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가들이 직접 수기 작성…생생함 더해
- 마을브랜드 제작, 쪽방 선반지기 활동 등 ‘눈길’
- 베트남 벽화 그리기, 일하는 청소년 지킴이 등도 호응
- 지원금 신청 방법, 개방시설 현황 포함…초심자 위한 ‘사업 매뉴얼’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남영동 쪽방촌에는 ‘선반지기’들이 산다. 한때 목수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 열 명 안팎의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이웃 주민들을 위한 수납 선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80여 가구의 벽과 창문, 부엌에 선반을 달았다. 쪽방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다리 뻗을 공간도 부족했는데 선반 덕분에 방이 한결 넓어졌다”며 웃었다.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이웃의 따뜻한 정이 모여 마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27가지 사례로 묶어 ‘마을이야기’ 책자를 발간했다.
올해 구가 시행한 ‘마을공동체 사업’의 최종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활동가들이 직접 사진을 찍고 수기를 작성해 생생함을 더했다.
구는 공모를 통해 동(洞) 혹은 구(區) 단위에서 주민들이 직접 고민하고 시행하는 다양한 분야의 공동체 사업을 선정·지원하고 있다.
▲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남영동 선반지기의 손이 분주하다
▲ 남영동 선반지기가 만든 선반이 쪽방 창문과 부엌에 걸려 있다
우선 동단위 사업들로는 ▲쪽방촌 선반지기(남영동) ▲마을브랜드 제작(후암동) ▲보광 클린저스 운영(보광동) ▲커피·다과 만들기 재능나눔(이촌1동) ▲북카페 독서왕 선발(서빙고동) 등이 눈에 띈다.
후암동 마을브랜드 제작은 고지영(여‧24)씨가 주도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장조사 및 우수사례 벤치마킹에 돌입했으며 9월에는 주민심사위원회 투표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어 마을브랜드 선포식을 진행했고 상표 출원도 조만간 마무리된다.
보광동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모조리 다 쓸어버린다”는 모토로 ‘보광 클린저스’를 결성했다. 주1회씩 모여 골목길 청소를 진행한다. 대표제안자 박흥수(남·43)씨는 “공방만 꾸밀게 아니라 동네도 예쁘게 가꿔보려 한다”며 “혼자하면 외롭지만 함께하니 즐겁더라”고 말했다.
▲ 보광 클린저스 홍보문
한편 구단위 사업들로는 ▲베트남 테마벽화 그리기(베트남 유학생 외) ▲일하는 청소년 지킴이(알바상담소&달꽃창작소) 등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베트남 테마벽화 그리기는 이태원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한 ‘베트남 퀴논길’(보광로 59길) 일대에서 진행됐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팜 휜 이꽌(여‧24) 등 베트남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등이 적극적으로 나선만큼 베트남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평이다.
책자는 마을공동체 활동 사례 외에도 구 지원금 신청 방법에서부터 마을 활동을 위한 공공·개방시설 및 마을 북카페 현황 등을 두루 엮어 초심자를 위한 ‘사업 매뉴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총 600부를 발간·배포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우리 마을을 한결 살기 좋은 곳, 오래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준 주민들에게 감사하다”며 “활동가들이 직접 작성한 이번 사례집이 용산 곳곳에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했다.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