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잠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재계 일각에선 LG가 다른 대기업보다 앞서 탈퇴를 선언한 배경으로 IMF 외환위기 때 생긴 감정적인 ‘앙금’을 꼽는다. 당시 전경련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고 LG가 애착을 가졌던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겼다. 이 같은 ‘빅딜’ 이후 구 회장은 최근까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느꼈던 섭섭함을 다른 오너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 측은 “공식 회의는 아니지만 전경련 주도 행사에 (구 회장이) 참석한 바 있다”며 “이번 결정은 구 회장이 앞서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이를 실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선 ‘정유라 특혜 지원’ 혐의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삼성과 대비된 LG의 발빠른 탈퇴 결행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 역시 전경련 탈퇴 여부를 고민하고 있지만 공식 통보하진 않은 상황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삼성전자 대신 LG전자의 제품을 써야 한다’는 여론마저 일고 있다.
최근 전경련 탈퇴를 검토했다가 유보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왕 (탈퇴) 할 거 였으면 빨리 했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쳐 아쉽다”라며 “내부적으로 ‘우리가 먼저 탈퇴할 필요가 있느냐, 다른 기업은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주장한 반대파가 있었다. 한 마디로 눈치를 본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LG는 결단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LG의 탈퇴 선언과 맞물려 SK 등 다른 회원사 역시 탈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며 “오는 2월 전경련 정기총회 전까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전경련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임 회장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약속한 ’개혁‘이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의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95%의 국민이 요구하는 건 전경련 해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