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까지 방송된 <도깨비>의 최고 시청률은 지난 6일 전파를 탄 11회로 15.0%(닐슨 전국 기준)였다. 역대 케이블채널 최고 시청률은 지난해 초 tvN <응답하라 1988>이 기록한 18.8%. 4회를 남겨 놓은 현재,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대중은 왜 <도깨비>에 이토록 열광할까?
# 역시 갓은숙!
<도깨비>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파리의 연인> 이후 <시크릿가든> <태양의 후예> <신사의 품격> 등 숱한 히트작을 낸 그는 또 한 번 ‘대중의 기대감’이라는 큰 벽을 넘었다.
게다가 김 작가는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그의 작품이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도깨비>는 다르다. 물론 남녀의 사랑이 탄탄한 밑받침이 되고 있지만 그 속에 인간의 생로병사를 담아 생각의 여지를 남겼다. 재미에 메시지를 더하니 시청자 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역시 김은숙’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유머가 빠지지 않는다. 진지하게 달려가다가도 지치기 전에 웃음을 던져준다. 또한 짠한 내용으로 눈물샘도 자극한다. 드라마 한 편을 보며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채널을 고정한다.
# 공유가 밀고 이동욱이 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남녀 간의 사랑 외에 또 한 축의 애정전선이 형성된다.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다. <도깨비>가 방송되기 전부터 제작진이 먼저 “공유와 이동욱의 조합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당부는 허언이 아니었다. 공유와 김고은의 애틋한 사랑도 좋지만, 공유와 이동욱의 웃픈(웃기고 슬픈) 브로맨스가 <도깨비>의 백미라는 평이 줄을 잇는다.
따지고 보면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는 항상 남남 커플(?)이 돋보였다.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이동건, <상속자들>의 이민호-김우빈, <시크릿가든>의 현빈-김성오,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진구가 그랬다.
혹자는 ‘서브 남주’의 반란이라 부른다. 이동욱, 이동건, 김우빈, 진구 등은 분명 첫 번째 남자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날 때쯤 이들은 모두 주연급 배우로 우뚝 섰다. 누구도 그들을 ‘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김은숙 작가의 필력 덕분이다.
사진출처=‘도깨비’ 공식 페이스북
# 버릴 캐릭터가 없다
김은숙 작가가 신작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면 연예계 매니저들이 줄을 선다. 김 작가의 시놉시스와 대본을 구해보기 위해서다. 아직 발표 전이라도 제작사를 노크하는 매니저들이 끊이지 않는다. 김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면 반드시 주목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도깨비>만 봐도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섰다. 전생에 공유의 동생이자 이동욱의 연인이었던 써니 역의 유인나, 조카로 등장하는 재벌 3세 유덕화 역을 맡은 아이돌그룹 비투비 출신 육성재를 비롯해 삼신할미를 연기하는 이엘, 유덕화의 수행비서로 등장하는 조우진에게 각각의 몫이 있다. 심지어 김고은의 곁을 맴도는 귀신들조차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는 김 작가가 각 캐릭터 사연과 에피소드를 심기 때문이다. 모든 물건이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듯, 김 작가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는 절대로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김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이 드라마가 끝난 후 반드시 더 큰 배역을 맡아 다음 행보를 걷는다.
# 테마곡도 대박 행진
<도깨비>로 인해 시청자들은 즐겁지만, 가요 관계자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도깨비> OST의 음원 차트 폭격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음원사이트에서는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어반자카파의 ‘소원’, 크러쉬의 ‘뷰티풀’, 엑소 찬열의 ‘스테이 위드 미’ 등이 톱10 안에 넓게 포진해있다. 상위권에 맴돌던 이 노래들은 금요일과 토요일 <도깨비> 본방송에 삽입되면 또 다시 순위가 치솟는다. 상황이 이러니 최근 신곡을 발표한 가수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명품 OST에도 김은숙 작가의 손길이 닿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지고 보면 김 작가의 작품은 항상 OST로 주목받았다. <파리의 연인>에서는 조성모의 ‘너의 곁으로’와 극 중 박신영이 부른 ‘사랑해도 될까요’, <시크릿 가든>에서는 백지영의 ‘그 여자’와 김범수의 ‘나타나’, <태양의 후예>에서는 다비치의 ‘이 사랑’, 거미의 ‘유 아 마이 에브리싱’ 등이 음원 차트를 섭렵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삽입되는 OST도 일일이 검토한다고 한다. 드라마의 분위기가 방향성을 가장 잘 아는 작가가 OST를 고르는 만큼 싱크로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김 작가는 현재 방송 중인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의 박지은 작가와의 맞대결에서도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고의 작가로 거듭났다”고 평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