고 몇몇 중국 기업들과 타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UN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적잖은 부담감을 안게 됐다. 최근 북한과 거래한 중국 흥샹그룹의 계좌가 동결되는 등 실례에서 알 수 있듯 국제사회의 보복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내 설비 수입을 타진했던 당시 몇몇 중국 기업들도 이를 철수했던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설비 수출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
다만 개성공단의 인적자원은 2016년 5월을 기점으로 수출이 활발하다는 소식이다. 오랜 기간 남한의 선진화 된 기술을 전수받은 북한 숙련공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활발한 임가공 업체들에 북한의 개성공단 출신 숙련공들이 비숙련공들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고 국경을 넘고 있다. 그나마 개성공단 폐쇄 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이러한 인적자원이 거의 유일한 셈이다.
또한 최근에는 공단 내 복수의 첨단설비가 북한 군수산업 공정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확인이 아직 안 되고 있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북한 당국과 김정은은 앞서 2013년 1차 폐쇄 이후 현재까지 잔류 설비를 포함한 개성공단 동결 자산의 활용을 두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북한 당국은 공단 재개를 포함해 다방면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 당국 역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개성공단 출신 근로자들 ‘협업 통해 자체적 생산’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우리 입주 기업뿐만 아니다. 공단을 삶의 터전 삼아 일했던 북한의 개성공단 근로자들 역시 생활에 직격탄을 맞았다. 북한 내 다른 직장에 비해 비교적 높은 임금과 처우를 받아왔던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특히 큰 빚을 내 공단에 들어온 근로자들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최근 북한 내부 소식에 따르면 이러한 공단 근로자들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공단 출신 근로자들의 ‘협업’ 작업이다. 개성공단 출신의 근로자들은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부는 숙련공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이 지닌 브랜드는 이제 북한에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이러한 숙련공 근로자들은 일부 자본가들의 투자로 조악하지만 생산이 가능한 자체 설비를 공급 받는다. 이 설비를 통해 자신의 기술력을 활용해 ‘개성공단’ 브랜드의 공산품을 생산한다. 실제 개성공단 제품은 아니지만 근로자들의 기술력이 결합한 해당 제품들은 북한 시장에서 제법 많이 팔린다는 후문이다. 이것이 최근 목격되고 있는 개성공단 출신 일부 숙련공들의 자구책이고 현상이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