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상하이 선화에서 활약하게 된 카를로스 테베스. 사진출처=상하이 선화 공식 홈페이지
[일요신문] 지난 2016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세계 축구 이적시장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가 천문학적인 금액에 중국 이적을 결심한 것. 박지성의 절친으로도 유명한 테베스는 유럽 생활 당시 향수병과 돌발 행동 등으로 정상급 기량을 뽐내지만 다루기 어려운 선수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고향 사랑’이 남다른 테베스이기에 중국 이적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으며 그가 받을 주급 액수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성공 이후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공헌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던 테베스는 돌연 고국 아르헨티나 행을 선택한 바 있다. 고향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것만 같았던 그는 중국으로의 이적을 발표하며 많은 이들의 예상을 다시 한 번 뒤집었다.
테베스의 이적 소식과 함께 그가 61만 5000파운드(약 9억 1000만 원)의 주급을 보장받았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와 재계약으로 주급 36만 5000파운드(약 5억 2000만 원)을 받게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2배 가까운 액수다. 반면 중국 현지에서는 테베스의 주급이 허위 보도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축구계에서는 대개 계약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그 추정치가 보도될 뿐이다.
중국 슈퍼리그의 비현실적인 ‘쩐의 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쉴 새 없이 정상급 선수들을 자신들의 리그로 쓸어 담고 있다. 테베스 이적을 전후로 축구강국 브라질과 벨기에의 국가대표를 오가는 전성기 연령 선수인 오스카와 악셀 비첼도 대륙의 품에 안겼다. 슈퍼리그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던 초기, 일부 팀만의 전유물이었던 월드스타들이 이제는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축구 굴기’가 본격화되며 스타 영입의 시작을 알린 팀은 상하이 선화였다. 이들은 2012시즌을 앞두고 유럽 정상급 팀인 잉글랜드의 첼시 FC에서 니콜라스 아넬카를 데려오더니 시즌 중에는 그와 호흡을 맞추던 디디에 드록바까지 끌어다 앉히며 충격을 선사했다. 이전까지 그리 높지 않은 이름값의 선수가 말년을 보내기 위해 찾던 중국리그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스타를 불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스타 수집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주도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이들은 유명 선수에 앞서 스타 감독을 먼저 벤치에 앉혔다. 유럽 챔피언스리그·피파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셀로 리피가 2012년 5월부터 광저우 감독에 부임, 팀의 내실을 다져나간 것.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타 사냥에 돌입, 이탈리아 레전드 공격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현역 국가대표 알렉산드로 디아만티, 브라질 공격수 호비뉴 등이 거쳐 갔다. 현재는 브라질에 월드컵 우승을 안겼던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팀의 지휘봉을 잡고 콜롬비아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즈를 데리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광저우는 중국 리그 우승을 이어가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컵을 두 번이나 들어올렸다.
광저우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팀들은 경쟁적으로 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상하이에서 경쟁을 벌이는 두 팀인 상강과 선화는 지난 2015년 아프리카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과 뎀바 바를 각각 영입했다. 이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유명세를 떨치던 선수인 헐크, 오스카, 카를로스 테베스 등을 데려오기에 이르렀다. 양 팀은 감독 영입에도 공을 들여 안드레 비아스 보아스 감독과, 선덜랜드에서 기성용을 지도하기도 했던 거스 포옛 감독이 다음 시즌부터 각각 팀을 이끈다.
중국은 동부와 남부의 해안을 따라 대도시가 발달돼 축구팀 또한 인근의 지난, 난징, 톈진 등의 도시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파비오 칸나바로와 같은 스타 감독, 그라치아노 펠레, 하미레스, 알렉스 테세이라, 에즈키엘 라베치, 악셀 비첼 등 유명 선수들이 이 지역의 산둥 루넝, 장쑤 쑤닝, 허베이 종지, 톈진 취안젠 등에 분포돼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캡틴’ 기성용도 유혹…200억 단칼 거절 와우! 헐크, 테베스 등 세계적 선수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의 중국 진출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이용한 ‘월드 스타 쇼핑’은 공격수에 집중돼 있다. 반면 많은 구단들은 수비적 포지션에는 한국 선수들로 채워지고 있다. 과거에도 송종국, 안정환 등 스타플레이어의 중국 진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전성기를 살짝 지났거나 소속팀을 찾지 못한 경우, 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중국 리그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구단들도 속칭 ‘한물간’ 선수는 원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상급 선수를 돈으로 유혹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축구연맹이 지난 2009년부터 3명의 외국인 선수 외에 아시아 국적 선수는 자국 선수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했다. 이는 한국 선수의 중국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슈퍼리그의 대형 한국 수비수 수집은 김영권의 성공이 신호탄이었다.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던 김영권은 2012년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이적해 수많은 성공을 거뒀다. 한때 감독 리피의 양아들로 불리며 유럽진출 가능성까지 타진됐다. K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중국에 진출한 김기희. 사진출처=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지난 2일에는 중동에서 활약하던 권경원의 톈진 취안젠 이적도 발표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겸할 수 있는 권경원은 국가대표에 발탁된 적은 없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베스트 11에 꼽힐 정도로 실력과 경험을 쌓아왔다. 그의 이적료는 약 130억 원으로 손흥민의 약 370억 원에 이어 한국 선수 역대 2위의 기록이다. 연봉은 약 36억 원으로 중국 내 한국 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대한민국 선수들을 향한 중국발 ‘돈의 유혹’은 당분간 시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도 중국 팀들로부터 고액의 제안을 받았다. 2016년 여름부터 이어진 제안에 최근엔 상하이 상강의 안드레 비아스 보아스 감독이 200억 원이 넘는 연봉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성용은 유럽 잔류를 선택했다. 이유는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이 중국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성용의 선택은 팬들로부터 많은 환호를 받았다. 환호는 많은 수비수들이 중국행을 택한 아쉬움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정상급 수비수들이 대거 중국으로 몰리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인 현재 국가대표팀은 여러 차례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비수들이 중국에서 뛰며 실력이 퇴보한 것 아니냐”고 비판해 ‘중국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황선홍, 홍명보 등 지도자들은 오히려 “중국에서 세계적 공격수를 상대하며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며 논란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상하이에서 한 시즌간 활약한 김기희도 언론 인터뷰에서 “상하이에서 성장했다”며 “중국에 있다고 해서 실력이 한순간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