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양평군청 직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몽양기념관 위탁운영을 인계하라며 몽양기념사업회 회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 여운형 선생 70주기 추모사업 행사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
[양평=일요신문] 유인선 기자 =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친 몽양 여운형 선생(1886~1947) 의 삶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건립된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관 위탁운영업체 선정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30일, 경기 양평군 신원리 ‘몽양 여운형 기념관’ 로비에서 양평군청 공무원과 마을주민 등 20여명이 기념관 인수인계를 요구했고, 몽양 기념 사업회 측은 이를 거부하며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마을주민들에 맞서 기념 사업회 측은 제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일부 고성 등이 오가며 언쟁을 벌였으나 다행히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3일 오후 1시경부터 군 공무원들이 기념관 로비에 책상을 준비하고 업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며 긴장감은 고조됐고 이 같은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몽양기념사업회 발족부터 기념관 건립과 현재의 위탁관련 과정 등에 대해 알아본다.
◆ 몽양기념관 건립
몽양 여운형선생 기념 사업회는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친 양평 출신 몽양 여운형 선생의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1991년 유족들과 뜻있는 분들이 힘을 합쳐 ‘몽양 여운형 선생 추모 사업회’를 발족했다.
추모 사업회는 당시 ‘양평군 애향동지회’와 함께 폐허로 남아있던 몽양 생가에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추모식과 기념강연회 개최, 몽양 여운형 전집 발간 등 다양한 추모 사업을 전개해 왔다.
추모 사업회는 2005년 몽양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로 발전시키면서 몽양 선생이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이어 2008년 독립과 건국에 공이 있는 분들에게 드리는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 받는 등의 성과를 이루며 몽양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위해 70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정부가 바뀐 뒤 예산이 삭감되긴 했지만 2011년 국비 17억, 도비 8억5000만, 군비 8억5000만원 총 34억 원의 예산으로 기념 사업회 이사인 몽양 선생 유족이 기증한 토지 위에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완공했다.
유족들은 토지 기증에 이어 그간 보관해온 몽양 선생 유물들을 기념관에 기증했고, 기념사업회도 수집한 자료들을 기증하며 2012년에는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로 지정받았다.
지난 3일 오후 1시경 기념관으로 출근한 양평군청 공무원들. 업무를 보겠다며 기념관 로비 책상에 앉아 있다
◆ 몽양기념관 위탁운영 논란
몽양 선생 기념 사업회, 양평군이 20년간 함께 해온 선양 사업의 결과물인 몽양기념관의 운영은 2011년 11월 1일 개관 초기부터 유족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몽양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가 맡았다.
2013년 12월 28일 민간위탁 재계약을 했고 2016년 1월 18일 체결한 세 번쩨 위탁협약은 많은 논란을 거치면서 계약기간을 2016년 말까지로 1년짜리 단기로 체결하면서 5년째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념 사업회는 2017년 몽양 서거 70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그동안 양평군 관계자 등과 수차례 만남을 통해 기념 사업회가 계속해서 기념관을 위탁 운영하는 데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평군조례에도 ‘기증자, 유족 등이 소속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 우선하여 위탁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고, 부지 및 유품을 기증한 유족이 속한 몽양기념사업회가 위탁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평군이 ‘재계약’ 약속을 어기고, 마을주민의 탄원서와 부실운영 등의 이유로 12월 7일 공개모집을 거쳐 27일 ‘신원1리 새마을회’와 ‘상명대학교 산업협력단’을 위탁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념 사업회는 “양평군이 탄원서와 기념관 부실 운영 등을 이유로 하고 있지만 국가보훈처에서 실시한 58개 보훈시설 만족도 조사에서도 몽양기념관이 8위에 오를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는데 유독 양평군에서만 혹독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원1리 새마을회와 상명대학교 산학 협력단 선정은 몽양 기념사업회 측이 가져야 할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와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념 사업회 측은 이번에 선정된 공동신청업체 모두가 자격기준에 미달했으며, 또한 경력과 전문성이 없는 이들이 서로 자격요건에 필요한 신청자격을 갖추기 위해 공동신청을 한 것은 명백히 공모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평군이 공고한 몽양기념관의 공모기준은 전국의 ‘근현대사 관련 비영리 법인 및 연구단체’로 자격요건을 한정했다.
이에 대해 양평군 관계자는 “응모업체인 신원1리 새마을회가 자격요건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내부검토 결과 공동신청이 적법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면서 “공동신청으로 경력과 전문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평가심의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심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념 사업회 측은 “공동신청을 했다는 이들이 ‘공고일 현재 전국의 근현대사 관련 비영리 법인 및 연구단체’여야 한다는 위탁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선정 자체가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기념 사업회는 신원1리 새마을회는 물론이고,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책임자(특임교수) 역시 근현대사와는 거리가 먼 고고학을 전공했고, 또한 양 단체간 MOU나 컨소시엄 등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했기 때문에 부적격 업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양평군은 “심의위원회의 공정한 심의 결과 공동 신청한 ‘새마을회·상명대’가 선정된 것이므로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고 상명대 특임교수 역시 “근현대사가 아닌 고고학 전공을 한 건 맞지만, 박물관 학예사 자격증이 있으므로 자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2차례에 걸친 집단민원이 발생했고 정상적인 공모를 통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위탁 운영 업체를 선정했으며 이에 대한 평가자료를 공개 할 용의가 있다”고 덧 붙였다.
기념 사업회 측은 ‘민간위탁 선정 취소’ 등의 행정심판을 지난 해 12월 30일 경기도에 청구했으며 선정에 대한 이의신청과 위탁기간 만료에 따른 인수인계 일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이의 신청서를 양평군에 접수했고 집행정지신청과 함께 소송도 병행할 예정이다.
한편, 양평군은 “위탁기간이 만료된 기념관을 무단으로 점거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올해 몽양 여운형 선생 70주기 추모행사를 앞두고 기념 사업회는 전 세계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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