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단장 출신인 조태룡 강원FC 사장은 좋은 선수들이 모였으니 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강원FC는 2016 K리그클래식 MVP 정조국을 비롯해 이근호, 오범석, 김승용, 황진성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포함해 포지션별 국내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2009년 도민구단으로 K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강원FC가 이처럼 K리그 이적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런 선수 영입이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름을 대면 쉽게 알 만한 스타플레이어 2명이 강원FC와 접촉 중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배경에는 넥센 히어로즈 단장 출신인 조태룡 대표가 존재한다. <일요신문>에선 조 대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강원FC의 행보를 짚어봤다.
조태룡 대표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9년 위기에 처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단장을 맡게 된 이후부터였다. 조 대표는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와 함께 5년여 만에 매출 200억 원대의 흑자 신화를 이끌었고, 구단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시켰다. 그런 구단을 조 대표는 스스로 박차고 나왔다. 인생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8개월 전 히어로즈를 떠나 한 번도 인연을 맺은 적이 없었던 축구단, 그것도 도민구단 수장으로 변신을 꾀했다. 대학 졸업 후 제조업과 무역업에 종사했다가 금융업에서 야구단 단장으로 전공 분야를 달리했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조 대표가 처음 강원FC를 맡을 때만 해도 구단 재정 상태가 ‘말기 암’ 수준이었다. 조 대표의 선택은 위험한 도박처럼 보였지만 그는 기자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야구단과 축구단 운영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강원FC 구단을 운영한지 1년도 채 안됐지만 이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겠나.
“그동안 인생의 변화를 이룰 때마다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을 했었다. 모두 여섯 번 정도 영역 변화를 이룬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그 분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야구와 축구단 운영의 차이는 분명 있다. 그러나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시킨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오히려 넥센 시절에는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조력자, 2인자의 신분이었다. 이장석 대표가 앞에서 이끌어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의사결정권자라 내 색깔을, 스타일을 구단에 입히는 재미가 있다. 매일 하는 야구와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축구의 콘텐츠는 다르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을 지켜본다면 축구는 골 결정나는 상황을 즐기고 기쁨을 만끽한다. 내 성향은 축구 쪽에 가깝다. 그래서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K리그 겨울 이적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강원FC의 선수들 폭풍 영입에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공존한다는 걸 알고 있나.
“왜 모르겠나.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많은 목소리들을 접하는 중이다. 그런데 우려의 시선은 타 팀 팬들이 보내는 것 같다. 강원FC 팬들은 기대와 확신을 갖고 있다. 내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신뢰를 보낸다. 우리가 2부리그 7위를 했을 때는 티켓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다 클래식으로 승격하니까 전화가 오기 시작하더라. ‘아, 성적이 중요하구나’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한 건가. 정조국, 이근호, 오범석, 문창진 등 몸값이 많이 나가는 선수들의 이적료와 연봉은 어떻게 충당하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2, 3년 계약을 맺었다. 수십억 원이 오가는 이적료는 완납이 아닌 할부 지급한다. 1월 3월 5월 등으로 분납해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처음에는 선수들 이적이 쉽지 않았다. 아무리 우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강원이기 때문에’ 눈도 꿈쩍하지 않더라. 그럼에도 계속 만났다. 만나면서 신뢰를 쌓았고, 결국엔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손을 잡아줬다. 선수들 모두 강원FC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좋은 선수들이 모여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이룬다면 강원은 1년 안에 명문팀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리고 사업하면서 돈 걱정하고 시작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챌린지 무대를 누빈 2016년 강원FC 예산이 65억 원가량이었다. 최근의 선수 영입을 고려하면 2017년에 200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3배 이상의 예산이 늘어난 상황에서 최근 강원랜드와 80억 원 이상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흥미로운 건 강원랜드 측이 이후 이 보도를 전면 부인했고, 2017년도 지원은 기존 지원 수준인 20억 원가량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랜드로부터 지원받는 스폰서 액수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인 부분이라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가 어렵다. 대신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께서 강원도와 축구를 많이 사랑하신다는 걸 믿고 싶다. 이런 부분도 우리보다는 타 팀들이 더 걱정하는 것 같다.”
―축구가 재미있으려면 좋은 선수들이 뛰어야 하고,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있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좋은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보이면 팬들은 축구장으로 몰려들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강원FC의 행보는 분명 유의미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처음 축구단을 맡을 때 그렸던 그림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야구단에서도 그랬듯이 축구단에서도 우리가 하는 움직임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그래서 신기해하고, 의아해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 할수록 축구단 운영이 내 삶의 미션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강원FC가 추구하는 방향이 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팀에선 우리를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난 지극히 정상적으로 팀의 미래를 위해 뛰고 있다. 나도 이전엔 대기업에서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포츠단에 갖는 인식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대기업의 스포츠단 투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기업들이 스포츠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사업 투자의 수익률이 높다는 인식이 없는 한 현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지자체 도시민 구단들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건 경험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어떤 경험을 말하는 건가.
“처음 축구단에 왔을 때는 경영을 정상화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구단의 재정 상태가 심각한 위기에 있었고, 소송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헛웃음이 나올 만큼 황당한 일들이 많았다. 그걸 정상화하는 데 3, 4개월 밖에 안 걸렸다. 경영이 안정되니까 선수단이 힘을 냈고 경기력에 탄력을 받았다.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강원FC가 클래식에 승격해서 ACL 진출을 목표로 잡을 거라 누가 생각했겠나. 클래식 진입을 2017년 시즌 정도로 예상했는데 2016년 경사가 생겼고, 내게 주어진 3년이란 임기 내에 재미있는 축구를 해보려면 공격적으로 구단 운영을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설명에도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축구인들이 있다.
“당장 강원FC가 망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초창기엔 한 달에 20억 원이 필요했다. 그걸 맞춰가며 구단 운영을 배웠다. 축구는 야구보다 심플한 면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상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내용이다. 이근호, 정조국 외에 더 비싼 몸값의 선수를 영입 대상에 올려놨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인가.
“혹시 외국인 선수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기존의 외국인 선수들과는 다른 형태의 선수를 영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해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를 염두에 둔 내용이었다.
“일단 우린 2017년에 정조국을 2년 연속 MVP와 득점왕에 오르게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다른 선수 영입에 대해선 지금 뭐라고 해줄 말이 없다.”
―2017년 시즌부터 홈 경기장 좌석을 세분화하고 지정좌석제를 도입하면서 티켓 가격을 대폭 인상시켰다.
“이건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티켓 가격을 올렸다기보단 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기획한 내용이다. 강원FC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시즌권을 구입할 텐데 시즌권 구매 시기에 따라 가격을 세분화했고, 구입 시기에 따라 할인폭에 차이를 뒀다. 즉 연간회원권을 끊은 팬들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경기를 볼 수 있지만 가끔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모두가 구단의 주인이란 자부심을 갖고 강원FC와 함께 가길 바란다.”
조태룡 대표는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 타워 축구장이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축구만 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행 온다고 생각하고 축구장을 찾았으면 좋겠다”면서 “스키 점프대 꼭대기에 올라가 축구장을 내려다보면 세상이 아름답고 환상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강원FC를 보는 축구인들의 반응은? “위험요소 있지만 선수들 선택 믿는다” 강원FC의 광폭 행보에 대해 축구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먼저 에이전트 A 씨의 설명이다.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강원FC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승팀인 FC서울도 소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전북과 울산을 제외하곤 대부분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그런 점에서 강원FC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에 위험 요소는 분명히 자리한다. 이런 과감한 투자가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성적이 뒷받침된다면 K리그의 흥행과 재미에 큰 역할을 하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F리그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축구 감독 B 씨는 “강원FC의 가장 큰 스폰서가 강원랜드인데 강원랜드 외의 다른 기업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겠느냐”고 의문점을 나타냈다. “강원도는 기업이 많은 지역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스폰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조태룡 대표의 아내가 변호사라고 알려졌는데 집안의 도움을 받는지도 궁금하다.” 대표팀 출신의 축구 선수 C는 그럼에도 강원FC로 선수들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그냥 강원FC로 가진 않았을 것이다. 몸값, 축구하는 환경, 계약 이후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선택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선택을 믿고 지켜보고 싶다. 도민 구단이 덩치가 커진 선수단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선수들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에이전트 A 씨는 행여 강원FC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임금 체불과 같은 일을 겪는다고 해도 선수들한테는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 체불로 3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FA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