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당 공식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펴낸 전략 보고서를 앞장서서 비판한 김 의원은 24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3000통이 넘는 항의 문자를 받았다. 결국 김 의원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다른 의원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비문 인사로 꼽힌다.
박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보고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뒤 핸드폰으로 문자가 많이 왔다. 민주당이 집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보낸 것이니 표현이 좀 거칠고 막말과 욕설을 좀 섞어 보냈다고 해도 좋게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당을 떠나라’, ‘개헌을 주장할 거면 입을 닫아라’ 등 비난과 비아냥거림이 있는 문자는 상대를 설득하는 데에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개헌 보고서 문제점을 지적한 다른 초선 의원들에게도 항의 문자가 폭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욕설 의미가 담긴 ‘18원 후원금’도 비문 의원들 후원 계좌에 입금되고 있다. 비문 성향의 한 보좌관은 “수십 건의 18원 후원금이 계좌로 들어왔다. 우리 의원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18원을 보냈겠나. 괜히 우리당 내에서 분란이 일어난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상식적으로 추측해도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18원 후원금’이 계좌로 입금된 비문 의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18원 후원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에게 쏟아졌던 항의 표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후원자들은 1원을 입금한 뒤 추가 17원 입금하는 ‘약올리기’ 식의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문 진영은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의 주범은 문재인 팬클럽인 문팬이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문 성향의 한 당직자는 “누가 봐도 문팬이다. 항의 문자나 전화를 받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팬 측은 강하게 부인한다. 문팬의 한 회원은 1월 8일 자유게시판엔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은 새누리당·국정원·박사모 등의 선거공작이 아닐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차피 문자폭탄이나 후원금은 일일이 추적할 수 없다. 문 전 대표의 지지자를 사칭해서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채질하기 위한 계략이다”고 했다.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의 진원지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몇몇 잠룡들은 SNS발 ‘댓글 테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문 전 대표를 향해 “문재인 전 대표는 청산돼야 할 기득권 세력”이라고 했다. 일부 회원들은 박 시장의 페이스북에 “어이가 없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으면 친문 패권인가. 문재인을 패권주의로 몰아붙이면 박 시장 본인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나”라며 수십 개의 댓글을 달았다.
심지어 “X누리에서 영입제안이 왔나”, “금도는 지키길 바란다. 터진 입이라고 나오는 대로 지껄이지 말아라” 등 욕설이 난무한 댓글도 상당수였다. 결국 박 시장은 1월 7일 “특정인에 불리한 발언을 했다고 문자 폭탄을 받고 18원 후원을 보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며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부겸 의원 페이스북에도 “김종인이랑 계속 놀다가는 다음 총선은 장담 못할텐데”부터 “지금 개헌을 할 시간이라도 있나. 비상시국이다. 이명박근혜의 10년 적폐를 청산하기도 바쁘다. 내각제 해서 조선시대 세도정치를 하려고 하나”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비서는 “문 전 대표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실제로 있는데 이들의 댓글을 보면 가관이다. 어떤 의원이 문 전 대표를 욕하면 ‘X져줘야겠다’며 SNS를 찾아가서 댓글을 단다. 새누리당보다 더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파다하다. 민주당의 한 비서관은 “문 전 대표가 ‘지금 개헌은 아니다’고 강조하니까 지지자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로 작용했다. 특히 열성 지지자들은 개헌을 얘기하는 모든 의원들을 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폐쇄성이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 오히려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상당히 위험한 사고이자 위험한 행동이다”고 꼬집었다. 다른 비서관은 “친문이 친박과 다를 것이 뭔가. ‘문빠’들 같은 극렬 지지자들도 없다”고 보탰다.
그러자 문 전 대표도 진화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우리는 한 팀(One-team)이고, 우리끼리 비난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 역시 “지지자들 간에 상처가 되고 오해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문팬 행사에서도 선플 운동을 제안했다. 문자폭탄이나 인신공격성 비난은 자신을 돕는 것이 아니라고 자제해달라고도 여러 번 강조했다. 문팬을 특정한 말은 아니다. 상호간의 비판과 토론이 이뤄지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하지만 인신공격이나 모욕이 담긴 문자나 행위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