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한도전’을 통해 90년대 인기 아이돌 젝스키스의 재결합이 이뤄졌다. 사진출처=장수원 인스타그램
지난해 상반기부터 가요계는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2014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연말콘서트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서 90년대 가수들이 대거 출동하면서부터다. 30~40대들에게는 추억으로, 10~20대들에게는 호기심과 새로움으로 다가온 90년대 가수들의 무대는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불러일으킨 호응은 지난해 <무한도전> ‘토토가2’를 통해 90년대 인기 아이돌 젝스키스의 재결합이 이뤄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붙었다.
젝스키스의 성공적인 재결합 이후 연예계에서는 “다음 타자는 누가 될 것인가?”라는 관심이 집중됐다. 90년대 당시 젝스키스와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H.O.T.의 재결합이 점쳐지기도 했고, 여성 그룹 가운데는 S.E.S와 핑클의 재결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H.O.T.와 핑클은 멤버들의 개인 사정으로 결국 재결합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S.E.S는 완전체로 무대에 올라 기다리던 팬들의 갈증을 채웠다. 이처럼 선발주자들이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자 재결합이 성사되지 않은 그룹들도 재결합과 방송활동 재개 등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화의 공연 모습. 일요신문DB
이처럼 90년대 아이돌 가수들이 너도나도 재결합과 컴백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연예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성기 시절의 인기, 팬들과의 교감, 특히 무대가 그리웠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땐 연예인으로서의 유명세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과거처럼 인기 스타는 아닐지라도 대중들에게 잊힌 멤버들 입장에선 유명세를 회복하면 개인적으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수가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면 음반 수입, 방송 출연료, 무대 공연 수익, CF 출연료 등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90년대엔 음반 수입이 절대적이었다”라며 “요즘은 음반 수입을 대체한 음원 수입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공연 수입은 일회성일 경우가 많고 CF는 일부 인기 가수들의 전유물일 뿐이다. 결국 요즘 가수들은 가수 활동이 아닌 예능 방송 출연과 연기 활동 병행 등 멤버들이 개별 활동이 주된 수입원으로 90년대 아이돌 역시 같은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90년대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해체한 뒤 최근까지 꾸준히 방송 활동을 이어오는 이들도 있어 방송계에서 잊힌 이들도 많다. 이들이 컴백할 경우 잊힌 멤버들은 다시 방송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방송 활동을 재개하지 않더라고 컴백 효과로 인한 유명세는 개인 사업 등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결합설이 돌았으나 무산된 90년대 아이돌그룹 H.O.T.와 재결합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젝스키스(원 안).
90년대 아이돌 그룹의 재기 사례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젝스키스의 경우가 이런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젝스키스는 17년 전 해체 이후 최근까지 리더인 은지원을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다. 강성훈과 이재진의 경우 해체 직후 솔로 가수로 활동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고, 둘 다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이슈로 이름을 알렸다. 김재덕과 장수원은 그룹 ‘제이워크’로 활동했지만 소속사 문제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고지용의 경우 해체 이후 연기 쪽으로 선회했지만 결국 연예계를 은퇴하고 사업가로 탈바꿈했다.
이런 가운데 은지원을 주축으로 멤버들이 결집, <무한도전>이 주도하는 ‘토토가2’에 합류하면서 젝스키스의 재결합이 이뤄졌다. <무한도전>의 게릴라콘서트 이후 젝스키스는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단독 콘서트를 개최, 본격적으로 연예 활동을 재개했다. 젝스키스라는 그룹 활동 외에도 일부 멤버들은 개인적으로 <해피투게더>, <꽃놀이패>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다. 재결합 전에는 다소 유명하지 않은 케이블 방송 등에 출연하던 것에 비하면 재기한 ‘젝스키스’의 유명세를 발판으로 프로그램 출연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미 연예계를 떠났고 방송 출연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고지용마저 젝스키스 재결합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고지용은 <무한도전>의 젝스키스 재결합 콘서트에서 잠깐 얼굴을 비췄을 뿐, 이후 방송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지 않고 가끔 이름만이 언급될 뿐이었다. 그럼에도 짧은 <무한도전> 출연은 그의 유명세를 급상승시켜줬으며 대중의 관심도까지 끌어올렸다. 그렇게 고지용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 승재 군과 함께 고정 출연하게 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