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를 마친 19일 밤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업고등학교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기대선 스케줄 어떻게 진행되나
모든 기준은 헌재의 탄핵안 인용 여부 판결 시점에서부터다. 일각에선 헌재가 박한철 헌재 소장 퇴임(1월 31일)에 앞서 초스피드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다만 상당수는 예상 변론 일정을 고려하고 이정미 헌재 재판관 퇴임을 전후해 본다면 3월 초·중순 경 결론이 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관련자들의 대응 여부에 따라 의외의 장기전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3월 중순을 기점으로 헌재가 탄핵안 인용 결론을 낸다면 조기 대선은 5월 중순에 치러진다.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라 대통령 궐위에 따른 재선거는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안에 실시하도록 돼 있다. 또한 이렇게 된다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선거일 50일 이전 정식으로 조기대선 일시를 공고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은 정기 대선일정과 마찬가지로 선거일 전 23일간이다. 조기대선일이 5월 중순경 잡힌다면 대선후보 선거운동은 4월 20일을 전후해 시작된다. 물론 대선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 후보 등록을 마치고 기탁금(3억 원)을 접수해야 한다. 4월 20일을 전후해 대선후보 대진표가 최종 완성되는 셈이다.
공직선거법 60조의2에 따라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에도 예비후보 등록제도가 시행된다. 기본적으로 대선 예비후보 등록 가능일은 정기 대선일 경우 240일 전부터다. 하지만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예비후보 등록은 헌재 탄핵안 인용 판결 직후부터 가능하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헌재 판결 직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곧바로 ‘공약집(공직선거법 제60조의4)’을 낼 수 있다. 촘촘하게 진행되는 조기대선 일정상 잠룡들은 어쩔 수 없이 헌재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공약집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조기대선 예상시간표.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당장 발에 불 떨어진 선관위
지금 헌재 판결, 특히 탄핵안 인용 및 조기대선 성사 여부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당연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다. 선관위는 조기대선이 성사된다면 60일이라는 촘촘한 일정 속에서 이 모든 것을 운영 및 관리 감독해야 한다.
일단 선관위 측은 이례적인 조기대선이 성사돼 빼곡한 일정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선거 관리 및 운영은 별다른 문제 없이 치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선관위 측 관계자는 “가부 여부를 떠나서 (60일 안에) 어떻게든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며 “다행히 2016년 선관위가 총선을 치렀고, 최근 선거 일정이 계속 이어져왔다.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특히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투표용지 인쇄 작업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선관위에선 조기대선 가능성이 점차 높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을 대비한 사전 준비 작업은 진행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앞서의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은 헌재 판결을 기점으로 임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사전 준비 작업은 없다”면서도 “다만 선거 운영 및 관리에 필요한 우수 인력과 물품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 특히 핵심은 홍보 계획 준비다. 짧은 시간에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꾀할 수 있는 방안들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선관위 입장에서 투표율은 곧 성적표다. 조기 대선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투표율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선관위의 투표율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이라는 것은 하루 이틀 만에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는 충분한 사전 계획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 부분에 핵심 역할을 하는 공정선거지원단 모집은 조기 대선 이전부터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의 선관위 관계자는 “만약 헌재 탄핵 인용 판결이 난다면, 선관위는 곧바로 T/F(태스크 포스팀)을 마련해 투입 및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이전에 T/F를 구성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기대선 핫스폿은 ‘민주당 당내 경선’
조기대선이 확정된다면, 잠룡들은 전례가 없는 살인적인 경선 레이스를 치러야 한다. 만약 3월 중순 헌재 탄핵안 인용 판결이 현실화된다면 각 당은 5월 대선을 24일 앞둔 4월 20일을 전후해 최종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 물론 각 당과 진영의 후보 단일화 역시 이 안에 모두 마무리돼야 한다. 즉 각 당은 약 한 달간의 기간 동안 당내 경선 룰을 정하고 박 터지는 집안싸움을 치러야 한다. 정기 대선이라면 1년을 두고 치러지는 레이스를 단 한 달에 단기전으로 치러야 하는 셈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이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다. 민주당에는 원외 잠룡인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제외하곤 가장 유력한 잠룡들이 대거 몰려있다. 이 때문에 조기대선이 현실화된다면 민주당의 당내 경선은 짧은 시간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요신문>과 만난 야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당내에서 이미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각 후보자들이 1월경 대략적인 공약안을 발표하자는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벌써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각 후보 간 ‘당내 경선 룰’에 대한 입장이 뚜렷하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에선 그 촉박한 시간 속에서 경선을 치르기도 전에 사단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전국단위 후보자 토론회 및 경선 일정 운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치러지더라도 몇 개의 권역을 통합하는 약식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세부적인 경선 룰이다. 포인트는 세 가지다. ‘결선투표제’, ‘ARS모바일 투표제’, ‘국민선거인단 경선제’ 등의 도입 여부다. ‘원톱’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나머지 당내 후보들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앞서의 관계자는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경선 룰을 두고 민주당 후보들 간 치열한 싸움이 진행되겠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나머지 후보자들이 제안한 룰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찌됐던 유력주자인 문 전 대표는 대선 완주를 해야 하고, 군소 후보들의 공세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라고 예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