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임시전력 프로젝트 설치와 관련한 입찰에 전기회사도 아닌 KT가 외국계 전력임대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 수주해 뒷말이 무성하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 일요신문 DB.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6년 7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임시전력 프로젝트 설치’와 관련해 입찰 공고를 냈다. 오버레이, 방송·통신장비 등에 임시전력을 공급하고, 그에 따른 시설물을 설치하는 이 공사 계약은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아그레코-KT 컨소시엄’이 따냈다. 앞서 KT는 영국계 기업인 아그레코와 함께 입찰을 준비했다. 아그레코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 전기공급 계약을 따낸 바 있는 발전기 임대회사다. KT 관계자는 “아그레코는 전문성과 실적이 검증된 글로벌 1위 전력 임대 사업자”라며 “우리는 아그레코의 부 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찰을 앞두고 일부 국내 전기사업자들은 조직위를 찾아가 ‘대기업에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의 전기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이 끼어들기엔 규모가 작고,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공사”라며 “각 전기업체들은 관련 법령에 근거해 ‘분리발주’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지만 조직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6년 7월 입찰 공고 당시 공개된 ‘사업제안서’를 보면 처음부터 조직위 측이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의심되는 조항이 발견된다. 제안서에 명시된 입찰 조건을 보면 조직위는 ▲최근 5년간 메이저 스포츠이벤트(올림픽·아시안게임·월드컵)의 단일 계약금액 100억 원 이상 임시전력공급(공사·임대포함) 주 사업자로 참여한 업체 ▲단일 전기공사 100억 원 이상 수행실적이 있는 업체로 입찰 자격을 제한했다.
또 해외 사업자 선정을 예상한 듯 ‘국외의 경우 수행실적은 준공일 기준 국외환거래법에 따른 기준환율로 환산’이란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에 부합하는 업체가 바로 아그레코-KT 컨소시엄의 주 사업자인 아그레코다. 2014년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 데 실패한 아그레코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조직위 등과 물밑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위 관계자는 “아그레코가 KT와 함께 관련 계약을 수주한 것이 맞다”면서도 “조직위 후원을 전제로 한 계약이며, 기타 세부 내용에 대해선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 사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는 2016년 8월 ‘임시전력 프로젝트’에 입찰한 2곳의 컨소시엄을 놓고 내부 심사를 벌였다. 기술 능력 및 후원 가격에 대한 평가를 거쳐 아그레코-KT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반면 경쟁 상대인 A 사는 국내 전기공사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당시 A 사 컨소시엄에는 ‘지역 배려’ 등을 염두에 두고 강원 지역 업체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직위는 더 많은 후원금액을 써낸 KT의 손을 들었다. 기술 평가 부분에선 KT와 A 사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임시전력 공사 총 사업비로는 518억 원이 책정됐다. 이 가운데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공사를 낙찰받을 시 총 사업비의 20% 이상을 조직위에 후원토록 돼 있다. 즉 낙찰자가 최소 103억 원가량을 현금 또는 현물로 조직위에 후원해야 하는 조건이다. 아그레코-KT 컨소시엄이 납부할 후원금액은 13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KT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KT가 해당 사업 마진으로 20억~30억 원 정도를 생각한 것으로 안다”며 “금전적으로만 보면 일부 손해를 감수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T는 평창동계올림픽 통신 부문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데 이어 이번 임시전력 사업 부문에서도 수십억 원을 간접 후원하게 됐다. 이익도 거의 남지 않아 ‘배보다 배꼽이 큰’ 전기공사에 KT가 뛰어든 배경을 놓고 일각에선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었느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KT 측은 “오래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화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우리에게 전기사업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전경. 사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
그러나 전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당시 입찰 과정을 알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KT는 전기사업자 면허만 있지 전문 기업은 아니기 때문에 아그레코와 ‘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쪽이 컨소시엄을 제안했든 아그레코가 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그레코가 챙겨가는 금전적 이득이 더 많다는 뜻이다.
또 아그레코는 전기공사 참여 없이 발전기 임대 수익만 챙겨갈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 설치 공사 등 복잡한 업무는 KT의 몫이다. 한국전력(한전)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회 모든 전기 공급은 어차피 한전이 맡는다. 아그레코의 역할은 ‘오버레이(임시스탠드 등 부속시설) 수배전’ 등으로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아그레코 측은 “실무를 맡은 외국인 직원이 휴가라 답변을 줄 수 없다”고 전했다.
KT의 전기공사 관련 전문성에 대해서도 적잖은 의문이 제기된다. 앞의 전기단체 관계자는 “결국 공사가 시작되면 KT는 다른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하청업체는 저가 수주를 해야 하고, 중간 마진은 KT가 챙겨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줄 경우 발주처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의 수익이 감소한다.
더구나 이번 전기공사는 스폰서십 획득 목적이 큰데, KT와 달리 하청을 받을 업체들에는 대회 엠블럼 사용권한 등이 없다. KT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분명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돼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며 “일부 우려는 알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에 좋은 취지로 동참한 것이기에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아그레코는 어떤 회사?…글로벌 발전기 렌탈 업체 아그레코 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