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종합경기장 개발 조감도. 사진제공=전주시
[일요신문] 전북지역 현안들이 줄줄이 해를 넘겼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문제, 동학혁명기념일 제정 등 주요 현안들이 숨가빴지만, ‘미완의 사업’으로 그쳤다. 이들 현안의 해법을 놓고 전북도를 비롯해 민간기업, 인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적지 않은 앙금마저 남겼다. 전북도가 사업 추진과정에서 차기 지방선거를 의식해 지나친 눈치 보기와 함께 조정 능력 부족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닥을 잡지 못하고 해를 넘긴 현안의 내일을 전망해봤다.
#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은 전주시 도시개발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사업이다. 하지만 전라북도와 전주시, 롯데쇼핑 간의 공방만 주고받았을 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 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재개발 방법’에 대해 송하진 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전주시와 롯데쇼핑 간의 갈등으로 번져 소송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2월까지 통합 기본안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은 2005년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이 전북도로부터 무상 양여 받으면서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던 사업이다. 그러나 전주시와 시의회가 지난 9월 ‘기부대양여’ 방식을 전주시가 종합경기장 대체시설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재정사업’으로 변경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2005년 12월 19일 당시 전북도는 도 소유의 종합경기장을 전주시에 넘겨주는 대신 경기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는 육상장과 야구장 등 대체시설의 선(先) 이행을 각서로 약속받았다.
하지만 송하진 지사가 전주시장 재임 시절 종합경기장을 쇼핑몰 등이 포함된 복합시설로 재건립하기로 한 방안을 김승수 현 시장이 철회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특히 전주시가 2016년 상반기 종합경기장을 독자적으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양 기관이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최근 전주시가 전주종합경기장 민간개발 사업자인 ㈜롯데쇼핑 측에 ‘협약을 해지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으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소송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종합경기장 사업을 민간사업에서 시 재정사업으로 전환한 전주시가 그간 롯데쇼핑 측의 자진 철수를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자 사실상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전주시는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올린 전주종합경기장 내 야구장과 육상장 이전 신축과 관련한 타당성 용역이 11월 ‘재검토 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재검토 이유 중 하나로 ‘롯데쇼핑의 법적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이를 말끔히 해결하고 가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다만 지난 4월 시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롯데 측이 11월 21일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입장을 통보해옴에 따라 전주시가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만약 롯데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2017년 초 예정된 타당성 용역 재심사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 자체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주경기장 개발 문제는 전북도 중심의 조정 기능이 사라지고 소송전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여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전북 종합경기장 갈등이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된 만큼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의 ‘통 큰’ 결정에 따라 개발 방향과 구체적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동학혁명기념일 제정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구성원의 응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13년째 끌어온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도 지자체 간의 이견과 갈등이 심해 제정하지 못하고 역시 해를 넘기게 됐다.
문화관광체육부 국가기념일 학계자문단은 지난 6월 투표를 통해 전주화약일(全州和約日)인 6월 11일(이하 양력)을 국가기념일로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동학혁명 발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학계의 반발이 심해 최종 결정과 선포를 미루고 있다.
동학혁명기념일 제정에 대한 논의는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함께 시작돼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가 전주화약일을 기념일로 잠정 결정하자 정읍시와 고창군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정읍시·고창군의회, 동학혁명 관련 단체는 문체부가 전주화약일로 강행할 경우 이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기념일을 정할 움직임마저 보였다.
특히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갑오농민동학혁명유적보존회, 정읍시동학농민혁명유족회 등 정읍지역 50여 개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전주화약일은 농민군이 관군에 속아 희생만 치른 날로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부적합하다”며 “전주화약일만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반발이 심하자 정읍·고창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문체부에 국가기념일에 대한 이 지역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정읍시는 고부봉기일(2월 14일), 고창군은 무장기포일(4월 25일)을 가장 선호하고 있으며 각각 이를 동학혁명기념일로 제정해줄 것을 최근 국회에 입법청원까지 했다. 인근 부안군의회도 백산대회일(5월 1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며 건의안을 채택해 청와대, 국회, 문체부와 각 정당에 보냈다.
동학혁명기념사업회의 한 관계자는 “동학혁명기념일을 둘러싼 지자체와 학자들의 견해차가 심하고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어 기념일 제정과 선포가 새해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주화약은 1894년 동학농민군이 전주성을 점령한 뒤 초토사 홍계훈이 폐정개혁안을 먼저 제시했고 전봉준이 전황에 따라 이를 수용한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주화약은 동학농민군의 주체적 역량에 의해서 성립된 것이 아니라 청·일군의 출병에 의한 ‘주어진 강화’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