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서울 은평구 가좌로에 위치한 아마바둑사랑회관에서 2017 아마바둑사랑회 한일 바둑인 교류전이 열렸다. 이번 교류전에는 일본에서 정상급 아마추어 18명이 방한해 한국의 아마 바둑인들과 세 차례 친선대국을 가졌는데 한국과 일본의 기사들이 프로와 아마를 막론하고 이렇게 대규모로 맞붙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서울 은평구 아마바둑사랑회관에서 열린 한일 바둑인 교류전.
90년대만 하더라도 프로와 아마의 교류전이 활발히 열렸었는데 일본 바둑이 하향세에 접어들고, 우리 연구생 출신들이 아마 무대까지 평정하면서 아마추어 마저 실력 차이가 벌어지면서 최근까지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한일 교류전은 아마추어 바둑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홍시범 아마바둑사랑회 대표가 맡았다. 그는 바둑행사 전문 진행업체인 CLUB A7의 대표다. 2003년에 출범한 CLUB A7은 바둑행사 진행이라는 낯선 분야에 처음 닻을 올려 초창기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연간 100개가 넘는 바둑대회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전국체전, 소년체전, 거기에 다수의 프로대회까지, 국내 바둑대회의 90퍼센트 이상의 대회장과 진행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일교류전을 주최한 홍시범 아마바둑사랑회 대표.
그렇다면 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는 이번엔 통역만 맡았을 뿐 전혀 관계한 게 없어요. 전부 아버지가 벌인 일입니다(웃음).”(홍맑은샘)
대회는 친선전답게 승부보다는 교류에 우선순위를 뒀다. 총 3라운드 경기를 벌이되 1라운드는 한국선수 1명과 일본 선수 1명이 짝이 되는 페어대결을 펼쳤고 2라운드는 한일 간의 18 대 18 개인전으로, 그리고 마지막 3라운드는 한국선수 2명, 일본선수 2명이 한 팀이 되는 페어대결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통역을 맡은 홍맑은샘 프로는 “일본팀 간사인 무라카미 씨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하더라. 평소 겸양하는 말투가 몸에 밴 일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보기에도 일본은 베스트로 멤버를 구성해 이번 교류전에 나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일 최정상의 대결에서 조민수(오른쪽)가 일본의 히라오카 사토시에게 승리를 거뒀다.
재미있는 점 한 가지. 홍시범 대표는 개인전으로 치러진 2라운드를 전반전 45분, 휴식 15분, 후반전 45분으로 진행했다. 축구의 경기 시간과 같은데 아마바둑사랑회만의 로컬룰인 셈이다. 중간에 휴식시간을 두는 건 프로대회에서 꺼리는 일. 혹시라도 휴식시간에 선수들에게 훈수가 들어갈까봐(실제 과거 세계대회에서 중국 기사들이 의심쩍은 행동을 보인 일이 있었다) 삼성화재배와 LG배 세계기왕전은 점심 휴식 시간을 없애기도 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의견은 다르다. “바둑이 스포츠로 방향을 잡은 만큼 그에 맞는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훈수요? 작전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전 오히려 휴식시간을 이용해 감독과 코치 등의 조언과 작전의 변경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감독과 코치 제도를 도입했으면 그에 맞는 역할을 줘야지요. 그래야 서로 유능한 지도자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교류전 결과는 개인전에서 12승 6패를 거두는 등 예상대로 일본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은 친선대회임을 감안해 주니어 기사들이 출전하지 않았고, 절반 이상이 전국대회 참가 경험이 없는 순수 아마 선수들로 구성돼 큰 의미는 없었다.
한일 바둑인 교류전은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솔직히 예산이 부담돼 매년 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2년에 한 번은 꼭 개최할 생각입니다. 대신 내년에는 국내 기사들을 대상으로 좋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홍시범 대표)
유경춘 객원기자
[인터뷰] 전일본바둑협회 무라카미 후카시 “일본 초중교 정규과목 채택 노력” 전일본아마바둑협회의 총책임자 무라카미 후카시 씨. 어릴 적 조치훈 9단의 내제자로 바둑을 공부했다던 그는 현재는 일본 아마추어 바둑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교류전에 참가한 일본 선수들을 소개해 달라. “과거 교류전에서 일본 대표 팀이 많이 졌던 터라 이번에는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18명의 선수 중 히라오카 사토시, 에무라 키코, 오사와 신이치로, 다키자와 유타 등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일본대표 출신이 5명이고, 여류 최강 오사와 마야 등 전국대회 우승자도 4명이나 포진했다.” ―조치훈 9단의 제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다. 어릴 적 조치훈 9단의 내제자로 공부했었다. 당시 김수준, 김광식 프로와 동문수학한 사이다. 나는 도중 보급으로 전향한 케이스다.” ―전일본바둑협회는 생소한 단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한국의 대한바둑협회처럼 아마추어바둑협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본에는 그동안 아마바둑협회가 없었는데 2015년에 창립됐다. 일본기원과 협력 하에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초중학교 정규 과목에 바둑을 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작년 일본 전역에서 12만 명의 서명을 받아 바둑을 정규교육 과목으로 채택하라는 결의문을 문부과학 대신에게 전달한 바 있다. 최근 알파고 여파로 일본에서도 바둑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바둑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고 들었는데. “국어, 영어, 수학 같이 필수 과목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번 또는 최소 월2~3회 바둑을 배우는 학교는 있다. 우리는 정규 과목에 바둑 넣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 도쿄대(東京大)에서는 교양과목에 바둑을 채택해 도쿄대 학생은 의무적으로 바둑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다.” ―일본 아마바둑계의 현황을 들려달라. “바둑이 전성기였던 60~70년대에는 바둑팬이 1000만을 헤아렸다는 말도 있었지만 고령화로 인해 현재는 300만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은 아마추어 바둑대회가 무척 활성화되어 주말마다 전국 규모의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1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전국에 10개를 넘지 못한다. 아마추어 바둑대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당면 목표다.” [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