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컨설팅 업체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소재로도 다뤄졌다. 사진은 영화 ‘시라노 ; 연애 조작단’ 스틸컷.
[일요신문] 대학원생 A 씨(여·26)는 현재 ‘재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5개월간 교제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극도의 슬픔과 공허함을 느꼈던 그는 식사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냈다. 체중도 4kg 정도가 줄었다. 머릿속은 온통 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신의 방에서 누워만 지내던 그는 재회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에 ‘이별 극복 방법’ 등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그는 헤어진 연인의 재회를 도와준다는 ‘연애 컨설팅’ 업체를 접하게 됐다.
“이전까지 이런 업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A 씨는 “검색을 통해 처음 접하는 순간 뭔가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컨설팅 업체가 주변 친구들보다 자신의 마음을 더욱 잘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에는 친구 등 지인들에게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거나 새로운 만남을 권하기만 했다. 그러나 A 씨는 꼭 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의뢰자들이 성공사례를 적은 후기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게시판에는 자신이 원하던 사랑이 이뤄졌다며 업체에 고마움을 표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A 씨는 “글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업체의 홈페이지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게시판에 긍정적인 내용만 실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후기를 통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 또한 업체의 재회 프로젝트 서비스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가 생각한 최고의 이별 극복 방법은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A 씨가 서비스를 받기로 마음을 먹은 이후 해야 할 일은 수많은 업체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었다. 포털 사이트나 SNS에서 ‘연애 컨설팅’, ‘연애 코칭’ 등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컨설팅 업체 홈페이지와 이들의 광고를 볼 수 있다. A 씨는 여러 곳의 업체를 비교해 공감 가는 후기가 많고 계약기간이 지나도 애프터서비스와 같이 추가 상담을 해주는 B 업체를 선택했다. A 씨는 “다른 곳은 약속된 기간이 지나면 냉정하게 상담을 딱 끊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연애 컨설팅 업체들은 최초 상담에서 이른바 ‘견적’을 뽑는다. 의뢰인의 전후 상황을 들어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이를 받고 실행하며 조언을 듣는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들의 솔루션은 의뢰인의 선택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A 씨는 남자친구와 만나게 된 과정, 자신과 남자친구의 성격, 교제 기간에 있었던 일, 헤어진 이유 등을 상담사에게 털어놨다. 최초 상담에 7만 원을 지불했고 30만 원짜리 ‘온라인 솔루션 2개월 코스’를 선택했다. 그가 최근까지 들은 조언은 이랬다.
“온라인 코스고 먼저 내가 연락을 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해서 현재까지는 SNS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기만 한다. 업체에서는 전 남자친구가 그 사진을 보고 먼저 연락을 걸어 올 것이라고 했다. 사진 교체는 2주간 4단계를 거친다. 첫번째는 ‘지금 잘 지내는 모습’이다. 절대 셀카는 안되고 남이 찍어준 사진이어야 한다. 그리고 매 단계마다 업체의 검사를 받고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한다. 두번째는 ‘데이트 할 때 갔던 장소’다. 하지만 커피잔이 2잔이라든가 노골적이어서는 안된다. 3단계는 ‘더 잘 지내는 모습’이다. 야외에서 찍은 활동적인 사진이 좋다. 마지막으로 ‘남자친구와 함께 데이트할 때 찍었던 사진’이다. 남자친구가 봤을 때 확실히 자신과 함께 있을 때 찍었던 사진이어야 한다.”
A 씨는 컨설팅 업체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다. 또한 이들의 조언이 만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외에도 상담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그는 “상담 전까지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했었다”며 “상담가와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고 밥도 잘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체의 상담이 최소한 의뢰자의 심리에는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A 씨는 30만 원의 돈을 쓴 것에 대해 “전혀 후회는 없다”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더 오래 걸리거나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100만 원대를 넘어가기도 한다. 그것까지 선택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업체가 제공하는 오프라인 프로젝트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섭외된 ‘연기자’가 주변에서 연애가 성사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짝사랑 상대와 함께 커피숍을 찾으면 미리 섭외된 점원이 “두 분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말을 건네는 식이다.
연애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곽현호 대표는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연애 컨설팅 업체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별을 하거나 교제 중 큰 위기를 겪고 상담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웬만한 문제는 혼자 해결하려 하다가 더 이상 힘들다고 느껴지면 업체를 찾는 듯하다. 재회 상담이 70퍼센트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사 업체도 해마다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의뢰자들의 성비에 대해 곽 대표는 “짝사랑 상담이나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모태솔로들의 경우는 남자가 많다”면서도 “교제 과정에서 문제를 상담하거나 재회를 원하는 이들은 여성이 많다”고 전했다. 2~3년 전 ‘픽업 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연애를 돕는 이들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많은 여성들은 즉흥적인 만남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연애의 시작이 아닌 기존 연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곽 대표는 당시 픽업 아티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컨설팅 업체에 대해 ‘조언대로 했지만 실패로 이어졌고 환불이나 보상금 지급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약간의 방향 제시와 마음의 위안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필요한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