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트북 썼다”···태블릿PC 논란 부추기나
“박근혜-최순실 책임공방 확전되나” 박근혜 대통령(좌)과 ‘비선실세’ 최순실(우).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일요신문]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최순실을 직접 만났다. 국조특위는 26일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수감동에 진입해 최순실과 2시간 30분 가량 비공개 접견을 가졌다. 당초 국회 청문회 불출석으로 구치소청문회를 강행했지만, 이마저도 여유치 않자 김성태 국조특위원장 등 일부 의원이 최 씨를 직접 만난 것이다.
최 씨는 시종일관 의원들의 질문에 대체로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법원 등에서처럼 혐의를 부인하거나 즉답을 피하는 것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최 씨의 딸인 정유라에 대한 언급 부분에선 눈물을 보이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최 씨의 비공개 접견에 참석한 의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최순실을 들여다봤다.
최순실은 자신의 현 상태가 심신이 너무 어지럽고 심경이 복잡한 상태라는 입장을 가정 먼저 보였다. 최 씨는 “국민들께 여러 가지 혼란스럽게 한 점 죄송하다”라고 하면서도 직접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우선 최 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와 관계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변했으며,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본인이 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검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선 최 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의해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란 부분이 돼 있어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검찰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과 여러 가지 사안에 있어서 공모 관계로 기소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록히드마틴 등 방산비리 연루설과 박태환 관련 의혹 등에는 록히드마틴이 뭔지도 모르고 박 씨와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역자로 지목되고 있는 안종범(맨왼쪽부터) 우병우 정호성 김기춘.출처=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 최순실 “도리어 나를 원망한다”
이어 최 씨는 청문회 위증 논란으로 확전된 태블릿PC 사용 의혹과 관련해선 “태블릿PC가 아니라 노트북이었다. 2012년에 태블릿PC를 처음 봤고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하지 못했다. 태블릿PC는 워드가 안 쳐지지 않나. 그래서 더더욱 안 쓴다고 검찰에도 진술했다. 검찰에 (태블릿PC)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 안 보여주더라”고 밝혀, 새누리당내 태블릿PC TF팀 구성과 연관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행보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일도 기억 안 나는데 2014년 4월 16일이 어떻게 기억나나”며, 짜증 섞인 말투로 진술했다.
독일 검찰 등이 돈세탁 관련 수사에 들어간 부분에 대해선 “황당하다. 독일에 돈 한푼 없다”고 답한 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그럼 8000억 원 등이 발견되면 국가에서 몰수해도 되냐고 되묻자, “있으면 몰수하라”고 답했다.
또한, 최 씨는 자신은 지금껏 신나게 살지 못했다. 요즘엔 밤에 늦게 들어가고 새벽에 일찍 나와 심신이 피로하다며 자신의 심경과 근황을 소개했다.
# 최순실 ‘자괴감 든다’는 박 대통령보다 딸 정유라 걱정에 눈물도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보다 딸 정유라가 더 심란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정유라(좌)와 박근혜 대통령(우)=연합뉴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에 대해선 “우리 딸은 이대에 정당하게 들어갔다”고 당당히 밝혔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과 딸 정유라 중 누가 더 심란할 것 같냐라는 한 의원의 질문에 “딸(정유라)”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의원이 국민은 종신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몇 년 형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을 하자 최 씨는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나라에 혼란을 끼쳐서 죄송하고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슨 잘못을 했냐라는 질문에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등에 중요한 단서로 지목된 프로포폴 등의 관련 의혹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했다. 최보정(환자란에 기재된 생일이 1956년 2월 2일로 박 대통령으로 지목되고 있는)이란 가명 관련 질문에는 화장실에 가야한다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수십 년 인연이고 대통령 당선에도 기여한 최 씨를 지칭해 국정에 1%도 기여하지 않았고 시녀같이 심부름하던 사람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선 최 씨는 당황하며, “그런 소릴 했나? 처음 듣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박 대통령과의 호칭은 “내가 유치원 원장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나를 ‘최 원장’으로 부른다. 나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까진 ‘의원님’이란 호칭을 썼다. 대통령 당선 후엔 ‘대통령’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하태경 의원이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있는 것 아니냐”란 질문에는 “대통령에 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복잡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밖에도 최 씨는 삼성 지원과 최태민 사망, 정윤회 관련 등 모든 혐의에 대해선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 안종범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걸 계획 지시” vs 정호성 “최순실이 국정농단”
한편, 이날 국조특위 의원들은 국회 청문회 증인 불출석 뒤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구치소청문회에서도 출석을 거부당하자 수감동을 직접 찾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 씨 접견이 성사됐다. 한때 구치소에서 최 씨에 대한 격렬한 보호조치 관련 의원들과의 마찰과 소동이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와 법무부가 최 씨를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날 구치소청문회에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국정농단 몸통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의 책임”으로 증언하는 모습을 보여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간의 책임공방으로 논란이 확전될 움직임도 관측되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최 씨 간의 공모혐의에 대해서 모두 부인한 점은 흥미롭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 씨의 비공개 접견 진술은 사진기자 등 언론과 녹취 없이 진행되어 최 씨의 위증여부도 점쳐지는 가운데 최 씨 등 관련자의 특검과 법원에서의 진술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