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EG 회장. 일요신문DB
주 씨의 사망소식이 들리자마자 곳곳에서 타살의혹이 제기됐다. 특히나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주 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주 씨는 지난 대선 전까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협력 관계였지만 대선 뒤 완전히 연락이 차단되었고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며 “주 씨가 뒤늦게 진실을 밝히려 하자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부검뿐 아니라 주 씨의 3개월간 통화기록 등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월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주 씨는 ‘관상동맥경화로 인한 허혈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구두소견이고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2주가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심근경색에 따른 사망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독극물 반응 등 정밀검사 결과가 담긴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가족들은 취재를 거부한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주 씨가 근무했던 EG 직원들 역시 기자들의 접근을 피했다. 어렵게 취재에 응한 EG테크 관계자는 주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주 씨가 원래는 10여 년 동안 충남 본사에서 주식을 담당했었고 서울 지점으로 온 지는 8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다. 서울에 가면서 박 회장 비서를 한 것”이라며 “지난해 5월에 EG테크 노조 간부가 자살하는 일이 있어 노조원들이 서울 지점으로 가 농성을 벌였는데 주 씨는 사측의 편에 서있었다. 당시 노조원들이 회사 CCTV를 차단하기 위해 칠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 CCTV관리자가 주 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는 “5촌 살인사건 취재과정에서 주 씨와 통화를 했으나 방송에는 내보내지 않았다”면서 “주 씨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11년 경찰이 박 대통령의 조카 박용수 씨가 사촌인 박용철 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당시 박근혜·박지만·박근령 씨 3남매 사이에 육영재단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점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주 씨의 사인이 병사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타살 의혹이 끊이지 않자 경찰은 행적조사에 나섰다. 서울수서경찰서는 주 씨의 사망일 사흘 전 CCTV를 보며 외부인 침입 흔적은 없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사흘 치 아파트 CCTV 영상을 분석하며 외부인 침입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주 씨 부인이 아들과 함께 친정을 방문하느라 집을 비운 사흘 사이에 집에 드나든 사람은 없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