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이 되면 세월호 의혹을 밝히는 데 최우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일요신문] 이재명 성남시장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인이다. 지지자들은 이 시장이 ‘사이다’ 같은 인물이라며 열광하지만 거침없는 이 시장 발언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고구마같이 답답한 정국이 계속되자 이 시장의 언행에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들조차 이 시장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 시장은 탄핵 정국의 최대 수혜 정치인으로 꼽힌다. 한 자릿수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하던 이 시장은 어느새 당당한 빅3 대선주자가 됐다. 광역자치단체장도 아닌 기초자치단체장이 유력 대권후보로 떠오른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 지지율이 주춤하다 못해 하락하면서 ‘거품 빠진 사이다’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시장은 과연 노무현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전투형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이 시장을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급격하게 올랐으니까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저에 대해 지금까지는 감성적 선호단계였다고 본다. 약간의 조정을 거쳐서 이성적 판단을 하고 이성적 선호가 생겨나면 그때부터는 제 지지율이 탄탄해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국민들과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예를 들면 박근혜를 퇴진시켜야 한다든지, 불공정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든지. 이런 이야기는 서로 공감을 하니까 지지율이 올랐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고 나니까 그건 과거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아직 제가 국민들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는 못 나눴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는 국민들과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 미래 비전과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지면 다시 또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모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근 연간 50조 원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면서 법인세율 인상(30%)과 초고액 소득자 소득세율 인상(50%) 등의 공약을 내놨다. 현실성이 없는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의 저항 때문에 이런 정책을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일부기득권자들의 권력을 제한하지 못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다. 촛불정국에서 국민들이 원한 것은 공정한 나라였다. 공정한 나라의 핵심은 강자들의 횡포를 줄이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 매우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법인세를 이렇게 올려봤자 OECD 평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실현할 수 있는 문제다.”
―초고액 소득자 소득세율 50% 인상 공약의 경우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부자세’라는 이름으로 시행이 됐던 정책이다.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대한민국 초고액 소득자의 경우 대부분의 소득이 부동산 임대 소득이나 기업 임원 소득 등이다. 유럽과는 소득의 종류가 전혀 다르다. 외국의 경우 부자들이 부자세를 피해 이민을 가기도 했다는데 우리나라 부자들은 이민 가면 수입이 끊긴다. 대기업들도 우리나라를 탈출할 수 없다. 저렇게 법인세를 올려봤자 외국의 법인세가 더 높다.”
―공약들은 어떻게 만들고 있나.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미 싱크탱크가 가동되고 있는데.
“설마 혼자 자다가 내놓은 것은 아니지 않겠나(웃음). 앞선 공약도 제 싱크탱크에서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이 만들고 철저한 검증을 거친 공약이다. 이미 1년 전부터 전문가 그룹들, 현장 실무가나 전문가, 교수들 이런 분들하고 교류하면서 공약을 만들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1월 중순쯤에 싱크탱크가 출범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완성된 대선 공약들이 있나.
“부동산 관련 증세 연구를 하고 있다. 거기에서 만들어진 재원들은 다른 곳에 못 쓰고 일반 국민들의 기본 소득으로 재배분 하게 된다. 기본 소득 목적의 목적세다. 우리나라 국민 중 90% 이상은 자기가 세금을 내는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불만이 없을 것이다. 격차해소를 위해 과도한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다. 그리고 또 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불법노동 근절이다. 국민들의 노동소득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나야 경제가 살아난다. 과거 미국 경제공황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뉴딜정책처럼 실질경제와 복지를 확대시켜 경제 위기를 극복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SNS를 통해 “처음 겪어보는 ‘등 뒤 비수’에 아프다”라는 글을 남겼다.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의 공격을 뜻하는 것인가.
“제가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을 콕 찍어서 한 이야기는 아니고 야권 내 경쟁이 서로 상처를 주는 전쟁으로까지 비화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야권의 대의명분인 정권교체를 위해 서로 경쟁은 하되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허위사실 유포, 모욕, 음해까지는 이르지 말자는 것이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비판은 서로 해야 한다. 그건 아파도 참아야지.”
―SNS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인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해줘야 한다. 국민들의 의견과 생각도 최대한 많이 접해야 하는데 기존의 소통 통로인 언론이나 대면 등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저는 국민과 소통을 위해 의무감으로 SNS를 하는 것이다. SNS는 저에게 가장 큰 무기이자 방어수단이다. 세월호 문제, 위안부 문제 그런 것들에 대해 SNS가 있으니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성남시 일도 아닌데 왜 성남시장이 나서냐고 이야기하지만 나라가 잘되어야 성남시민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성남시민을 대표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계속 SNS를 할 생각인지.
“대통령이 되어도 SNS는 계속 할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SNS 팔로어가 5000만 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자기 의견을 올리고 가끔씩 일상적인 모습도 올린다. 오바마처럼 정책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선주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이겨낼 수 있겠나.
“저와 관련된 네거티브 내용 중 제가 진짜 잘못한 것은 음주운전 딱 하나다. 그 나머지는 다 합당한 이유가 있고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형수 욕설 녹취록도 유포되는 것을 막으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데 그냥 놔두고 있다. 원칙을 불법적으로 위배하려는 것에는 누구보다 단호한 것도 문제를 확대시킨 부분은 있다. 다만 제 인품에 대해 뭐 인품이 저러냐 하실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인품 좋은 정치인 뽑아서 나라가 잘 됐나. 대선에서 국민들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기득권자하고 진짜 목숨 걸고 싸워서 돌파할 사람이다. 착한 사람, 인품 좋은 사람 고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강단 있고 인품 좋고 그런 완벽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란 다 장단점이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선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야권이 늘 후보 단일화 때문에 갈등을 겪고 분열되고 있다. 이게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결정적인 정권교체 기회를 놓치게 되는 원인이 됐다. 저는 가능하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런데 결선투표제 도입이 헌법 개정 사안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으니까 그 부분은 국회에 맡기고 싶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나.
“그건 알 수 없다. 유리한 측면도 있고 불리한 측면도 있는데 그런 것을 계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저는 지금까지 제가 결정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시간낭비다. 제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변화된 상황에서 총력을 다 하는 것이지 제가 고민해서 바꿀 수 없는 일을 뭐 하러 고민하나. 갑작스럽게 대선이 닥치면 안 되니까 지금은 조기 대선에 맞춰서 준비는 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다룬 다큐 ‘세월X’ 동영상은 봤나.
“영상은 봤다. 저는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통상적으로 예상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소유 관계, 운행 통제, 사고 발생과 경위, 사고 수습, 진상규명, 책임자 문책 과정 등 모든 과정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이를 치열하게 숨기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국가 권력을 총동원해서 전모를 밝혀야 한다. 특검을 실시해 정말 한 점의 의문 없이 밝혀서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는 제 인생을 바꿨던 광주 5·18 사건과 사고수습과정 등이 너무나 흡사하다. 여전히 광주 학살에서 누가 시민에게 발포명령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핵 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이 된다면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북핵 문제는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현안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 한미 관계를 확대 발전해야겠지만 종속관계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드 배치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반발로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면서 오히려 북한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사드가 북핵의 실질적 대응책도 되지 못한다.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우리에게 별 도움도 안 되고 일본에 고급 군사정보만 제공하는 결과만 가져온다. 이것도 역시 안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박근혜정부의 대응은 강경일변도였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대화 채널까지 완전히 끊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행동을 취했지만 북핵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만 됐다. 당근과 채찍을 유연하게 섞어서 사용해야 한다. 저쪽도 이익을 보게 해주고 우리는 더 많은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이어가되 단절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태영호 전 공사의 경우 귀순한 사람이 정부가 한 일을 못했다고 하겠나?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주장이라고 본다. 북핵 문제가 오히려 심화됐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을 해야지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이다.”
―별명이 굉장히 많은 정치인 중 한명이다.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무엇인지.
“제 별명이 굉장히 많다. 싸움닭, 불독, 전투형 노무현, 갓재명, 핵사이다, 이변 등이다. 이변은 이재명 변호사를 줄여서 이변이라고 하기도 하고 이변(異變)을 자꾸 만들어 낸다고 해서 이변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굳이 골라야 된다면 불독이라고 하고 싶다. 앞으로 부정부패세력이나 기득권자들과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하는데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불독 같은 집요함과 끈기 같은 게 필요할 것 같다. 불독이란 별명을 처음에는 싫어했는데 이제는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일요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난 세련된 말도 못하고 화려한 스펙 같은 것도 없다. 다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처음엔 소년빈민노동자로 가난과 치열하게 싸웠다. 배고픔에서 이제는 잘못된 기득권 사회와 치열한 싸움을 이어갔을 뿐이다. 물론 거대한 두려움과 싸우는 것은 나 역시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려움은 용기의 다른 면이라고 확신한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선 개싸움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