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은산분리 규제다. 현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의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있는 지분 4%)로 제한한다. 당초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기로 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도 5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의 금융사가 아닌 ICT 기업 중심으로 이끌어야 은행산업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률안 5개가 발의돼 있다. 여당은 산업자본이 보유 가능한 은행 지분을 최대 50%까지, 야당은 34%까지 늘리자는 내용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최근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가 ICT 기업이 주도하는 차별화된 은행을 보여주겠다는 건데 지분 4%로는 ICT 기업이 주도하기 힘들다”며 “34%냐 50%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ICT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을 5년마다 재심사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건 사실이지만 은행업 인가에 대한 재심사는 받지 않는다”며 “5년 후 은행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객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K뱅크 준비법인 전경. 사진제공=K뱅크
은산분리 규제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돌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한 업체가 발을 빼기도 한다. 2016년 12월 초 소프트웨어 업체 뱅크웨어글로벌은 K뱅크 지분 3.2%를 DG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뱅크웨어글로벌 관계자는 “K뱅크보다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해당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K뱅크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에 집중하고 있어 K뱅크 좌초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이라는 트렌드에 발맞춰가기 위해 K뱅크에는 투자자로 접근했고 별개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며 “위비뱅크는 자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회사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은행 업무가 가능한 위비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큰 차별점이 없어 보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들은 전혀 다른 성격의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위비뱅크에서는 계좌개설이 되지 않고 보험 가입도 제한적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같은 서비스가 전부 가능하다. 또 24시간 영업한다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K뱅크 관계자는 “위비뱅크는 모바일이라고 해도 조회, 송금 등 기본적인 업무를 제외하면 은행 영업시간(오전 9:00~오후 4:00) 외에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24시간, 365일 상담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많은 재원투자와 기술력이 필요하며 고객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업체들은 그동안 주주 간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전산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불거진 K뱅크 내 우리은행과 KT의 갈등이다.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FIS는 전산시스템 구축 전반을 담당하는 총괄사업자 역할을 원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의 정보계는 KT의 자회사인 KTDS가, 채널계는 KT 손자회사인 이니텍이 담당했다. 우리FIS는 서버와 인프라 구축을 맡았고 총괄사업자는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다. K뱅크 관계자는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전산시스템 구축도 주주들끼리 잘 협의해서 이루어졌다”며 “사안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 하나하나를 문제 삼으면 갈등 없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K뱅크 최대주주인 우리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요신문 DB
카카오뱅크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월 3일 이사회를 열어 김주원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 이용우·윤호영 공동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2016년 내 이사회를 개최해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이사회 일정이 늦어진 것을 두고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와 카카오 간 힘겨루기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주도하고 있지만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지분도 한국투자가 58%를 보유하고 있어 카카오(10%)를 훨씬 뛰어넘는다.
카카오뱅크의 사내이사는 김 의장, 이 대표, 윤 대표 3명이다. 김 의장과 이 대표가 한국투자 출신, 윤 대표가 카카오 출신으로 사내이사 3명 중 2명이 한국투자 출신이다.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KB국민은행 출신 사내이사는 없다. 한편 K뱅크의 사내이사인 심성훈 대표, 정운기 재무관리본부장, 김대영 상임감사위원은 각각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출신으로 K뱅크의 3대 주주 출신이 한 명씩 배치돼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연말이라 이사들의 일정을 잡는 게 어려워 이사회가 늦어진 것”이라며 “오히려 각 주주 출신 사내이사를 모두 선임하면 주주들끼리 이사자리를 나눠가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금융당국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볼 이슈”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주주 간 갈등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금융권에서는 꾸준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는 ICT 기업과 최대주주가 엇갈려 확실한 리더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KT와 카카오에게 확실한 의결권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갈등 의혹이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