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까지 임기가 반 년 이상 남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오른쪽)이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윤 회장의 상종가를 뒷받침하는 것은 눈에 띄는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5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 8211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KB금융은 2016년 3분기(2조 143억여 원)에 이미 지난해 실적을 능가했다. 또 2014년 1조 4007억여 원을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윤 회장 취임 후인 2015년 1조 6983억여 원으로 뛰었고, 2016년에는 3분기(1조 6898억여 원)에 이미 전년과 비슷한 순이익을 달성했다.
윤 회장은 앞서 경영 최우선 과제로 ‘리딩뱅크 탈환’을 언급하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그 ‘화룡점정’은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다. 지난해 3월 KB금융은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한국금융지주를 따돌리고 증권업계 ‘대어’를 품에 안았다. 이 과정에서 당초 7000억 원대로 추산된 현대증권 인수금액은 1조 2500억 원까지 치솟았다. KB금융 측은 당시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과감한 전략을 세워 입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실제 저금리-저성장 흐름 속에 은행 부문 의존도가 높은 KB금융은 자산관리(WM) 및 기업투자금융(CIB) 분야로 진출을 꾸준히 모색했다. 때문에 KB금융의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성공한 M&A로 평가받았다.
특히 최근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현대증권은 KB금융의 순이익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2016년 4분기 실적에는 현대증권 M&A 과정에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이 반영돼 수천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추가 발생할 예정이다. 염가매수차익은 M&A 과정에서 인수될 기업의 가치보다 매수자가 싼 가격에 매물을 샀을 때 이를 장부상 이익으로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KB금융은 현대상선을 제외한 구 현대증권 주주들의 지분을 KB금융 주식과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차익을 실현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공시 사항이라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경쟁업체인 신한금융지주보다) 좋은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그러나 일각에선 공인회계사 출신인 윤 회장이 단기적인 ‘숫자’에 매몰돼 다른 측면은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KB금융은 지난 1월 6일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의 ‘완전자회사 전환 추진설’을 부인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개정될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수천억~조 단위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즉 KB손해보험 인수가 당장의 수익성에는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확충에 따른 채무 증가로 KB금융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인수를 결단한 윤 회장 책임론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또 윤 회장은 2014년 KB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자신이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에 법률자문을 맡긴 데 이어 실패한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도 김앤장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앤장이 KB금융과 관련된 큰 사건(혹은 계약)은 도맡아 수임한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로펌이 대형 M&A를 자문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단체가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관련 거래 과정에서 KB금융이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 데 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놨지만 KB금융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KB금융은 공식적으로는 국책은행이 아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층과 ‘교감’을 이룬 CEO가 내려온다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KB 내분 사태 당시 임영록 회장이 물러난 것도 결과적으로는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의 고발 결정이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시계가 빨라진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윤 회장의 거취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금융사는 KB밖에 없다는 점이 윤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KB금융의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비록 ‘최순실 게이트’로 지금은 ‘분리설’이 수면 아래 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면 금융개혁 등을 명목으로 윤 회장을 압박할 수 있다. 최근 윤 회장이 인력 구조조정 등 수익성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대선 이후를 대비한 ‘명분 쌓기‘로 비치기도 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