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을 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
지금까지 최순실과 그 일가의 재산은 대략 3000억 원대로 추정됐다. 강남 일대 건물들을 비롯해 대부분 부동산이었다. 어떻게 이런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고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박 대통령이 2007년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검증을 받을 당시 최순실 일가의 재산 축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유야무야됐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최순실 일가 재산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 검증을 맡았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최태민 의붓아들 조순제 씨가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 뭉칫돈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들어 갔다는 녹취를 남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순실 등의 재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부친인 최태민 시절로까지 거슬러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던 중 최순실 일가 재산이 10조 원에 달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최순실 재산을 쫓고 있는 독일 헤센주 검찰발이었다. 독일 검찰은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스위스 은행에 최대 10조 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첩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독일 범죄수사 사상 최고액이라고 한다. 조순제 씨도 녹취록에서 최태민 일가 재산이 수조 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최순실은 “그 정도의 재산이 드러나면 국가에 헌납하겠다”라며 부인했다.
특검도 최순실 재산에 대해 추적에 나선 상태다. 특검은 재산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 1명과 역외 탈세 조사에 밝은 국세청 간부 출신 1명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했다. 이어 특검은 최순실과 관련 있는 인물 40여 명에 대한 재산 내역을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최순실뿐 아니라 그 친인척과 주변인들 재산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검은 최순실 부친 최태민이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를 위해 최태민 아들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2월 29일엔 최태민 아들이자 최순실 이복 오빠인 최재석 씨가 특검에 출석했다. 특검은 ‘최태민-최순실 재산리스트’를 통해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이 개입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단 최태민과 최순실의 국내외 재산 목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관건이다. 그 후에 불법 여부를 따져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세월이 워낙 많이 흘러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 시효도 걸림돌이다. 또 해외 자산의 경우 작정하고 조세회피지역 등에 숨겨 놓았다면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순실은 재산 중 일부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특검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최순실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컨설팅 명목으로 받은 돈 일부를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를 통해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최 씨가 박 대통령 취임 후를 대비해 해외로 자산을 빼돌린 뒤 이민 갈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도 돌았다.
그런데 <일요신문>은 최순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거액의 자금을 홍콩을 거쳐 특정 조세회피지역으로 세탁했다는 증언들을 확보했다. 최순실과 가깝게 지냈던 한 중국계 한국인 사업가는 “최순실 돈이 포함된 자금이 굴지의 다국적 투자회사 홍콩지점에 입금된 뒤 조세회피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이를 전담하는 국내의 투자 전문가 및 변호사가 있었고, 나 역시 거기에 관여했다”면서 “최순실만 한 게 아니라 일부 재력가의 뭉칫돈을 그런 식으로 세탁했다. 최순실이 이렇게 문제될 줄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사업가가 언급한 투자 전문가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비보도’를 요청하며 이러한 내용에 대해 “최순실 측으로 알려진 인물이 돈 세탁을 부탁해왔다.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뗀 뒤 2~3단계를 거쳐 조세회피지역으로 보냈다. 중간에 홍콩을 경유한 것은 맞다. 정확한 액수와 과정은 밝히기 어렵다”면서 “다만, 몇 억이나 몇 십억 때문에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순실이 최소한 백억대 이상의 돈을 해외로 빼돌린 것은 아닌지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최순실 주변 관계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측근은 “구체적인 돈의 흐름은 우리가 알기 어렵다. 아마 아직 드러나지 않은 몇몇 조력자나 독일 현지 관계자들이 은밀하게 추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최순실은 박 대통령 퇴임 후 해외에서 거주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아마 국내에 있는 돈을 해외로 송금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발언들을 들은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최순실 재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해외로 보냈다는 현금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특검 등이 한 번 살펴봐야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했던 최순실 지인들은 지금도 최순실 일가 재산들이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최순실 재산 관리나 집사 역할을 했던 조력자들 중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은 이들이 여전히 국내외에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앞서의 최순실 지인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말을 들려줬다.
“최순실은 아무 생각 없이 자진 귀국할 사람이 아니다. 엄청난 처벌과 비난을 감수하고 국내로 들어온 데에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 자기에게로 모든 시선을 모아놓고 다른 곳에선 별도의 플랜을 가동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게 어느 정도 정리되면 딸인 정유라도 순순히 들어올 것이다. 최순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막대한 재산을 어떻게 지키고 빼돌리느냐다. 지금 국내나 해외에서 여러 조력자들이 미쳤다고 최순실을 버리지 않고 돕고 있겠느냐. 결국은 돈이 핵심이다. 최순실에게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산 관련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순실, 최태민 종자돈으로 부 축적…이복오빠 “90년대 1조원 있었다” 3000억 원에서 수조 원으로 추정되는 최순실 일가의 천문학적 재산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부친인 최태민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박영수 특검이 최태민의 정확한 재산 리스트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최태민은 박근혜 대통령 영애시절인 1970년 중후반경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에선 최태민이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을 설립해 대기업에서 돈을 받아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파다하다. 최태민은 대한구국선교단 외에도 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 많은 관변단체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 단체가 최태민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1994년 최태민 사망 이후 막대한 재산이 최순실․ 최순득 등 자녀들에게 흘러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최순실 일가 재산과 관련된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최태민 아들이자 최순실 이복오빠인 최재석 씨는 “1990년대 당시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 최태민의 역삼동 본가에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도 최태민 의붓아들인 조순제 씨가 남긴 녹취록엔 최태민이 스위스 은행에 50억이 들어있는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 자매들(최순실 최순득 최순천) 재산은 최소 약 300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순실이 1988년 매입한 서울 신사동 미승빌딩의 시세는 현재 약 200억 원이다. 최순실은 딸 정유라와 함께 약 40억 원 상당의 강원도 평창 땅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에 있는 최순실 소유의 호텔과 주택 등을 포함한다면 부동산 자산만 약 300억 원에 육박한다. 최순실 언니 최순득도 노른자 땅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최순득 남편 장석칠 소유의 서울 삼성동 승유빌딩 시세는 약 290억 원이다. 이들 부부는 최근 도곡동의 고급 빌라(약 35억 원)를 매물로 내놨다. 최순득 딸 장시호 등이 소유하고 있는 제주도 땅의 시가는 약 150억 원에 이른다. 최순득 가족의 부동산 자산 역시 약 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최순실 동생 최순천도 부동산 재벌이다. 최순천 소유의 청담동 빌딩 시세는 약 200억 원이다. 최순천은 서울 서초구와 광주시에 각각 100억 원대의 빌딩을 포함해 약 2400억 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은 세 자매 외에도 자녀들이 더 있다. 최태민은 여러 부인 사이들 사이에서 3남 6녀(9남매)를 낳았다. 이들 대부분의 재산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향후 특검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최순실, 아니 최태민 일가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특검은 최태민 일가 재산리스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포함됐다는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