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5년 6월 25일 평양 순안국제공항 제2청사를 둘러보던 중 장인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고려항공택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은 뒤에는 부인 리설주가 보인다. 연합뉴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그 등장부터 공개 활동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전 김정일의 부인들이 공개 활동을 자제했던 것과 달리 리설주는 다른 국가들의 퍼스트레이디들과 견주어도 활동적이었다. 한동안 임신설이 불거짐과 동시에 공개 활동이 뜸했지만, 지난해 12월 김정은과 항공훈련 시찰에 동행하면서 다시금 건재를 과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리설주는 큰 관심 대상이다. 당연히 김정은 처가 역시 주목의 대상이다. 우선 필자는 김정은 처가에 대한 사실 몇 가지를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김정은의 장인과 장모에 대해 국내외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고, 또한 상당수는 과장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리설주의 부친은 북한 인민군 공군 소속의 영관급 군관 출신이다. 마지막 현역 계급은 상좌고 현재는 예비역 대좌 신분이다. 그는 북한 군 내에서도 발탁 과정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파일럿 출신이다.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겠지만 북한의 파일럿 역시 명예의 상징이다. 국내 일부 언론들은 리설주의 부친을 두고 북한 내 유명대학 교원 출신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필자가 크로스 체킹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는 공군 파일럿 출신의 군관임이 확실하다.
리설주의 모친과 관련해서도 여러 얘기가 나온 바 있다.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리설주 모친이 한 대형병원 소속 산부인과 의사라는 설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필자가 실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맞지 않았다. 리설주의 모친은 평양 순안구역 상업관리소의 회계 담당 경리 출신이다. 상업관리소는 구역 인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봉사기관으로 각 지역의 생필품 배급을 담당하는 곳이다. 특히 리설주 모친이 맡은 상업관리소 회계직은 실제 물자와 돈을 다루기 때문에 ‘알짜배기’ 요직으로 통한다.
또한 리설주에게는 2~3살 터울의 남동생이 존재한다. 김정은의 처남인 셈이다. 리설주의 남동생은 중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군에 입대했으며 호위사령부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누나 리설주가 김정은과 결혼한 후에는 제대 후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설에 의하면 김정은이 졸업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재학 중이란 얘기가 있지만,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필자가 최근 리설주 처가에 대해 입수한 정보는 평양시내 택시사업에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북한에 택시가 있냐고 갸우뚱할 수 있겠지만, 현재 평양 시내에만 1500여 대의 택시가 성업 중이다. 물론 7만 5000여 대의 택시가 오가는 서울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최근 평양에서는 제법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평양의 택시는 기본요금 4km에 2달러, 1km당 0.5달러의 추가요금으로 운행 중이다. 현금은 물론 북한의 직불카드인 ‘나래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택시기사들의 1일 기본 회사 납입금은 약 80달러 정도다. 필자가 북한 내부 택시경영과 관련한 자금흐름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택시 한 대가 하루에 벌어들이는 순익만 평균 30달러 정도다.
필자가 북한 내부에서 입수한 북한 택시 내부 안내판 사진. 안내판에는 기사의 신분, 안내사항, 요금, 사업소 연락처 등 정보가 담겨 있다.
북한에선 2014년을 기점으로 택시 수가 급증했다. 이 시기 김정은은 “평양의 거리를 택시바다로 만들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방북 외국인들에게 그간 안 좋았던 평양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할 목적이 컸을 것이다. 현재 북한의 택시사업은 방북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쏠쏠한 외화벌이로 각광받고 있다.
북한의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3월경 중앙당 39호실 직속 금강 경제개발 총회사(일명 KKG)는 택시 350대를 구입해 운영했다. KKG는 리설주가 직접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회사로 전해진다. 리설주의 부친 또한 이 시기 240대의 택시를 구입해 고려항공택시사업소라는 운수회사를 직접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김정은 처가가 운영 중인 택시 수는 평양 전체 택시의 거의 절반에 해당되는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고려항공택시사업소의 특권이다. 현재 평양의 택시운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넉넉지 않은 에너지 사정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 시민들의 야간 통행을 제한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다. 하지만 유일하게 24시간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이 바로 김정은의 장인이 운영하는 고려항공택시사업소다. 오로지 이 운수회사 소속 택시만 평양 밤거리를 활보하며 영업을 할 수 있는 독점 구조다. 야간택시 요금은 앞서 정상 택시요금과 달리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이뿐만 아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더 있다. 리설주 부녀의 평양 택시사업권 운영에 앞서 평양 시내 택시사업을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했던 곳이 존재했다. 바로 록산무역총회사(일명 록산회사)라는 곳이다. 인민보안부 소속이었던 록산회사는 2013년 초 중국에서 후불 조건으로 택시 100대를 도입했고, 이를 토대로 평양 시내에서 처음으로 택시사업을 진행했다. 당시만 해도 사실상 독점 운영이었기에 록산회사는 그야 말로 떼돈을 버는 곳이었다.
록산회사의 사장은 최웅철이었다. 최웅철은 다름 아닌 장성택의 조카 사위였다. 애초 북한에서 유명한 인민배우 출신이었던 최웅철은 결혼 후 처가의 든든한 배경 속에서 각종 이권사업에 관여했다. 택시사업권 독점권을 보장한 록산회사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RFA>등 해외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문제는 장성택 처형 직후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록산회사 사장으로 호시절을 누렸던 최웅철은 장성택 처형 직후 장성택과 함께 각종 부적절한 이권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2014년 2월경 처형됐다. 이 때문에 현재 록산회사 소속의 록산택시사업소는 기존의 인민보안부에서 현재는 내각 인민봉사총국으로 이관됐다.
물론 택시회사를 운영하던 최웅철의 제거 배경에는 장성택 세력을 정리하고자 한 김정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결국 그 독점 사업권이 정리된 후 곧바로 처가인 리설주 부녀가 택시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김정은이 처가를 위해 기존 사업권을 강탈했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심지어 리설주 부녀는 인민봉사총국 소속으로 이관된 록산무역총회사의 각종 이권사업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평양의 택시사업권을 장악하고 있는 리설주 처가는 든든한 사위 덕을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지도자 김정은의 숨겨진 처가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