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인 위원장은 1970년대 도시산업화선교회에서 활동하면서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다. 이로 인해 4차례 투옥되고 국외 추방된 적도 있다. 1990년대엔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 본부장 등을 맡았다.
인 위원장은 2000년대 이후 보수 진영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행보를 보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윤리위원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성추문 등 의원들의 부적절 행위가 적발되면 가차 없이 윤리위에 회부시켜 징계를 단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나라당 저승사자’로도 불렸다.
인 위원장은 박 대통령 취임 후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 사드 한반도 배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을 반대해왔다. 인 목사는 3월 21일 종교계와 시민사회 인사 등 60여 명이 참석한 제1차 한반도평화회의에서 개성공단을 조속히 재개하고 사드 배치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14일에도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주장하는 시국회의에 참석했다.
특히 인 위원장은 경실련 대표 자격으로 10월 24일 박 대통령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경실련은 가처분 신청 이유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들에게 특혜를 준 것은 관련 사업을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국민들의 평등권, 재산권, 행복추구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야권 등은 인 위원장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실련은 12월 24일 인 위원장을 영구제명 조치했다. 경실련은 “현직 공동대표가 회원들과 어떠한 상의도 없이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의 책임을 지고 해체돼야 할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수락한 정치적 행위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12월 25일 “(탄핵에) 찬성한 분들도 있고 반대한 분들도 있는 그 당에 내가 왔다. 전혀 내가 얘기한 것과 배치된다고 생각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발탁 과정에서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인 위원장은 12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갈 일은 절대 없다. 나는 새누리당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불과 20여 일 만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내정되자마자 친박계를 향해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청문회 위증 교사 논란에 휩싸인 이완영 의원을 향해선 “원내대표에게도 말했지만 이완영 의원은 더 이상 특조위원으로 활동하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당으로 당장 돌아와야 한다.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핵심 친박계 의원들에게 정계 은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12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면서 무분별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람도 인적청산의 대상이다. 국민 앞에 엄중히 사과하고 잘못 뉘우치고 다시는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소위 백의종군, 2선후퇴,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분들도 있다. 현실적으로 (의원직) 사퇴는 안된다고 하니 탈당선언을 하라. 결단이 오래 갈 수 없다. 1월 6일까지 (탈당을 결정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친박 내부에선 벌써부터 인 위원장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감지된다. 한 친박 의원 보좌진은 “친박계 의원 출당 조치 등은 투표 등 절차가 필요한 것이지 위원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연 제명시킬 의지가 있느냐 의심스럽다. 친박계 등에 칼을 꼽기 위해 왔다면 분당의 이유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보좌관도 “인 위원장 때문에 분란만 만들고 아무 것도 못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보탰다.
하지만 외부에선 인 비대위원장이 보수 정당의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의견도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이 혁신 경쟁에 뛰어 들어서 국민 눈높이에 조금이라도 맞는 혁신을 이뤄낸다면 개혁보수신당, 민주당, 국민의당 등도 혁신 경쟁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전체가 혁신 경쟁에 나서게 되는 촉매제 역할을 인 위원장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친박계의 추천에 의해 들어갔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인 위원장이 평소에 갖고 있던 개헌에 대한 소신, 개혁성 등을 봤을 땐 쉽게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