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 사장
LG전자가 밝힌 체질개선은 MC사업부 직원 숫자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기준 MC사업부 직원은 7894명이었으나 1년 후인 2016년 3분기에는 5714명으로 20% 이상 줄었다. 실적이 악화되면 MC사업부 내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어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조 사장은 1999년 LG구조조정본부 상무를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LG전자 관계자는 “MC사업부의 군살을 빼고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다른 사업부로 인력을 배치한 것”이라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앞으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MC사업부는 종종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 먹을거리 사업으로 스마트카, 스마트TV, 사물인터넷(IoT) 등이 꼽히는데 모두 통신 기술이 핵심인 사업”이라며 “통신 기술 단말기가 없으면 통신 기술에 대한 발전이 이뤄질 수 없는데 MC사업부를 매각한다는 건 LG전자가 미래 먹을거리 사업 상당수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즉, 매각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계속되는 적자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 사장의 임기는 2019년 3월까지지만 올해도 실적이 부진하면 미래가 불투명하다. 조 사장으로서는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G6 흥행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해줘 보급형 스마트폰의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준다”며 “삼성전자는 매년 약 3억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데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7의 판매량이 5000만 대 수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보급형 스마트폰”이라고 전했다. G6의 흥행이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인 K시리즈, X시리즈의 판매량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LG 쌍둥이빌딩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조 사장은 지난 1월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 2017’에 직접 방문해 G6 홍보에 나섰다. 조 사장은 G6의 스펙을 일부 공개하고 오는 2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기술 전시회 ‘MWC 2017’에서 G6를 공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성진 부회장 역시 CES 2017에서 “모바일 사업은 기본 성능, 품질 혁신 등 제품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밝혀 힘을 보탰다.
G6는 오는 3월 초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31일 출시된 G5보다 20일가량 빠른 출시다. 삼성전자의 차기작인 갤럭시S8은 G6보다 한 달 정도 늦은 4월 중순에 출시될 예정이다. 또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7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시점이라 G6의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단, G6가 얼마나 완성도를 갖췄는지가 관건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더 빨라졌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차기 스마트폰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주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G6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G6의 경쟁사 대비 한 달 먼저 출시 예정, G5 대비 제조원가 하락, 고정비 감소 등으로 (MC사업부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하면서 G6의 올해 예상 판매량을 700만 대 수준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전자, 애플 외에도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앞둔 업체가 많아 G6의 흥행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중국 화웨이는 P10을 3~4월 사이에 출시할 예정이다. G5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P9은 10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G5의 판매량은 300만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CES 2017에서 신형 키보드를 선보인 블랙베리 역시 MWC 2017에서 차기 스마트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V20 판매량이 회수되지 않은 갤럭시노트7 물량보다 적다는 내용이 외신에 소개됐는데 이는 브랜드별로 소비자들의 신뢰성이 확실히 구분된다는 뜻”이라며 “이미 갤럭시, 아이폰 등 확실한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고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한 달 앞선 출시가 흥행 요인이 된다고 보긴 힘들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CES 2017’ 홍보의 장…국내 IT CEO들 총출동 CES 2017을 홍보의 장으로 삼은 기업은 LG만이 아니다. 지난 1월 2일 취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CES 2017 방문을 선택했다. SK텔레콤은 “박 사장이 혁신적인 사물인터넷(IoT) 기업을 방문해 IoT 산업의 성장 전략과 관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CES 2017에 방문해 올해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는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IoT 생태계 확장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최신의 지능형 안전 기술을 더 많은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황창규 KT 회장도 CES 2017을 방문했다. 황 회장은 최근 연임 의사를 밝혀 KT CEO추천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의 CES 2017 방문에 대해 연임을 염두에 둔 대외 홍보에 나섰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밖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등이 CES 2017을 찾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IT업계 CEO들은 CES, MWC 등의 행사를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CES는 세계적인 행사지만 한국에서 특히 관심이 높아 국내 기업 수장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더 없이 좋은 자리”라고 전했다. [박] |