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세돌과의 대국으로 한바탕 화제를 불러 모았던 ‘알파고’의 충격적인 활약을 지켜본 사람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실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그리고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미래’는 지난 한 해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도 단연 화두였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보아왔던 자율주행 자동차의 테스트 주행이 차례대로 성공하면서 ‘미래’가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조작하는 자동차를 보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과연 인공지능에게 우리의 목숨을 온전히 맡겨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을 짚어봤다.
2016년 3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가 보급형 세단 ‘모델 3’를 소개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AP/연합뉴스
전기차 및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의 ‘테슬라’다. ‘테슬라’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새삼 주목받았던 이유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배우 겸 가수인 손지창 씨가 ‘테슬라’를 상대로 낸 소송 때문이었다.
손 씨는 지난해 9월 ‘테슬라’의 모델X를 자택 차고에 주차하던 중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 반면, ‘테슬라’ 측은 차량 결함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손 씨가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의 급발진 추정 사고가 발생한 것은 손 씨의 경우가 처음은 아니었다. 손 씨가 보유한 모델X의 경우, 이미 여러 번 비슷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었다. 가령 2016년 6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거주하는 푸잔 오즈벡이라는 남성은 모델X를 몰고 가던 중 갑자기 쇼핑몰 안으로 돌진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그는 당시 사고 순간에 대해서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2016년 11월에는 인디애나주에서 ‘테슬라’의 모델S에 탑승하고 있던 남성 두명이 나무를 들이받은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새벽 1시경 빠른 속도로 달리던 모델S가 균형을 잃고 나무를 들이받은 후 여러 차례 폭발했다. 이에 대해 ‘테슬라’ 측은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만일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했다면 도로 위에서 속도가 56km 이하로 제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운전자의 과실이었을 뿐, 자율주행 기능의 오작동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떤 회사일까. 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지금까지 전기차 생산에 주력해왔으며, 친환경 이미지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지 클루니, 캐머런 디아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얻고 있는 혁신 기업이다. <아이언맨>의 실존 모델로도 유명한 엘론 머스크 회장은 ‘테슬라’ 외에도 태양광 기업인 ‘솔라시티’와 우주개발 기업인 ‘스페이스 X’ 등도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는 주력사업인 전기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테슬라’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시스템의 공식 명칭은 ‘오토파일럿’이다. 2014년 9월 모델S에 처음 도입됐던 오토파일럿은 그후 SUV차량인 모델X에도 탑재됐으며, 2500달러(약 300만 원) 상당의 ‘테크 패키지’ 옵션의 일부로 제공되고 있다. 그후 오토파일럿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돼 왔으며, ‘테슬라’는 2016년 10월 마침내 100% 자율주행 기능이 가능한 컴퓨터 하드웨어 개발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 머스크 CEO는 “2017년 말까지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앞으로 중산층을 겨냥한 3만 5000달러(약 4000만 원)대의 모델3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 향상이다. ‘테슬라’ 측은 오토파일럿을 가리켜 “인간보다 훨씬 안전하다”라고 주장한다. 실제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될 경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점이 바로 교통사고 발생률 저하다. 일부에서는 최고 9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테슬라’를 비롯해 자율주행에 몰두하고 있는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기술 회사들 역시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자율주행 운전이 훨씬 안전하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오토파일럿 덕분에 충돌 사고를 피하는 놀라운 경험을 한 운전자가 나타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자동차가 앞서가던 차량의 추돌사고를 감지하고 재빨리 갓길로 멈춰선 것이다. 당시 자율주행 시스템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보다 더 빨리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6년 7월, 한 남성은 주행 도중 발생한 응급상황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테슬라’의 모델X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이 남성은 갑자기 폐색전증(호흡 장애 및 가슴 통증)이 나타나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그는 즉각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했다. 자율주행으로 고속도로를 달린 그는 고속도로에서 나온 후 수동으로 운전해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다른 업체의 것보다 기술 면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 완전자율주행 기능은 아니다. 다시 말해 자동차로 자율주행은 가능하지만 운전자는 돌발 상황을 대비해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등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이는 ‘테슬라’가 정책상 운전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는 주의사항이기도 하다. 또한 오토파일럿은 (진입이 제한된) 고속도로에서만 사용되도록 제한되어 있으며, 아직 일상 도로에서는 자율주행이 금지되어 있다.
‘테슬라’ 광팬 조슈아 브라운이 자율주행모드로 모델S를 몰다가 사고를 일으켜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로 인해 찌그러진 모델S.
완벽하지 않은 만큼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 최초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2016년 5월이었다. 오하이오주의 조슈아 브라운(40)이 불운의 주인공이었다. 유튜브에 오토파일럿 주행 동영상을 올리는 등 ‘테슬라’ 광팬으로 유명했던 인물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고속도로에서 충돌을 피하는 모습이 담긴 이 동영상은 머스크 회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공유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플로리다주 윌리스톤의 고속도로에서였다.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던 브라운의 모델S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트럭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고 말았던 것이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트럭으로 돌진했던 모델S는 지붕이 완전히 날아갔으며, 충돌 후에도 계속해서 돌진하다가 도로를 벗어나 펜스를 뚫고 전신주를 들이받은 후에야 멈춰섰다. 브라운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 ‘테슬라’ 측은 자동차 센서와 운전자 모두 트럭의 흰색 면과 화창한 하늘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요컨대 트럭의 흰색을 하늘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테슬라’ 측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기술적 결함, 즉 브레이크 시스템의 문제라고 해명한 바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카메라와 레이더가 트럭을 감지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일 뿐 오토파일럿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금까지 오토파일럿 주행으로 인한 최초의 사망 사고로 알려졌던 브라운의 죽음이 어쩌면 최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것이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1월 중국에서 발생한 모델S의 사망 사고 역시 자율주행 작동이 원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모드로 사람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은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발생한 셈이 된다.
중국 허베이성 23번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아버지의 모델S를 빌려 타고 오토파일럿 주행 기능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가오야닝(23)은 앞서 달리던 청소 트럭을 인식하지 못하고 트럭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당시 속도는 시속 209km였으며, 가오야닝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충돌 직전 브레이크가 작동된 흔적은 없었으며,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전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가족 측은 ‘테슬라 차이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 하지만 ‘테슬라’ 측은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설령 오토파일럿을 작동했다고 하더라도 오토파일럿은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시 말해 운전자는 자율주행 중에도 반드시 핸들에서 손을 떼선 안 되며, 돌발 상황에 대비해 핸들을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토파일럿은 주기능이 아닌 ‘보조 기능’이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책임은 우선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논란과도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테슬라’는 앞서 말한 ‘보조 기능’을 이유로 들면서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려왔었다. 오토파일럿을 작동할 경우 이를 알리는 시각 경보장치가 작동되고, 이를 인지한 운전자는 오토파일럿으로 주행하는 중에도 항상 차량 상태와 도로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토파일럿 역시 기존의 자동긴급제동장치(AEBS)나 전방충돌경고시스템처럼 사고 발생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될 경우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 가운데에는 해킹 위험도 있다. 다른 모바일 기기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해킹할 경우 원격으로 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중국 텐센트 산하의 ‘킨 보안연구소’가 ‘테슬라’ 모델S의 해킹에 성공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당시 모델S는 운전자 의지와는 무관하게 브레이크가 작동됐으며, 사이드미러가 접히거나 트렁크가 열리기도 했었다. 이에 ‘테슬라’ 측은 관련 무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사태를 무마했다.
해킹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사생활 침해다. 해킹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들, 가령 이동 경로, 음성 및 영상 녹음 파일, 선호하는 미디어, 행동 패턴 등이 고스란히 유출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형 컴퓨터 안에 앉아 목숨을 맡긴 채 도로를 달리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IT 보안회사인 ‘버그크라우드’의 케빈 타이 시스템 엔지니어는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이 팔고 있는 것이 사람이 들어가서 앉는 커다란 컴퓨터라는 사실을 깨닫고 보안에 더 신경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의 확대로 발생할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는 일자리 감소가 있다. 특히 공공교통 부문이 그렇다. 택시 운전사, 버스 운전사, 트럭 운전사 등 미국에서만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업계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로는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급으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로는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 및 사망 사고가 줄어들면서 이와 관련된 비용, 가령 자동차 보험료나 세금 등의 감소가 있다. 이밖에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의 기동성이 용이해지고, 연료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공기 오염으로 인한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카쉐어링의 확대로 주차 공간이 절약되는 것 또한 물론이다.
자율주행을 철저히 신봉했던 브라운은 생전에 자신이 아끼던 테슬라 모델S 안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막히는 고속도로 위를 천천히 달리고 있으면서도 그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라거나 “목적지까지 조금 천천히 가긴 하지만 적어도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자동차가 굴러가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만족해 했었다.
컴퓨터에게 내 목숨을 맡기고 편안히 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 피곤하더라도 내가 스스로 갈 것인가, 이제 자율주행의 시대는 코앞에 다가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떻게 작동되나 센서로 정보 수집…주행 방향·속도 조종 테슬라 자율주행모드 운행 모습. 자율주행 자동차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자동차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들(레이더, GPS, 컴퓨터 시각 장치, 거리 측정기 등)이 주변 사물의 정보(크기, 속도 등)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제어 시스템을 통해 자전거, 보행자, 자동차, 사물 등으로 분류 및 분석된다. 컴퓨터 시스템은 이렇게 분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차의 방향과 속도 등을 조종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요 기능 가운데 첫 번째로는 ‘충돌 방지’가 있다. 레이더, 레이저, 카메라 등을 바탕으로 운전자에게 곧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경고등이나 경고음으로 알린다. 만일 운전자가 경고를 무시할 경우 브레이크가 작동된다. ‘이탈 경고’ 기능은 자동차가 차선을 벗어나기 시작할 경우 작동된다. 이런 경우 역시 경고음 또는 경고등이 켜진다. ‘사각지대 감지’ 기능은 카메라나 레이더를 통해 운전자의 사각지대를 감지해 사각지대에 사물이 있을 경우 경고음이나 경고등으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린다. ‘주행 조종’ 기능은 미리 설정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한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운전자의 차량도 속도를 줄이도록 하며, 다른 차가 끼어들면 차량의 속도를 줄여서 간격을 유지한다.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 특히 유용한 기능이다. ‘자율 주차’ 기능은 카메라나 센서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주차를 한다. 2003년 도요타 프리우스에 처음 도입됐으며, 현재 BMW, 포드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