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경마을은 6개월간 춥다. 산정상에 마을들이 이어지고 척박한 땅에 감자, 옥수수, 고구마 등을 재배한다.
미얀마는 다섯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인도, 중국, 방글라데시, 라오스, 태국입니다. 중국과 태국은 국경의 육로가 열려 오갈 수 있지만 다른 나라는 아직 닫혀 있습니다. 지금 이 마을은 인도와 접해 있습니다. 불법이지만 오래전부터 농산물을 팔러 국경을 넘곤 합니다. 인도 미조람의 마을들은 이 부족사람들과 언어도 비슷하고 외모도 비슷합니다. 국경으로 갈라졌지만 같은 조상이고 같은 부족이라고 합니다. 국경마을은 척박한 땅입니다.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와 사과 등의 농사가 고작입니다. 장작을 패서 내다팔기도 합니다. 마을들은 수천 미터 되는 산속에 깊이 들어가 있습니다. 뚝뚝 떨어져 옹기종기 모여 삽니다. 이렇게 외진 마을이 인도 국경에 수백 개가 있습니다.
너무 가난하고 추운 지방입니다. 6개월간 춥다고 들었는데 제가 믿질 못했습니다. 선물을 털모자, 장갑, 목도리, 겨울양말 같은 것을 가져와야 했습니다. 미얀마 군부통치 시절, 이 지역의 많은 남자들이 사라졌습니다. 주변국가로 떠난 것입니다. 소수부족에 대한 인종차별, 종교적인 박해, 기초생활에 대한 유린이 있었습니다. 가난과 차별을 이기지 못해 난민으로 떠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엄마들만 남은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니 엄마들을 만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마을이 깊은 산중에 있어 다 찾아다니려면 보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은 찾아가고 먼 곳은 마을에 연락하여 오시라고 했습니다. 자식들을 돌보는 선생님을 본다고 엄마들이 먼 길을 걸어서 왔습니다.
국경마을의 엄마들이 먼 길을 걸어왔다. 왼쪽부터 친피 엄마, 삐약리안 엄마, 빠우보이 엄마, 하데니앙 엄마.
오후에야 엄마들이 하나둘 왔습니다. 카이렉 엄마, 빠우보이 엄마, 삐약리안 엄마, 망루 엄마, 친피 엄마, 씨엔룬 엄마, 싼룬 엄마, 하데니앙 엄마 등입니다. 오전 내내 각 산골짝 마을에서 몇 개의 산을 돌아 내려왔습니다. 친피 엄마는 아보카도 과일 자루를 머리에 이고 8시간 걸려 왔습니다. 겨울 땔감인 장작을 패서 등에 지고 온 엄마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엄마들을 본 지가 5년에서 8년쯤 되었습니다. 엄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화도 편지도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모두가 남루한 모습에 그을린 얼굴로 제 손을 잡습니다. 그중에서도 한 엄마의 얼굴이 아주 슬픈 모습입니다. 삐약리안의 엄마입니다. 그 캄캄한 산골에 혼자 삽니다. 외아들이 얼마나 보고싶었을까요. 하데니앙 엄마는 너무 일을 많이 했는지 얼굴이 까맣게 탔습니다. 제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학생들의 얼굴과 학교 다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함께 노래 부르는 밝은 모습들을. 그리고 엄마들에게 설명해줍니다.
친피 어머니, 친피는 음악을 아주 좋아하고 재능도 있어요. 키보드 치는 모습입니다. 2017년 3월엔 시험을 쳐 음악대학에 꼭 갈 겁니다. 하데니앙 엄마, 니앙은 이번에 수석으로 졸업하고 원하던 의대에 가게 될 거라고 담임선생님이 말했어요. 기쁜 소식이 있을 겁니다. 삐약리안 엄마, 슬퍼하지 마세요. 리안은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밝고 건강하게 지냅니다. 이건 엄마를 위해 쓴 시입니다. 다 컸어요. 씨엔룬 엄마, 룬은 공부도 잘하고 중학생이지만 한국으로 유학갈 꿈이 있어 한국어를 아주 잘해요. 이 사진은 제가 한국에 가고 없을 때, 룬이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장면이랍니다.
이윽고 씨엔룬 엄마가 흐느끼며 울고맙니다. 딸이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엄마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제가 녹음을 합니다. 엄마들이 쓰는 육성편지입니다. 저도 눈물이 납니다. 이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고 돌아갈 시간입니다. 모두 컴컴한 산중을 걸어가야 하므로 서둘러 보내드립니다.
크리스마스날. 양곤의 공동체에서 마을 주민과 함께 삼겹살파티를 했다. 한국 어른의 연주도 들으며.
오늘은 크리스마스. 국경마을에서 내려와 지금 양곤의 공동체에서 성탄절을 보냅니다. 매년 하던대로 돼지를 한 마리 잡아 마을사람들과 잔치를 벌입니다. 잔치를 하기 전에 스태프들이 제게 강의시간을 만들어줍니다. 강의라기보단 엄마를 만난 소감의 시간입니다. 엄마들의 생생한 육성편지를 듣습니다. 고요한 침묵입니다. 엄마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제가 또 설명합니다. 삐약리안 엄마와 씨엔룬 엄마가 많이 울었어요. 너무 보고싶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자랑스럽다고 하셨어요. 우리는 왜 엄마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살고 있을까요? 선생님도 왜 고국과 떨어져 살고 있을까요? 그건 좀 힘들지만 잘 되기 위해서, 또 각자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의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우리 새해에는 더 기쁜 맘으로 공부해요!
크리스마스 밤. 간이무대에서 아이들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제가 씨엔삐양이란 학생을 부르고 곁에 앉힙니다. 국경마을에서 결국 엄마마저 찾지 못한 중학생입니다. 동생도 이곳에 있습니다. 며칠 전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당분간 학교엘 못갑니다. 둘이서 기념사진을 찍고 제가 노래 한곡을 부탁합니다. 씨엔삐양이 앞으로 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합니다. 한국의 ‘라이트 업’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힘겨운 일로 지쳐 있나요? 혼자 남겨진 것 같은가요? 잠시 눈을 감아요. 여전히 함께 하시는 주님께 모든 말 해보세요….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